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루이 비통의 수장으로 새롭게 임명된 마크 제이콥스는 전통과 혁신의 적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가까운 예가 페리 엘리스를 디자인하던 시절부터 그에게는 마더-모티프로 작용한 그런지 패션, 2006 F/W 시즌의 컨셉트다. 시니컬한 다수의 대중이 루이 비통의 전통적 이미지를 잣대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의 노련하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재탄생된 루이 비통식 그런지 패션이 시즌 트렌드의 방점이었다는 점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네덜란드의 황금기 화가들. ‘모노그램 핸드백을 든 소녀’라는 재치 어린 부제를 단 이번 컬렉션에 대해, 마크 제이콥스가 직접 입을 열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집중한 테마는 무엇이었나? 우리네 삶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콘트라스트다. 바로 텍스처, 컬러, 명도, 화려함과 심플함 같은 것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텍스처는 특히 중요한 요소로 쓰였는데, 그것이 검정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검정색 컬러의 니트 소재 터번과 검정색 캐시미어를 광택이 도는 검정가죽과 함께 매치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고유의 색상을 살리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영감을 준 베르메르의 그림과 스칼렛 요한슨이 등장한 영화 는 이번 컬렉션에 독특한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모노그램 핸드백을 든 소녀’말이다.
로맨틱하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무드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을 재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루이 비통의 과거 컬렉션을 밑그림으로 삼고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미니멀했던 첫 번째 컬렉션, 2001년 러시안 컨셉트의 컬렉션, 그리고 2004년 스코틀랜드 컨셉트의 컬렉션까지. 대담하지만 거친 느낌을 통해 쉽게 전달할 수 없는 로맨스를 그리고자 했다. 강렬하고 힘이 넘치며, 로맨틱하지만 지난 시즌의 발랄함과 사랑스러움과는 완전히 다른 그 무엇 말이다. 요약하자면, 이번 시즌은 강렬하고 대담한 형태를 기본으로 셔츠, 스커트, 재킷, 팬츠까지 모든 아이템을 심플하게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모든 룩에 씌운 화가 스타일의 커다란 베레를 보면 알 수 있듯, 컬렉션 전체에 인상적이고도 로맨틱한 무드를 입히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은 베르메르에게 헌정하는 것인가? 컬렉션 자체를 베르메르에 대한 헌정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충분한 자극이 되었고, 색상과 옷감에 대한 연구를 하게 해주었다. 또 이번 시즌에 나아가야 할 방향 중 하나로 로맨스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주었고. 그림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 새로운 스타일을 가진 옷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다양한 패브릭 처리와 실루엣, 커팅 라인, 드레스 라인, 액세서리와 백 라인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해석을 하게끔 만들었으니까.
매 시즌 굉장히 많은 가방을 탄생시키고 있는데?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의 상징은 가방이다. 이곳에 처음 와서 컬렉션을 준비할 때 모든 열정을 의상에 쏟은 것이 사실이다. 그 시행착오를 통해 하우스가 가진 백 라인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기는 쪽을 택했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창조적이고 재기발랄한 나의 디자인 팀과 함께 매 시즌 여자들이 갖고 싶어 할 만한 백에 대한 아이디어와 모노그램, 기술, 하드웨어, 실루엣 등을 창조해낸다. 여자들은 물론 모든 아이템에 욕심을 내지만, 그중에서도 가방에 가장 열광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나. 요즘엔 지인들의 전화도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 백을 가질 수 있죠?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봤자 소용이 없다구요!”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은 무척 재미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엔 여자들이 어떤 아이템에 가장 열광할 것 같은가? 새로운 모노그램을 좋아할 것 같다. 또 모터사이클 재킷 위에 매치한 진줏빛 백도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감각이 있는 여자라면, 펜슬 스커트와 대비를 이루는 루스한 디자인의 백도 좋아할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의상들이 대체로 웨어러블한 것이 마음에 든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컬렉션은 쉽게 입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즉, 옷을 만들어서 박물관에서 썩게 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뜻이다. 생각만 해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분이 좋을 때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의 의상을 입고 있는 여자와 마주칠 때 아닐까 싶다.
모든 룩에 가방을 들리는 데에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모델에게 옷을 입히고 나서 손에 가방이 들려 있지 않으면, 루이 비통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루이 비통을 사랑하는 여자라면, 누구든 루이 비통의 새로운 백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래서 모든 모델에게 루이 비통 백을 들게 한다. 그게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니까.
이번 시즌 캠페인 모델인 스칼렛 요한슨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그녀는 여성스러움과 섹시함, 현명함, 배우라는 직업, 그리고 뉴요커라는 배경을 다 갖췄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느낌이 정확히 전달되고, 그것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소재에 대해 말해달라. 실리콘과 고무, 나일론 소재를 가미해 만든 두 겹 처리된 캐미시어 실크를 사용했고, 바느질 대신에 스쿠버 원단으로 스티칭 처리를 하는 등 루렉스 & 루렉스 사의 기술을 이용하여 독특한 원단을 탄생시켰다. 울 소재를 포함, 모노그램 캔버스는 메탈릭한 필름 프린트의 모습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새로움에 반해, 관객들은 루이 비통의 첫 컬렉션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1997년 루이 비통 컬렉션의 미니멀한 구성을 참조했기 때문이다. 니트 베레와 모피 블루종, 강렬한 레드 컬러의 타탄 체크와 빅토리아풍 디테일을 눈여겨봤다면 바로 캐치했을 사항이다.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그동안 루이 비통이 선보여온 모든 로맨스를 축약하는 것이며, 옷 자체가 아니라 옷을 어떻게 입을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의 회귀를 믿는가? 나는 절대 미니멀리즘을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심플함과 퀄리티, 그것뿐이다.
당신은 파리에 대해 애착이 아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파리를 패션의 수도라 생각하나? 낭만적인 의미에서 파리는 패션의 수도가 맞다. 고정관념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나에게 파리는 여전히 패션의 메카다. 나는 지금 파리에 살고, 파리에서 쇼를 하며, 세계 유명 브랜드를 위해 일을 하고 있으니 뉴요커 출신 디자이너로서의 꿈은 모두 이룬 것 같다. 파리는 그만큼 나에게 모든 것이고, 패션이고, 아름다움이며 매혹적이고, 달콤함 그 자체다!
마지막 질문 하나, 가장 좋아하는 백은 무엇인가? 이런. 마치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묻는 것과 같다. 하지만 굳이 고르라 한다면, 이번 시즌 백 중 오토바이 가죽 백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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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최서연
- 출처 l www.w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