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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견의 몽유도원도- 구름으로 피어나는 이상향의 공간학

박선양 |2007.07.13 11:52
조회 35 |추천 0


조선의 가장 위대한 산수화 한 점이 꿈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다. 안견의 그 앞에 서면 중력이 사라진 허공에 떠 있는 듯, 현기증이 난다. 기암괴석의 산들이 마치 구름처럼 피어 있기 때문일까? 이곳은 꿈속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그림은 어느 화창한 4월의 봄날(세종 29년), 안평대군이 꿈꾼 도원이 풍경을 당대의 최고의 화가인 안견이 사흘 만에 완성한 것이다.

 

길을 잃은 어부가 복사꽃 만발한 무릉의 계곡을 따라가다가 발견하게 된 숨겨진 마을 이야기를 중국 시인 도연명(365-427)은 에 쓰고 있다.

그 끝은 이렇다.

 

남양에 사는 유자기라는 사람은 고상한 선비다. 이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도원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루지 못한 채 얼마 안 되어 병으로 죽었다. 마침내 그 뒤로는 그곳으로 가는 나루를 묻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러라 그곳으로 가는 현실적 가능성이 사라져버렸을때 그때 비로소 무릉도원은 동양인의 이상향이 된다. 그림을 보면 황금빛 이상향의 뒷면에는 왠지 모를 쓸쓸한 비애가 서려있다.

 

안견은 산을 운두준으로 그리고 있다. 운두준이란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머리처럼 산의 주름을 그리는 기법이다. 이 운두준은 여기서 단지 기법이 아니라 그림을 지배하는 이미지다. 도원을 둘러싼 산들은 구름의 이미지로 숨쉬며, 기어코 구름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육중한 중력의 암괴와 상승하는 구름이 하나로 융합되는 기묘함이 있다.

자욱한 안개 속에핀 화사한 복사꽃. 복숭아의 형태와 빛깔은 그야말로 야릇한 도색(桃色)으로 판타지를 불러온다. 의 도원은 패각류의 속살이나 자궁의 형태와 닮았다. 그렇지만 모든 이상향의 원형은 모태임을 상기한다면 그정 몽환의 안개와 구름 속에 잠겨볼 일이다.

시인은 말한다. "안개 속에서 사람들은 형용사로 이야기한다"(허만하), 꽃들은 차라리 안개가 피워내는 율동 같기만 하다. 이곳에서 우리는 모든 이름과 명상의 중압감을 던져버리고 주어도 목적어도 사라진 그저 형용사로만 속살일 일이다. 어쩌면 이상향은 형용사만 남은 세계가 아닐까. 도원의 물가에 놓인 주인 없는 빈배처럼 말이다.

 

출처:동양 명화 감상 (p11-18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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