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끼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이건 욕심 중에도 대단한 욕심이다.
아직도 차마 못 버리고 간직하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을 간직한 물건들이다.
그건 물건이라기보다는 낡은 기념사진이나
몇 자 안 되는 편지, 유리반지, 은반지, 은노리개,
돌멩이, 이국의 식당의 컵받침이나 냅킨 따위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내 마음속에 숨은 비밀을 일깨워준 것들이다.
어떻게 내 안에 그런 것이 있다는 걸 알았겠는가.
떨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솜털의 떨림 같기도 운명의 떨림 같기도 한,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
그것을 비밀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밀이라고 해서 부끄럽거나 부도덕한 것하고는 다르다.
내 마음의 밑바닥에서 솜털이 일어서는 것 같은 떨림은
절대로 남에게 설명할 수도 없거니와 누구하고 공유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밀이야말로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나보다.
박완서 / 그 남자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