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처럼 말하는 여자를 봤어.
사실은 주말에 누가 소개를 해줘서 만났는데
이야기하는 동안은 너랑 닮았단 생각을 못했어.
모습이 워낙 다르니까..
그냥 나쁘지 않다 생각했었구..
착한 거 같다, 소탈한 거 같다, 생각했었구..
근데 집으로 오는 길에 그 사람이 그러더라.
아마 할말이 없어서 무심코 그랬겠지.
"달이 떴네요?"
그리곤 자기는 손톱을 또각 잘라놓은 거 같은 저런 달은 싫다고..
동그랗게 다 차오른 달이 좋다고..
그냥 한 말이었겠지만 뭐--
그리고 난 사실 달모양 같은 것엔 관심도 없지만
그 말, 그리고 그 순간 그 여자의 눈빛 같은 것들이
니가 했던 것과 너무 똑같아서 난 놀라서 물어봤어.
"왜요? 초승달은 왜 싫은데요?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어요?"
순간 내가 너무 심각했는지
그 사람은 나를 멀뚱히 한 번 보더니
자기도 진지하게 대답해 주더라?
어렸을 때 집이 엄청 가난했었다고,
그 때는 말랐다는 소리가 욕처럼 들렸다고,
그래서 그 때부터 초승달, 겨울나무
그런 거 다 싫어했었고,
아직도 보름달, 여름나무
그렇게 풍성한 게 좋다고..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던 거 같애.
'아- 이 사람도 결국 내가 다
채워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이겠구나.'
달이 뜬 밤 저녁을 먹고 나오던 길
아마 내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했었고
그러자 니가 그랬었지?
살빼지 말라고..
마른 남자 싫다고..
"나는 보름달이 좋고, 배가 푹신푹신한 니가 좋아.
앙상한 거, 마른 거, 혼자인 거, 다 싫어."
그 때의 니 표정,
끝도 없는 외로움을 가진 사람,
문득 문득 배고픈 아이같은 얼굴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일인지 난 기억해.
힘들고 속상하고 그리고 때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미칠 거 같은 일,
채울 수 없는 무엇이 있어서
자꾸만 자꾸만 더.. 더..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당장 곁에 없으면
견디질 못하던 너,
당장 달려가지 않으면
나를 너무 원망했던..
내가 가지 않으면
누구라도 기어이 옆에 두려했던 너..
'요즘엔 또 누구를 만난다더라.'
사람들의 가벼운 입에 한번씩
니 소식이 들려올 때면 난 생각해.
'넌 아직도 외롭구나.
아직도 더.. 더.. 자꾸만.. 자꾸만..'
이해할 수가 없어서
미워하게 됐던 너를
난 이제야 진심으로
걱정하는 거 같애.
이제 그만 외로우라고..
잘 살라고..
사랑을 말하다
♡ 성시경 /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