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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두렵습니다.(된장 어린이를 보고)

차승호 |2007.08.30 03:02
조회 8,578 |추천 160

된장 어린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오늘 당한 일이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나이 28에  해운대에서 장사를 하는 청년입니다.

개인장사는 아니고 마트 소속으로 지하매장내에서 육류 가공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해운대는 경남권에서 항상 1위를 하는 만큼 객수도 많고 장사도 호황스런 편이지만 그런만큼 장사하기 만만치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오후반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비를 피해서 그저 배만 채우거나 눈요기만 하시는 분들로 가득했죠.

역시나 저는 그저 묵묵히 제 할일을 했고 솔직히 짜증나는 상황에도 웃으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근무한지 두시간 정도 지나서 열살 남짓먹은 듯 보이는  어떤 꼬마애 둘이서(누나랑 동생인듯)

저가 속한 코너로 시식을 하러 왔습니다.

대개 애들이 오면 일일히 인사하지 않는 것이 직원들의 습관(?)이지만 저는 항상"안녕~"하고 웃어줍니다.

제 나름대로 반갑게 맞아주려는 노력이죠.

나이가 많든 적든 구매손님이든 시식손님이든 사람 그 자체로 존중 해 주자는것이 제 생각이거든요.

여하튼 살짝 웃어보이며 짧게나마 인사를 했는데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시식용 고기와 곁들여 먹는 시식용 소스..그륵에 담겨있습니다)에 요지를 쑤셔넣더니 장난을 치는지 어쩌는지 빙빙 돌려대더군요.

"하지마세요,그러면 안됩니다~"간단히 주의를 줬는데 그게 뒤틀렸나봅니다.

몇 발자국 걸어 멀어지는가 싶더니 와서 고기만 낼름 먹고 또 와서 왜 고기 안 잘라주냐고(왜 애들 몰라서 묻는게 아니라 일부러 사람 깔보며 말하는 그런 투 있죠?) 아저씨 왜 고기 안 구웠냐고 왜 안 자르냐고 ..것도 한손에 이미 시식용 고기를 들고서...;;

그리고 시식접시에 손을 넣고(상품이 돈까스라 ..부스러기가 많이 생깁니다)고기 잔챙이와 부스러기들을 휘젓고 조물락거리고..뭐 그까진 넘어간다 칩시다.

갑자기 여자애가 와서는 직원들 서 있는 매대 안쪽에 들어와서 진열 매대 위에 앉질않나 갑자기 촛대뼈를 발로 냅다 차질 않나 상체를 손바닥으로 철썩철썩 때리질 않나.. 그래서 왜 뭣 땜에 그러냐고 뭐라 했더니 가운대 손가락을 세워 당당히 눈앞에 날리질 않나 (얻어맞은 건 저 뿐 아니라 옆 스테이크 코너 동생도 양념육 동생도 다 맞았답니다...-_  -;;)

옆에 스테이크 동생이 열받아서 뭐 저런 정신 이상한 애들 있냐고 짜증난다고 제네 엄마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다고...

그 말 제게 두번 되풀이 하자 마침 그 문제의 꼬마둘의 엄마로 보이시는 분이 보였습니다.

두 꼬마는 스테이크 옆에 유황오리 코너에서 마음껏 오리잡아 배채우기에 정신이 나간 뒤였죠.

엄마가 처음에는 오리를 먹는 두 자녀들에게 시식 많이 한다고 뭐라하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그래주길 바라는 심정이 간절했습니다.

뭐라하는 줄 알았는데 뭐 많이 먹어라 다 쓸어버려라 잘한다 내 새끼덜..."

요런 여운만 남겨두고 유유히 애들 상관없이 혼자 멀어져가는 당당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내일 또 마트에 출근하지만 요즘엔 이런 것들 때문에 일하기가 싫어지고 무서워집니다.

간도 빼고 쓸개도 빼놓고 하는게 장사라는 말이 있죠.

아직 제가 오장육부가 덜 뒤틀려서 그런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정말 심한 애들 많네요.

매일 와서 사람 자존심 긁는 할머니 모 고등학교 특수반 다니는 100키로 넘어보이는 한 여학생의 매일같은 시식 정신이상인 한 여성은 맨날 전단지나 종이 부스러기 끌어안고 괜히 내 앞에서 수줍은 듯 발그레 웃으며 한참 쳐다보다가 잠시 자리 비우거나 다른 손님 맞이하고 있으면 얼른 다 쓸어먹고 가고 초등학생..고작해야 3학년쯤 보이는 애가 백세주 도우미 아가씨 붙잡고 술 한잔만 시음하게 해 달라고 조르질 않나 가족끼리 단체로(,,적어도 일곱명은 되어 보이드만) 와서 익지도 않은 삽겹살이나 오리불고기등등의 생고기 를 먹질 않나 ..어설프게 힘쓰게 보이는 조폭님하가 고기 구워놓은거(시식은 조금씩 그때그때 잘라줍니다만)전부 안 자른다고 옆에 마누라에게 시팔시팔 거리고 멘트 최대한 공손하게 또박또박 애교까지 섞어가며 했더만 발가락부터  정수리까지 훑어보더니 피식하고 비웃고 가는 할아버지(족발집가서는 시식용 살코기 다 먹고 뼈밖에 없다고 난리치고 가셨습니다..;;)기저귀나 생리대 화장품 코너등 사람이 별로 없는 쪽에서 무리지어 있다가 서로 킥킥대고 시간 적당히 때우다가 고기가 익을만한 시간 계산까지 해서 갑자기 시식대로 달려드는 온니시식매니아들 ..

마트라는 곳에 아무리 오만 사람 다 온다지만 너무들 한다 생각듭니다.

남들 일하는 만큼만 대충 일하고 대강 가격만 말해주는 성의없는 멘트하고 적당히 시간 때우다 담배나 꼬라물고 그렇게 일하진 않았습니다.

멘트를 해도 최대한 재밌게 고객이 듣든 직원이 듣든 일단 즐겁게 듣도록 멘트하고  발에 피가 나도록 뛰어가면서 열심히 손님맞이하고 5코너를 혼자 봐도 거뜬히 해내는 정도의 책임감과 능력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애쓰며 제 코너에서 산 물건이 변질되어 불만가진 고객님께 제 주머니 돈이라도 짜내어 보상도 해 드렸습니다.덕분에 친절사원 3회에 CS(고객 서비스..)파트장님께도 나름대로 호평을 사고 해운대 점포에서는 적어도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이름 날리고 일합니다.

(전부는 아니고..물론 모르는 사람도 있겠죠..;;)

제가 이렇게 일한다고 제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진급이 되는 것도 아니며 근무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고객을 위해 일합니다.

물론 기본적인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이지만 돈이 다는 아닙니다.

일하다 보니 돈만보고 일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상대방입장이라면..

제가 고객입장이라면...

항상 생각하고 일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입장바꿔도 이해안되는 막가파 손님들이 좀 많아서 요즘 일하기 싫기도 하고 좀 많이 두려워 집니다.

어느 매장을 가든지 이상한 손님은 있기 마련이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이 매장을 찾으시는 분들의 3분의1 이상이 이상한 사람들로 득실합니다.

정말 출근길이 두렵습니다.

정말 사람사는게 두렵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찮아서 안 읽고 스크롤바 내린분 손..요런거 베플되지 않길~;;)

추천수160
반대수0
베플김진관|2007.08.30 20:09
정말로...꽃만 아니었으면 진지하게 읽어봤을꺼에요! 읽다가 꽃땜에 눈돌아감! 읽는사람 배려도 해주세요~
베플김동열|2007.08.31 00:18
임주희님 아니죠~ 큰꽃 131개 작은꽃 79개 맞습니다~ 덤으로 하트 552개 맞습니다~ P.S 여러분 좀 도와주십쇼~ 2등이라는 들러리는 싫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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