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순시온의 기후는 참으로 변화무쌍이다.
전형적인 여름날씨를 보이다가도 느닷없이 가을날씨로 변하거나 봄날씨로 바뀐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내내 이슬비는 오락가락 하며 마음을 심난하게 하였다.
사람없어 조용하기만한 살롱을 왔다 갔다 서성이며 그림들을 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림속의 경치나 표정을 되풀이하여 살펴보며 무언가를 발견하려 하였다.
이곳에 머물면서 그림에 대하여 궁금한것이 많아졌다.
그림을 바라보다 보면 온갖 감정들이 느껴진다.
글쓰는 작업과 마찬가지로, 그림 그리는 작업 역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산고의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며칠전에 서정원교민에 대한 투병소식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당시에 한번 병문안을 가봐야 한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졌다.
오후에 구완서 교민께서 친히 데려다 주셨다.
자동차로 약 20여분을 달려서 들어선 구역은 비교적 중산층들이 사는 곳으로 보였다.
다시 이슬비가 굵어지면서 사방이 어두워졌다.
자갈이 깔린 이면 도로를 따라가다 정면이 트인 어느 집앞에 차는 멈추었다.
강아지와 개들이 쫓아나오며 짖어댔다.
잠시후에 집안 시중꾼으로 보이는 여자가 대문으로 나오며 질문을 하자 구사장님이 설명을 하였다.
집안에 들어서 환자가 자리하고 있는 내실로 들어갔다.
문안의 시간이 끝나고 돌아서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날씨처럼 무겁고 어두웠다.
서정원교민은 13년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깨아래 하반신이 마비상태란다.
13년 6개월을 병상에서 누워 지냈다고 한다.
표정에서는 전혀 13년여의 투병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는 밝은 표정이었다.
놀랍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분의 얼굴에서 그동안의 번민과 고통을 읽어보려 하였다.
잠시라도 그분의 짐과 고통을 같이하여 보았으면 하는 마음마저 그분에게 결례가 될까?
대문을 나서 자동차로 항하는데 건너편 집 담장에 붉게 피어있는 꽃
이 몇송이 보였다.
자동차에 운전석의 맞은편으로 가기위하여 인도를 내려서자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자동차의 문을 닫고 창밖을 바라보니 빗줄기에 꽃송이들이 묻혀 보아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