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런게 다단계입니다

장현욱 |2007.09.05 14:00
조회 389 |추천 5

★웬지 이번 일을 그냥 두면 후에 이 일을 잊어버리고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당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그 때는 더 큰 충격에 아예 헤어나오질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놓는다.

 

하루 방문자 몇 명 되지 않는 내 홈피라서 그닥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들어와서 이 일기를 본 다면, 제발 대충 흘려보지 말고 제대로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그런 일 없을거야...라는 생각은 버리길 바란다.

 

나 역시도 이 일을 당하기 전엔 그러했었으니까.

 

제대로 글을 읽고, 더 이상의 피해자...그리고 친구를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푼돈 몇 푼에 친구를 해꼬지 하려는 자들이 없길 바란다.★

 

 

 

─ ─ ─ ─ ─ ─ ─ ─ ─ ─ ─ ─ ─ ─ ─ ─ ─ ─ ─ ─ ─ ─

 

1.

내가 에버랜드를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내가 고3 때 참가했던 전남청소년 연극제를 통해서 알게된 친구다.

 

같은 지역 친구는 아니고, 같은 전남권 내의 친구인데...뭐 어찌저찌하다가 그 쪽 연극 선배, 친구들을 알게되었고 전화번호와 싸이 일촌등을 통해서 간간이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에게 연락해 온 친구는 M양.

평소 말주변이 없어서 싸이를 아주 가끔 순회하는 나이기에, 이 친구와도 연락은 자주 없던 편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이 친구...

 

졸업 후에 서울에 G마켓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혼자 서울에 상경해서 일을 하려고 하니 외롭고 주말에 매우 심심하다고 하는데...

남일 같지가 않았다.

나 역시도 고3때부터 혼자서 서울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고 외로웠던가...

에버랜드도 사실 동기들이 대부분 퇴사하고 약간의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보이기 시작해서 차라리 그럴 바엔 퇴사해서 고향가서 친구들과 놀자...라는 생각에 퇴사한 건데...

(뭐 막상 내려왔더니 남자애들은 군대가있고, 여자애들은 남친 눈치보느라 놀아주지도 않고...우울증세만 더해가고 있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전화나 문자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가 집안 이야기를 하며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힘겨운 독립 생활... 가정마져 괴롭게 한다니...

 

비슷한 과정을, 비슷한 아픔을 일찍 경험한 바 있는 나였지만, 나는 힘들어하는 그 친구에게 전화로 마땅히 해줄 말이 없어 가슴아팠다.

 

며칠을 고민하다, 나는 친구를 잠시라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서울에 잠시 올라가기로 마음 먹게됬다.

어차피 나에겐 에버랜드 일하면서 받았던 자유이용권도 있겠다, 에버랜드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보고 싶었던 터라 친구랑 놀러가려 마음 먹었다. 놀이기구 타면서 재밌게 놀다보면 잠시라도 힘든 일은 잊게되겠지...

 

 

2.

패션/의류 쪽 CM을 하고 있다는 그 친구는 토요일, 일요일에 쉰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8월 3주 금요일에 서울을 올라가겠노라 전화를 하니 그 친구가 하는 말...

 

'주말에 거래처 행사가 있는데... 너 올라와서 나랑 낮에는 행사 참여하고 밤에 놀래?'(이런식의 대화...)

 

무슨 행사냐? 어떻게 하는 것이냐? 내가 그 쪽 관련해서 아는게 없는데 괜찮겠느냐는 물음에 친구는 자기도 아직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나는 뭐...거리에서 마케팅을 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래'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 친구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거래처 팀장님께 말씀드렸는데 행사 일주일 정도 참여해야 한데. 너 할 수 있지?'

 

'그래? 나 아르바이트 구해야 하는데... 돈은 얼마나 준데?'

 

'돈? 무슨 돈?? 장난하니.'

 

'돈 주는거 아냐? 돈도 안 주는데 어떻게 해?'

 

'말씀드려보니까 잠 잘 곳하고 식사는 그 쪽에서 해결해 준데. 그러지 말구 기왕 올라오는거 일주일 정도 나랑 놀자.'

 

에버랜드에 일하면서 작게나마 모아놨던 돈을 다 써버린 상태였지만, 얼떨결에 나는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3.

서울에 올라가기로 한 전 날.

 

나는 세미 정장 스타일의 셔츠 몇 벌과 몇 개의 양말과 속옷, 화장품 샘플, 디카(목적은 에버랜드 놀러가기 였으므로...) 등 아주 간소하게 짐을 챙겼다.

 

드디어 출발~

 

친구는 6시까지 근무라며 넉넉하게 8시 이후 도착할 수 있게 하라고 했지만, 난 마땅히 할 일도 없고 너무 일찍부터 챙기고 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11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나들목을 지나자 차가 막히기 시작해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은 4시 3~40여분 쯤에 고속터미널 도착~.

 

친구는 아직 일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난 교보문고에서 책 좀 보고 있겠노라고 하고 천천히 오라고 했다.

 

오후 6시 30분쯤...

 

친구에게서 이모 심부름 좀 하고 올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문자가 왔다. 하는 수 없이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때우게 되고...

 

8시즈음해서 친구로부터 강남역 5번 출구 앞에서 만나자는 문자가 오고, 마침 그 근처 겜방에 있었던 터라 곧바로 준비를 하고 5번 출구로 향했다.

 

저 멀리서 날 한눈에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오는 친구.

사실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서야 연락을 간간히 했다지만, 실제로 만나기는 이번이 두 세번째이다보니 약간의 서먹함이 있다. 하지만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강남역 근처에서 밥을 먹고 장소를 이동.

 

중간에 몇 번 '행사'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고 대체 무얼하는 거냐고 물어봤지만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그런거 밖에 없냐고 말한다. 오랜만에 만난건 반갑지만, 사실 내가 그렇게 숫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쪽의 일(놀려고 왔는데 행사 참여라니...)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한건데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

 

밥을 다 먹고 택시를 타고 자리를 옮겨 친구가 잘 아는(듯한) 호프집을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친구의 가정 이야기와 나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친구는 생각보다 복잡한 가정사를 겪은 듯 했다.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친구가 거래처 팀장이 근처에서 회식 중이라고 하는데, 끝나면 잠깐 인사나 하게 이 곳을 들르라고 했단다.

 

잠시 후. 호프집에 들어 온 누군가에게 매우 반갑게 인사하는 M양.

 

친구가 말한 팀장이 왔나보다. 나도 얼떨결에 일어나 그 쪽으로 몸을 틀었는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생각과는 다르게 매우 젊다. 그 옆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가 일하는 G마켓 팀장과 이 거래처 팀장이라는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라고 한다.

 

친구는 거래처 팀장이라는 사람을 한 두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업비젼이 강한 사람인거 같아서 이번에 무슨 행사를 한다기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뭐 그 팀장이라는 사람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행사가 무었이냐'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랬더니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는 팀장.

 

자기 회사는 전문 유통업체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유통방식을 설명하면서 유통 단계를 몇 차례 줄이면 물건의 값은 그만큼 싸진다는 설명을 하는데...자기 회사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단계를 1단계로 묶은 직접 유통을 한다고 한다. 이를 자기네들은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한다며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먹기 힘들었다.

 

그래.. 유통단계를 없애서 값을 싸게 한다는건 학교에서도 배워먹은거라 알겠는데 대체 어떻게 1단계로 하겠다는거야? 행사에선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거냐구?

 

이런 의구심만 머리에 남았다.

 

간단히 술을 걸친 후, 잘 곳 없으면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다.

 

뭐 친구가 잘 곳은 걱정말라고 했었으니 조용히 따라간 나. 가면서도 행사에서 뭘하는 거냐고 물어보니 간단히 무엇을 들으며 일주일 정도 놀다가면 된다고 한다.

 

그들의 집에 도착해보니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들 여러명이 우글 거린다. 진짜로 1주일 정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 탓에 잠옷을 안 챙겨 온 나는 그 들 중 한 명의 옷을 빌려서 잠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고 미심쩍다.

 

 

4.

다음 날.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아니면 뭔지 아직 이해도 안되는 행사를 참여해야 한다는 탓인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던 나는 9시 즈음해서 일어났다.

 

같은 방에 있던 사람들은 다 일어나서 옷을 갈아 입고 아침밥을 먹고 있다.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그 들이 챙겨주는 아침을 깨작깨작 먹었다.

 

어제 만났던 팀장과 그 옆의 직원., 그리고 여자 숙소에서 잠을 자고 나온 친구와 함께 그 '행사'를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꽤나 있어보이는 빌딩(서초구 일대)의 지하를 내려가니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 것도 대부분 20대!

직원이라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20대 정도만 있고 도무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없다. 순간 내 머리에 살짝 불길한 기운이 스쳐지나 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에버랜드에서 일할 때 들어본 적이 있었거든.

 

친구의 소개로 어딜 갔더니 안에는 20대 초 중반의 남녀들만 가득하더라. 그리고 이상한 세미나를 듣게 하더라...

 

이쯤 이야기를 하면 낌새 빠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나도 에버랜드에서 직접 이를 체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여럿 들은바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불안했지만, 내 친구가 설마 그런데를 데려 왔을까...하는 생각에 일단은 조용히 있었다.

 

 

5.

그 행사의 첫 번째 시간이 시작...

첫 시간은 회사 소개 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회사 소개는 하지 않고 이상한 잡담과 농담따먹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혈액형 이야기를 하질 않나, 자기 전직이 무엇이었을거 같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짤막하게 자기 회사의 소개를 한다.

 

이야기는 어제 밤에 들은 이야기랑 똑같다.

 

전문유통회사고, 유통 단계를 줄여서 자기네들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줘서 이윤을 남기고, 이를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한다...우리 회사에서는 많은 물품 중에 특히 웰빙과 관련한 생필품을 취급하고 있다...건강/미용/생필품 이런거 설명하면서 자기네들이 파는 제품을 소개...

 

느낌이 팍 꽃혔다. '이 새끼들 다단계다!'

 

전날부터 날 불안하게 만들었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충 첫 시간은 그렇게 지나갔다.

 

물건 구매를 강압할 것이다라는 우려와는 달리 지들 할 이야기만 하고 끝까지 농담만 하다가 나가더라.

 

두번 째 시간은 전 시간 내용의 보충설명 시간이라고 하는데 뭐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들으면 들을 수록 다단계 회사라는 생각만 강하게 할 뿐 이었다.

 

가끔 오늘이 회사 몇 일째 방문이냐며 손을 들게 하는 걸 봐선 1주일 내내 이 내용만 반복해서 듣게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 할 수 있었다.

 

두번째 시간까지 내용을 듣고 보니 더 이상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여기는 사회 악인 다단계 회사고, 나는 빨리 여길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나를 데리고 온 친구가 생각나서, 이 친구에게 말을 하고 같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친구를 몰래 불러서 이야기를 했다.

 

┏"너 지금 여기가 뭐하는 회사인지 아냐?"

 

"(진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니"

 

"여기 다단계다. 나 에버랜드에서 이런거 설명 다 들어봤다. 득될 거 없다 나가자."

 

"야, 그래도 거래처 팀장님께 부탁해서 온 건데 어떻게 그러냐. 그리고 하루 듣고 그런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내 말 맞다니까. 대충 이야기 들어보면 모르냐?"

 

"그래도., 야 일주일 있기로 약속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될 거 아냐. 어떻게 그러냐 너."

 

"그럼 이따 오후에 하는 이야기 듣고, 내가 다단계라고 확신들면 난 간다 그렇게만 알아둬"┛

 

자세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며 점심을 먹고 왔다.

 

세번째 시간에는 회사 직급 소개와 돈 버는 방법 등을 이야기 해주는데, 직급만 들어봐도 초등학교 상급생 이상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겠더라.

 

무슨 회사의 직급에 <회원>이라는게 있지?

 

일종의 승진 방법의 설명에서도 이상함을 눈치 챌 수가 있다. 첫 단계 승급하려면 350pv라는 걸 채워야 하는데 이건 현금으로 약 400여만원 어치의 물건을 사야 가능하다고 한다. 황당 그 자체.

 

'이 색히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 구만'

 

점점 승급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다. 추천인 제도가 나오면서 고대 이집트 건축물을 형상화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 이다. 그래. 피라미드!

 

그러면서도 멋들어지게 설명을 해대는 그 회사 직원.

 

누구를 추천해서 누가 무슨 직급에 이르면 추천을 한 사람에게 얼마가 들어오고 또 뭐 어찌저찌해서 얼마가 들어온다며, 특히 GM이라는 직급에 오르게 되면 월 500~1000만원 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현재 사회 생활로는 일반인들이 이 돈을 벌기는 불가능 할 정도며 대기업에서 몇년간 일을해도 나이 30이상 먹을 때쯤 되어야 경력이 싸여서 겨우 이 정도 버는 걸 너희는 이 나이에 벌 수가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주위를 쳐다봤다. 아주 경청을 한다. 나만 이 이야기가 불쾌하고 기분나쁘게 들리는 모양이다.

 

네번째 시간에도 역시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네번째 시간에는 전 시간에 돈이야기가 나오니 여러분은 믿기느냐? 나는 믿지 않았다. 속으로 욕했었다. 지랄하네 다단계면서 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직원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는 속는 셈치고, 난 어차피 20대고 모험을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니까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해 해보니 5개월에서 1년의 시간을 투자해보니 진짜로 그 정도의 돈이 벌리드라 라는 식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난 어차피 그런 이야기 따위는 믿지 않았으므로. 그 돈이 설녕 진짜로 벌린다고 해도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다단계로 돈 벌 생각은 없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앞에 나와있는 직원은 지금 이 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인지 아닌지를 잘 생각해보라며 이야기를 마쳤는데, 기회는 무슨.

 

난 얼른 이 친구를 빼내서 같이 도망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거래처 팀장님이고 한데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냐는 답답한 이 친구...

 

난 혼자서라도 도망을 치고 싶었지만, 내 눈에는 왠지 순진 내지는 순수하게 보였던 이 친구를 그냥 놔두고 가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그 날 밤도 그 팀장이라는 사람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첫 만남에서 팀장 옆에 있던 직원은 내가 그 다단계 회사로부터 벗어나는 날까지 날 따라다녔는데... 난 그게 일종의 <감시>인 것도 모르고 그 사람에게 '나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안다. 그 것도 아주 자알 알거 같다. 다단계에 난 볼일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에 도망치고 싶지만, 내가 혼자 도망치면 저 친구가 이 걸 믿어버릴 거 같아서 못 가겠다. 친구와의 약속도 있고 하니 있긴 하겠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버렸다.

 

 

6.

역시 예상대로 둘 째날에도 첫 날과 같은 내용의 이야기만 반복되고 있었다.

 

도저히 그 안에 있자니 답답하고 머리가 터져버릴 거 같았던 나는, 이야기가 끝나는 대로 틈틈히 밖으로 나와 머리를 식혔다.

 

머리를 식히려 밖에 나왔는데 친구가 갑자기

"이거 괜찮은 거 같아. 사업성도 있어보이고. 나 할 수도 있을 거 같아"라고 말을 한다.

 

순간 머리가 핑하며 어지러워 졌다.

 

친구에게 막 뭐라고 했다. 너 지금 미쳤냐고... 다단계가 뭔지나 알고 그런 말 하느냐고. 내가 누구때문에 이 듣기도 싫은거 억지로 듣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친구는 다단계가 안 좋은거 알고 피해를 입은 사람도 봤다, 하지만 이건 피해나 손해보는 거 없어보인다며 끝까지 해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 혈압이 약간 낮은 편에 속하는 나는 갑자기 충격을 받거나 하면 손발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몸이 굳어진다.

 

난 충격에 이기지 못해 홧김에 편의점으로 가서 담배를 주문했다.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본 적도 없고, 평생 피울 생각도 없었지만, 그 순간에는 왜인지 모르게 담배를 사게 되었다. 담배를 피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편안하다는 말을 들어서 일까?

 

난 피우기도 싫은 담배를 억지로, 그 애 앞에서 보란 듯이 피웠다.

하지만, 오히려 굳어가는 손발의 속도만 더 빠르게 진행될 뿐, 전혀 진정되질 않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쁘진 않았지만,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데 이 친구가 이런걸 하려고 하다니...

난 이 앨 말리려고 남겠다고 했으면서 이 애가 이런 생각을 할 때까지 무얼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에 괴로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때문에 여자 앞에서 울어보고, 담배를 피워봤다.

 

친구는 아직 내가 완전히 하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울지 마라 라고 하는데, 이미 충격에 몸이 굳어져가고 한번 쏟아진 눈물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내 자신이 무척 원망스러웠다.

 

내가 돈 많고 능력이 있었다면,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하려 할때 돈으로라도 그런 친구의 생각을 무너뜨리고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더 들어보고 생각해보겠노라고 했다. 그러니 혹시 이상한 점을 찾거든 너가 날 말려달라고 말했다.

 

친구에게...

 

"그래. 내가 일주일...약속한거 다 들을게. 행사 참여 정도로만 생각하라고 했지. 그래 나 행사로만 생각할게. 그러니 너도 이걸 행사 정도로만 생각해. 이거 할 수도 있다느니 하는 생각말고 그냥 행사로만 생각하고 행사 끝나면 잊어" 라고 말했지만, 친구는 하고 말고는 내 의지니까 강요말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여전히 그 '행사장'에는 전날 했던 이야기와 설명들이 오고갔지만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오직 이 친구를 말리지 못 했다라는 자괴감만 가득했다.

 

틈만 나면 억지로 담배를 물었다.

 

니코틴 중독이 되었다거나 마음이 편해져서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피기는 싫었지만, 내가 억지로 이런 것을 함으로써 친구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음을 알아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담배를 물었다.

 

틈만 나면 친구에게 제발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했지만 도통 받아들이질 않는다. 화가나서 너 마음대로 하라고 외치고, 나는 따로 아는 사람을 만나서 술마시고 오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는 날 보내려 하지 않았다.

 

친구에게 난 도망 안 갈거니까 저리 가라고 날 놔두라고 했지만, 친구는 너 같으면 내가 너네 고향에 놀러갔는데 길도 모르는 나를 혼자 놔둘거냐고 말을 하며 보내질 않는다.

 

서울 객지 생활을 해도 너보다 몇 년을 내가 더 했는데...

 

친구와, 그리고 팀장 옆에서 있었던 그 직원의 만류로 뚝섬유원지에 머리 식히러 갔다.(그 근처에 왠지 가슴아픈 추억이 있어서 안가려 했지만 데리고 가니 어쩔 수 없이 가게됬다.)

 

뚝섬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면서도 머리가 무거웠다.

 

자전거를 타며 친구를 쳐다봤지만 친구는 자기를 걱정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전거만 재밌게 타고 있었다.

 

난 점점더 이 친구를 모른 척하고 도망갈지 아니면 끝까지 친구를 지켜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7.

다음 날도 역시 그 <행사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똑같았다.

 

난 역시 틈만 나면 도망치듯 밖으로 머리를 식히려 나왔고, 친구는 여전히 내 옆을 따라 붙어다녔다.

 

행사 참여에만 의의를 두고, 직접 할 생각은 말라는 내 말에 반박하며 강요하지 말라는 친구, 그러면서 나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단단히 난 나는 나에게 담배 피지 말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는 이 곳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점점 더 빠지는 듯 했고, 나는 이제 친구가 걱정되기 보다는 내 자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500~1000만원이라는 허황된 이야기와 욕심에 빠지기 두려웠다.

 

그 날 오후, 나는 결심을 하게 된다.

 

친구가 뭐라하든 가야겠다고. 군대 문제와 이런저런 문제들로 머리 아프고 미래가 안 보이는 듯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단계에 빠질 순 없다는 생각에...

 

그냥 도망갈까 하다가 G마켓에 일한다는 내 친구가 나로 인해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고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에 거래처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그만 듣겠노라고 이야기 하고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이 행사라는거에 3일째 참가하게 되면서부터 내 몸이 조금씩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친구에 대한 걱정부터 고민까지 생기다보니 위와 장이 아파오고 손발이 시도때도 없이 떨리고, 가끔 심장까지 아파왔던 것이다.

 

약간씩 아파하는 내 모습에 친구도 걱정하며 몸도 안 좋은데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면 더 머리가 아파오고 가슴이 아파와서 외면했다.

 

삼일째 행사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팀장에게 더 이상 이런 이야기 듣고 싶지 않다. 집에 가겠다고 말을 했다.

 

그 안에서 500~1000만원의 수익성을 강조하며 '너는 이런 돈을 벌 수 없다. 사회가 그렇다'는 식으로 무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열이 확 오르는거 참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몸이 갈 수록 안좋아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에...

 

팀장이 당장 가려한다면 내 체면이 있고 하기때문에 안되고 윗분들에게 이야기하고 되도록이면 일찍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겠다고 했다. 내일이나 모레까지 듣는 걸로 생각하라고 했다.

 

당장에라도 도망 갈 수도 있었지만, 난 친구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는 생각에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날 밤, 머리도 식힐 겸 친구와 직원과 영화를 보러가게 됬다.

 

디워를 봤는데, 전부터 보고는 싶었지만, 그 당시 기분은 볼 기분이 아니었기에 처음엔 안 보겠다고 사양하다가 하도 권유하기에 봤다.

 

영화를 본 소감은...그럭저럭?

 

어차피 스토리 부실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스토리보다는 한국의 CG가 어느 정도까지나 발전했나 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봤다. CG는 굿!

 

하지만 예고편을 보듯 구멍이 숭숭 뚫린 스토리(한국의 전설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외국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와 어색한 연기(특히 조선시대 장면은...-_-;)는 아쉽긴 했다.

 

심형래 감독님의 불굴의 투지로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스토리와 연기력만 보강한다면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탄생은 머지 않은거.

 

암튼 영화를 보고 술을 약간 먹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난 아직도 저 애가 걱정된다. 내가 가더라도, 혹시 저 친구가 진짜 이 일을 하려 한다면, 당신들이 말 한거처럼 진짜로 저 친구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달라. 저 친구가 이 일을 해서 실패하게 된다면 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다." 라는 이야기부터

 

"여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이야기인거 같다. 유통단계를 줄여서 남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한다는 이야기나 구전 광고의 위력 등은 잘 안다. 그리고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네트워크 마케팅이 성공했다는 것도 잘 알고. 하지만, 나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안목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가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해도 사회는 다단계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건 이 회사의 직원이라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 않느냐. 난 돈 500 벌기 어렵다 하더라도 정직하게 떳떳하게 벌고 싶다. 순간의 욕심에 남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라는 이야기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술에 취하진 않았지만, 꼭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하니 속이 한결 후련해진 느낌이 들었다.

 

내가 <행사>를 참여하면서 이야기도 잘 하려 하지 않고, 화만 내다가 속 풀이를 해서인지, 친구가 갑자기 술을 막 마시려 한다. 그만 마시게 하려 하니까 오히려 날 걱정하며 너도 강요하지 말라면서 막 담배 피잖아. 나 걱정하지마 술먹지 마라고 강요하지도 말구. 라고 말하기에 친구가 보는 앞에서 남은 담배를 주먹으로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어차피 담배엔 별 관심없었고, 사놓은게 아까워서 남은거만 피려했었던 거라...

 

 

 

8.

전 날 마음편히 할말을 다 해서인지 이제는 회사 소개든 뭐든 이야기를 해도 전보다 편히 들을 수가 있었다. 담배도 쓰레기 통에 버려놓은 통에 쉬는 시간엔 친구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눌 정도의 여유마져 생겼다.

 

잠깐 밖에서 음료수나 마시려고 나갔는데, 따라오던 친구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한다.

 

"나 진짜 오래 생각해봤는데 이거 해볼래. 너도 같이하자."

 

그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지만 갑자기 이 말을 들으니 또다시 머리가 아파오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좀 나아지는 듯 했던 속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이 아파졌다.

 

"듣기 싫으니까 꺼져. 나한테 그런말 할거라면."

 

비틀비틀 쓰러질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담배를 사고 나왔다. 편의점 앞 의자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않아서 담배를 무는데 다시금 손이 떨려서 불이 잘 붙여지지 않았다.

 

힘겹게 불을 붙이자, 배가 심하게 아파와서 한 손으로는 담배를, 한 손은 배를 움켜쥐며 앉아있게 되었다.

 

"왜 안된다고만 하는데. 솔직히 너도 돈 욕심있잖아. 너 저기서 이야기하는거 들으면 그런 생각 안드냐. 500~1000만원 벌면 어떨지?"

 

"시끄러워. 조용히 해"

 

"막 말로 저 사람들 말대로 너가 사회나가서 돈을 벌면 얼마나 버는데? 기껏 해봐야 200만원도 벌기 힘들어."

 

"돈 욕심에 다단계를 하자고? 됐어. 하려면 너나 해. 난 그딴거 관심없어. 돈? 당장에 큰 욕심없어."

 

"너 연극도 하고 그러고 싶다면서. 그게 욕심이 없어?"

 

"듣기 싫으니까 조용히 해라."

 

"너 만약에 진짜로 그 돈을 벌면 어쩔래?"

 

"사람에겐 <만약>이 있으면 <혹시>라는 것도 있거든. 넌 만약을 믿겠지만, 난 혹시라는 걸 더 믿어.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말이야. 그러니 믿으려면 너나 믿고 조용히 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배가 점점더 아파오고 구역질까지 나오려 했다.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점심을 먹고 약국을 향해서 약을 지어왔다.

친구와는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할 수록 화만 치밀어 오르고 몸만 더 아파 왔기에...

 

약을 먹어도 몸이 나아지질 않았다.

 

4번째 시간 이야기를 들을 땐 뒤에서 서서 있었는데 몸이 어질어질하며 쓰러질 거 같기에 조용히 빠져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 안에서 더 있으면 진짜 쓰러질거 같았기에...

 

다시금 약을 먹고 쉬고 있는데, 늘 따라다니는 직원이 어느새 옆에와서 앉아있다.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하는데, 나는 죽어도 할 생각이 없다. 그 친구는 끝까지 해보겠다는거 같은데...그 친구가 하겠다고 하면 꼭 돈을 벌게 해주십쇼."

 

이 말을 하고 나는 4번째 시간이 끝나 갈 때즈음 <행사장>앞으로 갔다.

 

친구가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붙잡았다.

 

"너 자꾸 안 하겠다고 하고 여기 이야기를 제대로 안 듣는 이유가 뭐냐. 뭐때문에 그렇게 색안경끼고 귀 닫으려고만 하는거야?"

 

"듣기 싫으니까 믿으려면 너나 믿어라. 난 어차피 오늘이나 내일까지만 들으면 된다고 했고, 그거까지만 지키고 갈 거다."

 

"너가 언제까지 하든 그건 상관없는데, 왜 자꾸 인상구기고 안들으려만 하는 거냐고. 난 뭐 듣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어? 나도 첫 날 느낌이 이상했어. 다단계인거 알았고. 그래서 듣기 싫었지만, 여긴 거래처 팀장님때문에 온 거잖아. 팀장님 체면도 있고해서 억지로 웃어가면서 맞장구 치고 이야기를 들은 거라구. 포커페이스. 넌 왜 그걸 못하는 건데?"

 

"됐다. 듣기 싫어. 조용히 해라. 제발. 나 듣기도 싫은거 니가 약속이니 뭐니 하면서 자꾸 그러길래 억지로 남았던 거다. 그나마도 이제 오늘이나 내일까지만 하기로 이야기를 해둔 상태고. 니가 하든 말든 이제 난 상관 안 해."

 

"대체 뭐가 불안한 건데? 뭔가 미심쩍고 못 믿겠다면 친구를 말려야 되는 거 아냐? 니가 진짜 친구라면 말려야 되잖아. 설명해봐."

 

"니가 하든 말든 난 이제 더이상 상관없다. 첨엔 널 말리려 했지만, 강요하지 말라면서. 그래.. 여기 사람들 말대로 이게 기회일 수도 있어. 내가 널 말렸다가 이게 진짜 기회이고 돈을 벌 수 있는 거였다면 널 말린 내가 큰 죄를 짓는 거잖아? 너도 성인이고 너의 이성이 있겠지. 그러니까 너가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해. 하지만, 나는 하기 싫어. 그러니 이제 이야기 그만하자."

 

"나, 그래 널 오래 만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연락을 해왔었고, 여기와서 너희 집안 사정이나 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넌 욕심이 많고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많은데 왜 피하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게 많은 가보다. 하지만 한가지만 알아둬. 넌 너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잘난 녀석이야. 너 자신을 비하하지마."

 

이런 식으로 수십분동안 싸웠다. 주로 이야기는 친구가 하고... 나는 그냥 듣기만 했다.

 

"내가 이걸 하겠다고 하니 내가 널 꼬드긴다고 생각되니?"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 했다.

 

쭈욱 싸우다가, 친구가 "이거 하나만 약속해라. 너가 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너 월 300만원 이상 벌 정도로 성공해라. 약속해"라 하기에 더 이야기를 들을 힘도 없고 머리가 미어질 지경이라 그러자며 이야기를 마치고 팀장을 만나러 갔다.

 

다행히 이야기가 잘 풀렸는지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는 너에게도 미안한 말이지만, 넌 이거 하고 싶어했지만 안 하는게 좋을 거 같다라고 말을 했다. 이걸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넌 지금 하는 일도 있고 다른 방향의 일을 하는게 더 좋을거 같다고 생각되서 이 일을 안 시키기로 했다라고 말을 했다.

 

친구도 더 이상 이 일, 이 행사에 대해 참여하지 않아도 되게 됬다.

 

나는 짐을 가방에 항시 넣어두고 다녔기에 챙기러 갈 짐이 없어서 먼저 지하철을 타게되었고, 친구는 팀장과 함께 여자 숙소에 남은 짐을 챙기러 가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9.

행사장을 빠져나와 친구와 인사를 한 후... 무엇을 할까...하다가 무작정 에버랜드 쪽으로 향했다.

 

빠져나오긴 했지만, 친구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도 느껴지고, 머리가 많이 아파서 아직 몸 상태가 안 좋긴 했지만,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술을 혼자 마실 순 없지않는가.

 

에버랜드로 가서 같이 일했던 사람... 친했던 누나들과 이야기도 하며 술을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없이 갑자기 가서인가...

 

휴무라서 집에 간 사람도 있고... 기숙사에서 이미 꿈나라로 간 사람도 있고... 회식이라 못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에버랜드에서 일할때 자주 들렸던 이모네 가게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먹고 있는데, 같이 일했었던 형과, 후배 한 명이 왔다.(정확히는 둘 다 후배지만...뭐 퇴사한 마당에 별 중요한 건 아니지;)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이리저리 회피할까 하다가 그 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난, 누구든 내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여차저차해서 겨우 거길 나왔지만, 내 친구에게 미안하다. 왠지 그 친구의 길을 내가 막은건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무엇보다 난 아직 그 친구에게 호감이 있다.. 사과를 하고 싶은데 안 하면 후회할 거 같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모는 후회할 거 같다면 작은 이벤트로 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라고 말했다. 여자는 이벤트에 약하다면서...

 

그러면서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다단계에 빠지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들에게 걱정말라고 했다. 거기에 며칠 동안 있으면서도 난 다단계에 흔들린 적이 없다고. 난 내가 좋아서 있었던게 아니라 친구를 위해서 있었을 뿐이라고.

 

새벽녘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난 서둘러 이모에게 인사를 하고 근처 찜질방으로 향했다.

 

 

10.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내려갈까, 아니면 지금은 때가 아니니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 할까...이런 고민을 하다가 작은 이벤트를 해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가야겠다고 결론을 지었다.

 

용인을 빠져나와 서울로 올라와서 무작정 G마켓 근처에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음식점을 찾아 헤멨다. 친구가 일하는 곳의 위치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나는 직감으로 한 빌딩을 찾았고, 그 근처의 꽃가게며 좋은 술집 등을 찾아내고 다시 찜질방에서 잠을 청했다.

 

 

11.

다음날 오후...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친구...

 

난 전날 미리 봐둔 빌딩이 친구가 일하는 곳이라 확신했기에 한아름 화해용 꽃다발을 사들고, 그 옆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를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혹시 몰라서 '너 일하는 곳 빌딩 이름이 어떻게 돼?' '너희 회사 1층에 XX은행 있지?'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은행은 없다고 문자가 왔다.

 

이런... X발... 여기가 아닌가 보구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해서 찾아보니 강남역 다른 출구에 또 건물이 있음을 확인했다.

 

일찍 끝나서 집으로 가는 중이라는 친구의 문자가 왔다. '잠깐 만날 수 있어? 할 말이 있는데...'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답장이 없다.

 

6시 즈음해서 전화를 걸어봤다. 이상하게도 받질 않는다. 몇 분 지나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이번엔 통화 중...

 

다시 또 몇 분이 지나 전화를 해보니 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분 지나서 전화를 해보면 다시 누군가와 통화 중이고...

 

그렇게 받지도 않는 전화를 하며 30분을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처음엔 내가 친구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큰 죄를 지었나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화가 났다.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내지는 피해사례)을 읽었다.

 

내가 지금 겪은 상황과 90% 이상 일치했다. 순간 설마 이 애, 다 알고 있으면서 아니 실제로 이 일을 하고 있으면서 내게는 G마켓에 일한다고 거짓말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G마켓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에서부터 문자와 전화를 회피하기 시작했으니 내가 화가나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왔던 꽃을 쓰레기 통에 버렸다.

 

이제 이 친구와는 연락을 끊어야겠다. 더는 친구도 아니다.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은 더 이상 친구도 아니다...라고 다짐하며 투벅투벅 힘겹게 걸음을 걸었다.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내가 오해하는 걸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으실 수 없...' 다시 또 걸고...또 걸고...또 걸고...

 

친구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화나 문자 등을 보내오고 있지 않다.

 

난 친구에게 이용당했다는 충격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구에게 당했다는 충격에...

 

요즘 사람을 만나는데에 더더욱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젠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을 거 같다...

 

그 친구 한 명 때문에 그 동안 내가 친구라 믿었던 다른 사람들마져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친구가 진짜로 G마켓에 일을 하고, 거래처 팀장의 말에 속아서 그 행사에 나를 데려 갔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도 약간은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친구는 갑작스레 나와 연락을 피하게 되었을까?

 

신호음도 가고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는 흔적도 있는 걸 봐선 내 전화만 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무엇이 날 피하게 만드는 거였을까?

 

그 친구가 떳떳하다면 날 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했더라면 알 수 있었을 테지만, 그 친구는 오늘까지도, 아직까지도 나에게 연락이 없다. 그러니 나는 그 친구를 더 이상 믿기가 어렵고 친구로서의 연을 끊을 수 밖에...

 

난 그 친구가 연락해 온다면 이야기를 들을 용의가 있다. 하지만, 계속 피한다면 난 더 이상 그 친구를 친구로 생각지도 않을 것이고, 친구를 팔아먹은 개쓰레기라 여길 것 이다.

 

그 친구 하나로 인해 내 인생은 더욱더 망가져 가고 있다.

 

푼돈 몇 푼 때문에 친구를 이용하려 하지 말라.

 

돈은... 그래...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럽게 돈을 벌면 주위에 뭐가 남을 거 같은가?

 

친구는 평생을 함께 할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눈 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평생의 보물을 잃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 이런 방법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

- 인터넷에 올려진 사례나, 나의 경험담을 취합해볼 때 다단계는 주로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연락은 주로 친구에게...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학교 이름과 반을 들먹거리며 친구라며 반갑다고 전화 해 옴.

-그냥 이름만 알던/별로 안친한 녀석들이 연락해 옴.

-아주 가끔은 절친(BF)이었던 녀석들이 전화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함.

 

 

2. 지방에 사는 사람을 서울로...

-밥 사줄게,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나 하자, 영화보자, 놀자 등...이런 저런 핑계로 만남을 주도.

-(주로 군대를 갓 제대한 남자에게는) 너 이제 부모님께 손벌리는건 그만 할 때 되지 않았냐?, 좋은 일자리 소개시켜 줄게 등...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돈없는 20대이다보니 식사 제공에 잠잘 곳까지 마련해준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식으로 친구 만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잠 잘 곳과 식사는 걱정하지마

-찜질방에서 나랑 같이 자면 돼

-회사에서 식사랑 숙소 제공해줘 등...

(숙소?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20대 남성들이 좁은 방안에 5~10명이 돼지우리에 갇힌 것처럼 우글대며 잠을 잔다. 여자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들었다. 숙소 제공이란 말에 대학교 기숙사 수준을 생각한다면 꿈깨길... 일단 좁은 방에 20대가 우글 댄다면 반드시 의심해볼 것!)

 

 

4. 무슨 일인지 대답도 잘 안하고...

-"뭐하는 회사인데?", "무슨 일 하는거야?"라고 물어보면 대답 잘 안하고 얼머부리거나, 친구만나서 그런 이야기 밖에 할게 없냐며 피하려 함.

-대답은 해주지만 뻥을 쳐서 대답해주는 경우도 있음.

(주위 사람들에게 들어본 예로는...'무슨 경비직인데 그냥 하는일에 비해서 돈 많이줘', '수영장에서 일하는 건데...', '불법 전단지 수거', '물류센터' 들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인데 굉장히 높은 보수를 준다며 유혹함.)

 

 

5. 좀 놀다보면 팀장이 나타나...

-친구와 좀 놀다보면, 어느 순간 그 <회사>라는 곳의 팀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팀장이 나타났다더라.

 

 

6. 그들은 절대 다단계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요즘은 주로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1대 1 직접 유통이라는 말도 빠지지 않고 설명함.)

-다단계(피라미드)는 상위권자만 이익을 가지게 되고, 매달 몇 명의 인원이나 돈을 채우지 못하면 자신에게 수익이 들어오지 않게되기 때문에 개인이 대출 등을 해가면서까지 메꾸어지지 못한 부분을 채우려다 망하게 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의 경우 물건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상당수의 비용이 절약되게 되고, 이를 다시 소비자(네트워크 마케팅 회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므로 절대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론 상으로는 그럴싸한 말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례로 다단계가 성공했고, 이러한 공식은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성공이론 관련 저서에서도 분명 수록은 되어 있다.

 

7. 빠지지 않는 단어 '세미나(or 교육, 행사)'

-2일 이상(대게 일주일)의 세미나 또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받고 난 후에 인사 결정을 한다나 뭐라나...

 

 

8. 따라갔더니 세미나장에는 20대 남녀가 득실득실

-다단계는 주로 20대 남녀를 주 타겟으로 삼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거기 직원이라는 사람들도 대부분 20대 정도고...

 

 

9. 직급도 이상...

-회원이라는 직급이 나오고, 갖가지 보석들의 이름이 등장한다.-_-

 

 

10. 여느 회사나 Gold라는 직급에 가면 최고!

-Gold라는 직급에 가면 혜택의 폭이 상승되고 대게 1000만원 정도를 번다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직급에 대해 설명하면서 고대 이집트 건축물을 칠판에 꼭 그려준다.

 

 

11. 회사 한번 알아나 보세요

-우리 다단계 아니니까,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까 한번 이 회사가 어떤 곳인지, 만약 불법이라고 느껴진다면 왜 불법일지 알아나 보세요~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이야기 듣고 이 회사를 평가하지 마세요! 라고 말한다.

 

 

12. 누군가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을 그 곳으로 부른 친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곁에서 항시 붙어다니고, 문자나 전화 내용 등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다.

-회사의 직원 중 한명이 붙어다니며 감시하는 경우도 있다.

-대놓고 위협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무튼 당신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은 분명하다.

 

 

13. 그래도 약속인데... / 우리 우정이 이 정도 밖에 안돼?

-다단계임을 알고 더이상 듣기 싫다며 가려고 하면...

-"그래도 약속인데 약속은 지켜야지.", "너 처음에 00일 듣기로 했잖아. 우리 우정이 이 정도 밖에 안돼?", "날 봐서라도 듣기만 하구 가라", "내 입장도 있는데..." 등등... 별에 별 이야기를 하면서 나가지 못 하게 함.

 

 

14. 직급 상승의 첫 단계는 물건구매, 2차는 주변인 추천

-100~400만원 정도의 물건을 구매해야 1단계 직급이 상승하며 그 후로는 추천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건축물 재등장~)

 

 

15. 말은 떳떳하다면서...연락끊고 남에게 말하지 마라하고...

-말로는 자신들의 <사업(그들은 네트워크 마케팅, 다단계를 사업이라 한다.)>은 불법이 아니고 합법적이며, 일부 불법 다단계 피라미드 때문에 자신들의 회사까지 욕먹는다며 불평한다. 그러면서도 틈틈히 안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남에게 절대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을 소개해준 친구에게 나중에 연락해보면 연락 안받고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6. 미국에서 성공해서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로...

-네트워크 마케팅은 분명 미국에서는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그러하다고 알고 있고...그 들도 이런 주장을 펼치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식이 바뀔 것이다, 늦게하면 후회한다. 이런 사업은 항상 초기 시장이 중요하다며 당신의 가입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 들의 말에 속지 말라. 우리나라에서 왜 해마다 다단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겠는가?

왜 돈없는 대학생, 갓 제대한 사회초년생들을 이용하려 하겠는가?

그 들에겐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미끼를 던져도 이를 물고 말도 안되는 가격의 물건을, 말도 안되는 양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아직 국내에는 다단계를, 혹은 그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하지만, 아직 국내는 그렇지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나 설명이 옳다해도 선뜻 다가가기가 어렵고,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 이다.

 

 

17. 회사명을 자주 바꾼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가 있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왠만해서는 회사명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떳떳하지 않는 회사라면 회사명을 자주 바꾸어 새로운 회사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비단 다단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 덧붙이는 말...

-약간이라도 의심된다면 그 자리를 미련없이 뛰쳐나오길 바란다. 친구와의 우정? 진짜 친구는 친구를 그런 위험한 곳에 빠뜨리려 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데려간 친구는 잊어버려라.

-틈틈히 인터넷으로 그 회사의 회사명과, 피해 사례는 없는지 검색해보라.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지식 서비스를 접속할 수가 있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하라.

-당장 알무리 힘들더라도, 눈 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마라.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친구를 잃어버리면 기대거나 의지할 것 하나없는 자가 될 수 있다.

 

추천수5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