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어머니께서 더덕 두 뿌리를 캐오셔서 담 밑에 심어두셨다
햇빛도 안드는 큰 나무 밑도 아니고 뿌리 내리기 힘든 딱딱한 땅도
아니어서였던지 그 두 뿌리는 금새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기 시작
했다. 어느새 더덕 밭이 되어버린 담 밑에서 꽤 굵어보이는 더덕 몇
뿌리를 캐보았다. 군복무 시절 지뢰밭에서 산더덕 캐는게 취미였
기에 담 밑의 더덕은 큰 감흥이 없었다.
바로 먹을거라 흙을 깨끗이 씻어 내고 한 입 먹어보았다. 더덕 향
이 입 안에서 확 퍼질거라는 기대는 흙과 함께 씻겨버렸나보다.
지뢰밭의 응달진 바위 틈의 더덕은 몇 시간동안 한뿌리 일지라도
그 땀을 시원케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이건..
그렇다. 그 둘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담 밑에서 퇴비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고 따스한 햇빛에 뿌리 내리기 좋은 땅
그에 반해 해발 1000미터의 산소가 희박한 산 속의 악명 높은 잣나
무 아래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려야 하는 더덕은 근본이 달랐
던 것이다. 5미터 근방에만 가도 찬란한 향기를 내뿜고, 그 잎은
맹독을 가진양 진하디 진한 녹색을 띠며 네 잎이 대칭을 이루며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뿌리는 수많은 굵은 주름들이 빽
빽히 세월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었다.
담 밑의 더덕은 3년만 자라도 손가락만큼 자라지만, 깊은 산 속에서
엄지만한 더덕은 근..5년은 됐으리라
작고 굵은 주름으로 가득찬 산더덕은 잊혀질지 모르나, 그 향기는
절대 잊을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