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지고는 웬만하면 글 안쓰는데 이건 생각해 볼 만한 거리인 듯 하여 키보드를 두드린다.)
프로야구 '가을축제'의 열기가 뜨겁다.
여러모로 팀컬러가 비슷한 팀끼리의 대결이라 더욱 그런 듯 하다.
혹자는 '발야구 대결'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는데
스크와 두산의 팀컬러는 단지 기동력의 야구라는 것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정말 비슷하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는데 최근 감독 교체와 함께 형성된 팀컬러라는것까지.
두 팀의 팀컬러는 요약하자면... 좋은 말로 하면 '근성'이요 나쁜 말로 하면 '비매너'다.
빈볼시비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새 아주 유명해진 문제의 화면이다.
화면에 나오는 스크의 유격수 정모선수는 아주 유명인사가 됐다. 안티카페까지 생겼다고--;
도루하는 주자를 막기 위해 2루수나 유격수가 베이스를 타고 앉는 자세가 어디까지 허용되느냐는 사실 애매한 문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특히 야구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저 자세가 반칙이냐 아니냐도 심판이 판정할 문제일 뿐이다.
어쨌든 저 선수는 저 자세때문에 욕 무쟈게 먹는다.
이건 더 유명한 반칙 장면; 볼이 빠진 상황에서 3루로 가려던 주자를 손으로 붙잡았다. 의도적이건 반사적이건 명백한 반칙이다. 다만 심판이 못봤을 뿐...
이런 것 때문에 '정근우 퇴출'을 주장하는 자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프로정신 어쩌고 운운하며...
하지만 나는 이 장면을 보며 나는 2002년 월드컵축구 때의 한국 국대가 떠올랐다.
히딩크가 감독을 맡고 나서 한국 축구 국대의 플레이에서 생긴 변화는 '상대선수 옷잡기'를 비롯한 '심판 안보는데서 반칙하기'의 증가였다.(당시에는 생생한 사진이 웹상에 많았는데 지금은 찾기 어려워 아쉽다;)
히딩크가 가르친 기술 중에 가장 대표적인게 반칙 기술이었다는 것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 반칙기술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공공연히 통하던 것이었고, 한국팀도 그것을 습득함으로 인해 전력이 한층 상승되면서 유럽팀들과 대등한 경기가 가능해졌고, 마침내 홈어드벤티지를 업고 4강진출까지 가능했던것도 공인된 이야기다. 단지 그게 '우리 국대'였기 때문에 '비매너'논란이 없었던 것일 뿐이다.
반칙도 기술이라면 기술인 셈이다. 심판에게 안들키고 할 수 있다면;
이른바 빈볼과 몸쪽 위협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타자가 타석에서 홈플레이트로 얼마나 붙을 수 있는지도 사실 심판의 재량인 애매한 문제다.
그래서 어떤 팀들은 상대 투수의 몸쪽 공략을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몸쪽으로 붙는다.
이번 시리즈에선 두산이 그랬다.
이때 투수가 사구를 두려워하여 몸쪽 승부를 피한다면 상대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몸쪽을 던질 수 없다면 남는 것은 바깥쪽 뿐. 노려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된다.
김성근이 이끄는 '근성'의 스크 투수진은 역시 피하지 않고 몸쪽 위협구로 맞불을 놓았고, 그것은 사구의 남발과 빈볼시비로 이어졌다. '근성'이라면 뒤지지 않는 상대팀 두산 역시 일종의 보복인지 몸쪽 위협구를 많이 던졌다.
'공공의 적'이 된 정모선수 역시 빈볼성이 다분한 사구를 맞았는데, '근성'으로 똘똘 뭉친 이 선수는 그대로 걸어나가 7:0상황에서 상대방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비매너' 홈스틸로 기막히게 되갚았다. 분명 '매너'는 없지만 '근성' 하나는 인정할 만 한 부분이었다. 진정한 '프로정신'이란 무엇인가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에서 매너와 근성 사이는 참 애매하다.
이번 난투극의 주인공인 두 팀도 각각 김인식과 조범현이 감독일 시절에는 '믿음의 야구'와 '깨끗한 팀 이미지'로 유명했었다.
단지 최근 들어 팀 컬러가 바뀌었을 뿐이다. '매너'에서 '근성'으로.
야구와는 좀 다르지만 최근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비비기 버그'를 이용한 상대방 입구 봉쇄 뚫기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이름난 고수였던 임모선수가 사용한 변칙 플레이 '얼라이 마인'이 문제가 되었다.
이것들 역시 '얍삽이'라 할 수 있는 '비매너'이지만, 승부를 위한 하나의 '근성'으로 봐 줄 수도 있는 문제다. 판정은 결국 심판이 할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매너 있는 패자'보다는 '근성 있는 승자'를 기억한다.
패자는 단지 조용히 사라져 갈 뿐이다.
어찌 스포츠 뿐일까.
세상살이가 다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선의'라는 수식어로 치장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매너'따위 생각하다가는 '낙오자' '찌질이'가 되기 십상이다.
2루 베이스를 얼만큼 타고 앉느냐, 타석에서 얼마나 홈플레이트로 붙느냐는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2루를 타고앉지 않고, 홈플레이트로 붙지 않는 사람을 '신사적이다','낭만적이다','정의롭다'라고 칭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