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털이 많은 여학생 입니다.
그렇다고 털만 많은 것도 아니고요,
생기기도 예쁜 건 아니에요.
그래도 털 때문에 이리저리 못생긴 여자에
남자보다 털 많은 여자 취급받는게
너무 싫어서 이렇게 푸념해봅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으로(초딩입니다-_-)
13살인 저는 털이 굉장히 많습니다.
많기도 많을 뿐더러 길이도 깁니다.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생각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제 외모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생각을 하면서, 저런 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느낍니다.
또 저는 몸 건강히 낳아 주신 부모님의 예쁜 딸이잖아요.
외모 때문에 친구도 없지 않고 성격도 비뚤어지지 않았고
탈선(담배나 술??)도 안하는데
뭐하러 멀쩡한 재 몸을 탓하겠습니까.
하지만 털 때문에는 정말 많이 속상했습니다.
학교에서 실과시간에 목재로 물건 만들기를 과제로 하는데
어떤 남자친구의 나무를 잘라주고 있으니까
옆에서 그 친구가 "와, 나보다 털 많다."이러는 겁니다.
그러더니 옆에서 톱질 구경하고 있던 애들 와서는
다리 걷으면서 "나는 별로 없는데"이러고있고..
더 어이없는 건 다리 털 없는 애들
"난 좀 많은데" 이러는 겁니다.
아 진짜 털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거지.
저도 다른 사람들이 겨드랑이 털 수북히 해가지고
여름에 막 팔 들고 그러면 불쾌하지만
그런거야 다들 제모도 하고 계시고....
그럭저럭 괜찮은데
나름 예민한 사춘기 때에 외모때문에 핀잔들으면
얼마나 열등감 느끼는지 아십니까.
나도 돈모아서 제모크림 살까, 생각하고
다치거나 데이면 그 부분에 털 없어지길래
안보이는 피부에 조금씩 지져보고 잘라보고.
심지어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에도 털 났는데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 나보고 어쩌란 겁니까.
저 아기 때는 머리 숱이 너무 없고 빨리 안나서
엄마께서 속상해하시고 남자 아기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전 털 많은 게 아빠닮아서 그렇다는 게
듣기 좋았거든요. 가족들끼리 다 안닮아서.
자기가 털 없으면 혼자 "아, 난 너무 깔끔한 피부야"하던지 말던지,
왜 옆에 가만히 있는 사람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는건지.
친구나 주위 사람이 털 많아보여도
"너 제모해라.""너 진짜 털 많다"이렇게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하고 넘어가지만
속으로는 비수꽃히고, 눈물 날 정도로 털이 싫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초딩의 푸념이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처 잘 받는 A형이어서 더 그런다구요)
사원한 가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