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자 [
우리가 같이 먹던 떡볶이 매운 냄새
학교로 함께 가던 지하철 6호선
첫 키스하던 순간의 골목길 가로등
널 위해 화장하던 내 향수 냄새
한쪽씩 나눠 낀 이어폰
들려오던 노래는 아바의 '댄싱퀸'
그리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네가 선물해 준 보라색 가디건
신발을 사 주면 도망 간다며
골라만 주던 그 운동화...
스물네 시간 동안 나를 따라다니는,
모두 내겐 아직 유효한 기억들
너도 아직 그럴까 ?
내가 골라 준 안경을 끼고
내가 사 준 스킨을 바르며
내가 선물한 티셔츠를 입은 채
나 때문에 생긴 코끝의 흉터를 보거나
메일을 쓸 땐 아직도 비밀번호를 내 생일을 입력하는지..
나처럼 , 너도 ,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
그 남자 `
비디오 가게에 들럿습니다.
"아저씨, 저기 요즘 나온 것 중에
제일 웃긴 게 뭐예요? "
그렇게 고른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빌려 들고
도넷가게에 가서
하얗게 가루가 묻어나는 도넛을 삽니다.
슈퍼에 들러선 음료수를 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소주도 한 병 챙겨 봅니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웃긴다는 비디오를 틀어 놓고 ,
훈련병 시절
그렇게도 먹고 싶던 달콤한 도넛을 먹으며,
석 잔이면 모든 게 내 세상 같던
쓴 소주 한 병을,
사이다 처럼 컵에 부어 마셔 봅니다.
하지만
그녀가 골라 준 안경으로 보는 영화는
하나도 우습지 않고 ,
그녀가 사 준 티셔츠에
하얀 도넛 가루가 묻는 것도 싫습니다.
독한 소주 냄새는
그녀가 사 준 스킨 냄새에 묻혀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아무리 노력해도 웃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단 삼분도 , 행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