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라”
구글의 신입사원 채용에는 ‘불문율’이 있다.
“당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라.”구글 채용위원회의 지침이기도 하다.
A급 직원이 자신과 비슷한 A급이나 A-급 직원을 뽑는 하향 평준화의 ‘동종교배’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오일러 수(e)의 첫 열자리 소수.com’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산 마테오에서 실리콘밸리까지 연결된 101번 도로에 ‘의문의 광고판’이 세워졌다.
광고판의 수학 문제는 18세기 스위스 수학자 오일러가 만든 끝이 없는 무한수를 가리킨다. 인터넷에 정답을 입력하다 보면 구글의 신입직원 채용 홈페이지에 도달한다. 구글만의 이색적인 신입사원 채용 공고이다.
구글 직원은 현재 6000여명.1년 전의 두배다.
지난해 하루에 10명꼴로 뽑은 셈이다. 오는 5월 미국 UC버클리 MBA를 졸업하는 정기현(33)씨. 그는 지난해 3월 이후 10차례나 구글 채용위원회와 인터뷰를 했다.
그들이 정씨에게 던진 질문은 단 한 가지.“구글을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최종 인터뷰에서 15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그동안 연구했던 구글의 주력상품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했다.
정씨는 지난 1월 입사를 통보받았다.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공받는 팀장급이다.
현재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계 직원은 10여명 안팎. 국적과 성별은 가리지 않는다. 구글은 전 세계 59개 대학의 석·박사 취득자를 추적,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웹마스터 황정목씨는 “구글 이사들을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 출신들이 많다.”면서 “구글에서 펼칠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면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창기 배고팠던 기억이 세계적 사원식당을 만들다
각 건물에는 뷔페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사원식당이 있다.
늦은 시각인데도 많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루 세끼 식사와 대형 냉장고에 든 음료수, 맥주는 모두 무료.
사원 식당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배고픈 시절이 투영된 공간이다.
구글 초창기, 매일 밤샘 작업을 하던 두 창업자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배고픔. 식당은 ‘잘 먹어야 일도 잘한다.’는 창업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간이다.
한해 식당 예산만 700만달러(약 70억원).1주일 동안 소비되는 쇠고기는 2t이나 된다. 식단 재료는 모두 유기농이다.
한국, 태국, 이탈리아, 일본 요리까지 회사가 채용한 100여명의 요리사가 6000여명의 직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요리사들은 매년 구글 직원이 심사위원이 되는 ‘요리경연대회’를 통해 공개 채용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0일자 특집판에서 “혁신과 창조의 주역이 소수에서 다수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임 도서비평가 레브 그로스먼은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얼마나 소수가 갖고 있느냐.’에서 ‘얼마나 많은 다수가 공유하고 있느냐.’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구글이 꼭 닮아 있는 모습이다.
■ 한국인 첫 구글 웹마스터 황정목씨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인터내셔널 웹마스터’에 한국인이 올랐다.
6000여명의 전 직원 가운데 웹마스터는 단 1명뿐이다.
한국계 미국인 황정목(27·미국명 데니스 황)씨는 지난해 11월 웹마스터로 승진했다. 스탠퍼드 3학년생으로 2000년 시간제 ‘보조 웹마스터’로 입사한 지 5년 만에 책임자가 됐다.
그는 전 세계 110개국에 서비스되는 구글 홈페이지를 디자인하고 인터넷 기업실적 공개를 총괄한다.12명의 직원을 둔 황씨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과 장비를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황씨는 스탠퍼드에서 순수미술과 컴퓨터를 전공했다. 그가 한국의 3·1절과 광복절 등 각국의 주요 기념일에 맞춰 선보인 ‘구글 로고’는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니아들은 그의 디자인을 ‘구글 두들(google doodle·구글 낙서)’로 부른다.
그는 “기계적 계산이 주된 기능인 검색엔진에도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황씨는 요즘도 1주일에 하루 이틀은 회사에서 밤샘을 한다. 돈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구글 입사로 이어졌다.
구글 본사는 올해 한국지사 설립을 위한 인력 채용 등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한국형 서비스를 전담할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황씨는 “구글은 기계적 순수를 지향하는 검색엔진”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검색 문화가 구글의 이상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를 보기 좋다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가공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구글이 지향하는 ‘기계적 순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황씨는 “첫 페이지를 장식한 많은 배너 광고와 ‘지식 검색’으로 대표되는 검색 형태는 정보 왜곡의 가능성을 많이 안고 있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를 통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구글 내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황씨는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란 곳은 한국이며 스스로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황정목이라는 이름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도 과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황씨가 당시 공책에 그렸던 습작들을 아직도 책상 서랍에 간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사 뉴스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