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예전 내가 가졌던 그 바램들이
애시 당초 허망한 기대였다는 것을 안다
추운 가을 날 밤 추리닝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오돌 오돌 떨었던 내게
꽁꽁 언 발을 뻔히 보면서도
끝끝내 따뜻한 말 한번 건네지 않았던 그 녀는
이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이미 했으니
그 뒤의 감정수습은 모두 내 몫이라는 투였다
당시엔 그 상황이 너무도 서러워
코끝이 빨개도록 분해했는데
이제 그 추억은 그냥
멋쩍을 뿐이다
술만 먹으면 그 일을 말하다가
어느 날 문득 떠오르다가
언제부턴가 그 일을 애써 떠올려야
하나 둘 기억이 나는 그런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게 뭐 그리 소중하다고 이렇게
글로적어 일러바치고 있으니
추억치고는 내게 꽤 값비싼 놈인 것 같다
그런거 같다
내게 유일한 남자였던 홍콩영화의 주인공도
내게 유일한 여자였던 그 때 그녀도
시간이 지나니
남자가 되는 과정이었고
사랑을 아는 과정이었다
이러다 내가
남자가 아주 못될 수도 있겠다
사랑을 아주 모를 수도 있겠다
뭐 이정도 까지 내 생각이 성숙해 가고 있는 걸 보면
영화속 주인공 멋진 남자나
사랑을 말해줄 멋진 여자가
다시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너도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