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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 대학교에 입학한 후

김학영 |2007.08.02 19:54
조회 125 |추천 0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한다는 것

 

 

 대학교에 입학한 후 죽 손을 놓아왔던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신청한 후 오늘 처음으로 등원했다.

 

 학원에 가던 도중 정우라는 친구에게 '야 내가 이 나이가 다 되도록 영어 때문에 학원이나 다니고 있어야되냐.' 라고 푸념하자 돌아온 답장이 사뭇 섬뜩했다.

 

'그래. 그러면 너가 세계를 정복해서 한국어로 모든 언어를 통일시켜버려.

 

단,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마스터해야 할 거다.'

 

영어광풍이라는 말조차 식상한 대한민국

 

한글이라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자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영어광풍이 몰아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글을 내가 처음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신문지의 오피니언 란을 들여다보면 한달에 한번꼴은 '한국 영어 문제 있다' 라느니 '우리의 살 길은 영어다' 라는 등 한국을 '이끌어나가시는' 권위 있는 석학, 기자, 논설위원, 교수, 정치인, 시민단체위원이라는 '분'들이 꼬박꼬박 글을 쓰시기도 한다.

 

오직 그 뿐이랴. 이미 그런 분들께서 글을 쓰시지 않으셔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영어광풍에 대한 풍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선전하는 '골방환상곡'이라는 만화에서는 심지어 영어를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며 많은 공감을 자아냈었다.

 

도대체 혹자의 말마따나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말을 쓰고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한국의 일을 맡는데 왜 영어를 잘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속풀리게 대답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대세

 

하지만 우리가 영어가 필요없네 마네 하고 푸념해봤자, 영어가 이제는 정말 되돌리기 어려운 이 시대의 대세가 되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 비겁한 순응이라도 일단 시류에 맞춰가야 한다면, 영어는 정말 필수이다.

 

취직 후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직장에서도 토익/토플/텝스 등의 공인 영어 시험 점수는 그 자신의 스펙으로 남게 되며, 또한 그 스펙으로 취직의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이러한 점수의 관리에 한치의 소홀함을 보일 수 없다.

 

그 뿐이랴.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외국기업의 취직에 있어서는 저런 공인영어시험의 점수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회화에도 능통해야 한다.

 

정말 극단적으로 이야기할 때 영어가 되지 않으면 죽도밥도 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학원에서 느낀 공인영어시험에 대한 단상

 

그러나 아무리 대세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외국기업을 제외한 한국계기업들, 특히 영어를 쓸 일이 전혀 없을 듯한 내외적 부서에서도 직원을 선발할 때에는 공인영어시험의 점수가 상당히 큰 비중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하긴 그러기에 오늘 내가 갔던 학원에서도 내가 거의 막내였겠지만)

 

그러나 오늘 학원에 가서 느낀 것은 또다른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름 대한민국에서 잘 나가는 어학원 중에 하나라는 '이익훈어학원'의 이른바 전타임 마감이라는 인기강좌서 가르치는 것은 (내가 보기엔)영어가 아니라 그야말로 'SKILL'이었다.

 

심지어 고3때 수능이 다가오는 절박한 심정에 요행을 바라고 들었었던 메가스터디 김기훈의 'Reading Skills'도 이런 느낌을 나에게 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그 수업은 '아, 내가 영어공부를 하고 있긴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라도 주었다. 그런데 정말, 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어'학원의 강좌에서 가르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영어시험'을 잘 보기 위한 다채로운 수단을 학습자들에게 습득시킴으로서 시험에서의 고득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이러한 요행을 바라고 학원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토익시험을 위해서라면 정말 역설적으로 생각할 때 (토익이 전세계적으로 영어를 통해 원만한 의사소통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는걸 볼 때) 이 학원은 정말 훌륭한 학원이다! 오직 토익을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중점적인 지식을 전달함과 함께, 학습자들이 지나칠 수 있을만한 중요 출제포인트를 세세히도 짚어준다. 거기다가 다량의 문제를 풀림으로서, 공인영어시험이라고는 수능 말고는 쳐 본적도 없고 모의토익도 응시해본 적이 없는 내가 수업이 끝날 즈음엔, 이상한 토익의 문제형태에 상당히 적응하여 정말 신들린 듯이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었다 ㄱ-

 

그러나 이렇게 공부해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택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정말이지 이것은 또다른 점수올리는 기계의 대량양산에 불과한 수업이었다.

 

진정한 영어를 위한 공부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수능 끝나고 김기훈의 The English Code라는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거기서 김기훈은 이런 말을 했었다.

 

너희들이 진정으로 영어가 체득된다면 토익같은거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점수 잘 나오게 되어있다.

 

물론 사실이다.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온 아이들이 주변에 여럿 있는데, 실제로 그들은 별다른 공부 없이도 토익따위는 우습게 만점 가까이 받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이 여기 이 강남같은 교육에 있어서는 어마무지하다시피할 혜택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는가? 혹자는 인터넷이나 케이블 티비 등으로 영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아이들이 영어와 친근해지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지만. 뭐 이게 변명이라면 어쩔 수 없긴 하다. 하지만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떤 아이들이 호랑말코같은 눈시퍼렇고 콧대만 드럽게 높은 양놈의 꼬부랑 언어를 배우려고 눈까뒤집고 헤이헤이 잉글리시 이지랄을 하고 있겠는냔 말이다 (영어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거 흘려들으시길 나혼자 발광하는 거니까)

 

거기다가 영어시험과 영어에 대한 영어의 공부방법이 양극단으로 갈리면서 이중으로 소모되는 그 엄청난 사교육비는 또 어찌할 것이며, 공교육에서 가장 심각하게 붕괴된 영어교육에 대한 대안은 또 어찌 마련할 것이며, 게다가 영어로 사람을 평가하면서 생기는 또다른 모순의 발생은 또 어찌 해결할 것인지..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도 복잡한 일이다.

 

꼬맹이들이 영어로 작별인사하는 대한민국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면서 배운 것을 떠올려 보지는 않고 저런 찌질한 생각이나 하면서 오는데 그 유명한 SLP차량에서 한 꼬마아이가 내리면서 BYEBYE를 외치는 것을 보았다.

 

흠 끝은 너희들이 알아서 생각해라 ㅋㅋ

 

난 영어 공부나 해야겠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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