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죽도시장엘 다녀왔다.
친구들과 싱싱한 회도 한 접시하고, 기분좋게 술도 한 잔 했다. 오랫만에 서랍속에 잠잠고 있는 나의 로모도 깨워서 바닷바람을 맛보고...그리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죽도시장 앞으로 북부해수욕장(아닐 수도 있음)있는데, 그 옆으로 긴방파제와 그 끝에 붉은등대가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등대를 보면 꼭 그 앞에 서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을 해변에 남겨두고 이백미터쯤 되는 방파제를 따라 등대로 향했다.
등대를 보며 혼자서 걷는 그 길이 마치 내가 등대지기라도 되는 듯 담담하게 외로움을 맞으로 가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여기선 등대는 외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으리라.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등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등대에 도착해서야 등대의 벽면에 낙서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 어디에서 볼 수 있는 흰색화이트와 검은색 매직펜으로 주로 남자의 이름이나 여자의 이름들이 가운데 하트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적혀져 있다. 이건 국민성의 문제인 듯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흰색화이트나 검은색 매직펜을 들고 다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사랑해"일 것이다. 사람들은 저렇게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하는데 늘 조금 사랑에 고파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 수많은 낙서들 중에서 인상깊은 한마디를 보았다.
"이것들아, 그렇게 사랑하면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한참을 생각했다. 이게 욕인지, 축복인지.
표현이 다소 원색적이지만 어느정도 교육의 수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정말 멋지게 죽는 법을 알고 있는 놈인 것 같다. 정말 사랑하다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단 하루를 살아도 가슴뛰며 숨막히게 사랑하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05.06.26. 포항
2007/09/04 개시일
misst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