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에게 새로운 일이 생겼다. 컴에 접속하자 마자 "디워"에 대한 새로운 뉴스가
있는 지, 그리고 관객은 밤새 얼마나 늘었는 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 500만
돌파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생각외로 빨리 도달해서 기분이 무지 좋다 ㅎㅎㅎ.
매일 신기록을 세우는 디워흥행을 바라보면서 나는 2002년 월드컵이 생각나 가슴이
뜨거워진다. 43년 동안 월드컵의 벽을 넘어 그저 한번이라도 이겨 보는 것, 아니 쪼끔
더 욕심을 낸다면 말로만 듣던 그 16강이란 곳에 발을 내디뎌보고 싶었던 것. 더도
덜도 말고 딱 그정도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멍석을 깔았으니 말이다.
그런데....그리고...무슨 일이 터졌는가. "대~한~민~국~"의 하나된 함성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16강도 8강도 아니었다. 세계의 강호들과 당당히 맞서 꿈에서나
가능하다고 믿었던 월드컵 4강을 달성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았다. 아,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더구나 이 꿈은 나 하나의 꿈이
아니라 5천만 온국민이 함께 나누는 꿈이기에 더욱 더 즐겁고 신명나지 않았던가.
그 해 6월은 우리에게 축제였다. 그 잘난 일본도, 미국도, 중국도 우리의 즐거움을
뺏을 수 없었다.
영화 "해리포터 5"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행복한 기억이 어떻게 악을 이겨내는 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붙잡아 주는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소중한 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동지애, 내 옆에 있는
모든 사람을 껴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순간, 조마조마 애간장을 태우다가
마침내 함성이 터지는 그 짜릿함.
그리고 2006년 우리는 다시 축제를 준비했다. 붉은 셔츠를 꺼내고 요란한 분장을
하고 애들 손을 잡고 시청으로, 광화문으로 모여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운명의 여신은
주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 허탈감, 아쉬움, 안타까움, 서러움은 해를 넘기고 2007년이
되었어도 우리의 마음에 남아서 한이 되었나 보다.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처럼 ㅎㅎㅎㅎ.
그래서 심형래감독의 한국전설 SF 영화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읽었을 때 처음엔 헛웃음
뿐이었는데, 7년간이란 시간 앞에서는 약간 숙연해졌다. 그리고 멋진 예고편에 깜짝
놀라고 나서 그 모든 것이 순수한 우리나라 기술력이란 걸 알고는 콧날이 시큰해졌다.
야, 여기 또 꿈을 꾸는 사람이 있구나.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달걀로 바위를 치는
사람이 있구나. 중국 고사에 나오는 노인네처럼 집 앞을 막고 서 있는 태산을
없애려고 삽질을 시작한 사람이 여기 또 있구나.
그냥 무조건 믿어주고 싶어졌다. 다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심감독을 통해서 증명해 보이고 싶어졌다. 작품성이고 애국심이고 나는 모른다.
아, 영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 3, 40대 중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간첩이
분명할테니...
갑자기 찰리 채플린이 생각난다. 한때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국외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한참 후에 그 혐의가 풀려 늙으막한 나이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는데 작고 초라한 그를 보기 위해 기차역은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엄청난 박수와 환호, 프랑카드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심형래가 우리에게 준 웃음을 우리는 이제 갚아야 할 때가 된 듯 싶다. 500만이면
충분하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내친 거, 1000만까지 밀어주는 건 어떤가.
남이 가지 않았던 외롭고 쓸쓸한 길을 묵묵히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것이
확실한 심감독에게 우리의 애정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 격려, 박수 한번이 세상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그에게는 방패가
되고 투구가 되고 창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드컵 덕분에 알게 된
"꿈은 이루어진다"를 다시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