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디올의 원색이든 비통의 파스텔이든 모피 그 자체에 원죄의식을 느끼거나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경험한 적 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당대의 패션 구세주답게 당신의 마음에 평온함을 선사한다. 프라다가 제시한 인조 모피가 그것. 프라다 하우스는 소재에 관한 한 늘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는 말투로 설명한다. “올겨울 역시 누구도 상상 못할 독특한 기법의 소재를 개발했어요. 모피 모헤어, 스티치, 자카드, 엠보싱 등 프라다만의 독점적 소재 가운데 최고는 바로 ‘Fur Mohair’입니다!” 진짜 밍크가 전혀 쓰이지 않은 컬렉션에서 이 소재는 모피 효과를 내는 데 그만이었다. 인조 모피의 윗부분을 깎아 초록, 주황 등으로 염색해 모피의 스마트한 대안을 선사했음은 물론, 최근 몇 달간 패션 매거진들이 소재 기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하는 데 일조했다.
존, 마크, 미우치아 이 세 명의 패션 선지자의 컬러 모피만으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그렇다면 D&G의 핏빛 코트, 웅가로의 오렌지 주스색 코트, 검정이 듬성듬성 눈에 띄는 고티에의 노랑 모피 칼라, 화이트 위에 입은 레몬라임빛 모피 재킷을 매치한 마르지엘라, 짙고 심오한 에메랄드 빛깔로 모피를 물들인 에트로, 전기 충격을 먹은 듯 짜릿한 일렉트릭 블루로 풍선처럼 큼지막한 모피 코트를 만든 베르사체, 자수정 빛깔의 푸치 모피 코트 등등이 줄줄이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은가. “볼드한 컬러, 과감한 스케일! 이번 시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피는 여유로운 멋의 바이올렛 모피 코트입니다.” 붓으로 진한 파랑에 보라를 섞은 듯한 모피를 내놓은 마이클 코어스의 취향이다. 그야말로 빨주노초파남보 다 있지 않나?
지금껏 당신은 여러 패션 실험을 통해 나만의 신체적 장단점을 파악한 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하게 마음 가는 대로 패션을 조절한 결과 자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얻었을 것이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모피 역시 다를 게 없다. 배스킨 라빈스를 골라 먹듯 모피도 입어 봐야 어떤 모피 소재가, 또 어떤 컬러 모피가 내게 어울릴지 터득하게 된다는 소리다. 그러고 나면 계속 그걸 지키고 발전시키다 더 무모하리만큼 위험하고 짜릿한 컬러 모피에 도전하게 된다. 리얼 모피로 치장한 패션의 경쟁자들에게 트집 잡히기 싫다면 컬러 모피들을 입은 채 거울을 보며 내 머리 색과 피부톤을 먼저 고려해볼 것. 조언 하나만 더. 모피를 입은 유한마담처럼 보이는 게 죽기보다 싫다면, 이번 달 표지는 물론 패션 화보 ‘Brights! Camera! Action!’을 통해 컬러 학습을 마친 뒤 ‘Sexy Beasts’의 캡션도 줄 쳐 가면서 볼 것. 톱 모델 사샤와 캐롤라인이 컬러 모피에 멋진 벨트로 허리를 조여보라고 권하고 있으니까.
90년대에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벌거벗겠다며 크리스티, 타이라, 나오미, 마커스 등은 알리샤처럼 PeTA를 통해 나체 시위했다. 하지만 모피 앞에서 나오미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또 사진가 데이비드 베일리는 캣워크의 모델이 한 손으론 모피 코트를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론 관중을 향해 피를 뿌리는 모습을 담은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디자이너들은 바로 그 피의 색깔로 모피를 물들이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에 슈퍼 모델들과 멋쟁이들은 모피 앞에서 이렇게 소리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컬러 모피를 입지 않느니 차라리 벌거벗겠다!”v
- 에디터 / 신광호
- 포토 / JAMES COCHRANE, BAE JUNG HEE
-출처 / www.vogue.com


당신이 디올의 원색이든 비통의 파스텔이든 모피 그 자체에 원죄의식을 느끼거나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경험한 적 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당대의 패션 구세주답게 당신의 마음에 평온함을 선사한다. 프라다가 제시한 인조 모피가 그것. 프라다 하우스는 소재에 관한 한 늘 세상에서 가장 자신 있는 말투로 설명한다. “올겨울 역시 누구도 상상 못할 독특한 기법의 소재를 개발했어요. 모피 모헤어, 스티치, 자카드, 엠보싱 등 프라다만의 독점적 소재 가운데 최고는 바로 ‘Fur Mohair’입니다!” 진짜 밍크가 전혀 쓰이지 않은 컬렉션에서 이 소재는 모피 효과를 내는 데 그만이었다. 인조 모피의 윗부분을 깎아 초록, 주황 등으로 염색해 모피의 스마트한 대안을 선사했음은 물론, 최근 몇 달간 패션 매거진들이 소재 기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하는 데 일조했다.
존, 마크, 미우치아 이 세 명의 패션 선지자의 컬러 모피만으론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그렇다면 D&G의 핏빛 코트, 웅가로의 오렌지 주스색 코트, 검정이 듬성듬성 눈에 띄는 고티에의 노랑 모피 칼라, 화이트 위에 입은 레몬라임빛 모피 재킷을 매치한 마르지엘라, 짙고 심오한 에메랄드 빛깔로 모피를 물들인 에트로, 전기 충격을 먹은 듯 짜릿한 일렉트릭 블루로 풍선처럼 큼지막한 모피 코트를 만든 베르사체, 자수정 빛깔의 푸치 모피 코트 등등이 줄줄이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은가. “볼드한 컬러, 과감한 스케일! 이번 시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피는 여유로운 멋의 바이올렛 모피 코트입니다.” 붓으로 진한 파랑에 보라를 섞은 듯한 모피를 내놓은 마이클 코어스의 취향이다. 그야말로 빨주노초파남보 다 있지 않나?
지금껏 당신은 여러 패션 실험을 통해 나만의 신체적 장단점을 파악한 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하게 마음 가는 대로 패션을 조절한 결과 자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얻었을 것이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모피 역시 다를 게 없다. 배스킨 라빈스를 골라 먹듯 모피도 입어 봐야 어떤 모피 소재가, 또 어떤 컬러 모피가 내게 어울릴지 터득하게 된다는 소리다. 그러고 나면 계속 그걸 지키고 발전시키다 더 무모하리만큼 위험하고 짜릿한 컬러 모피에 도전하게 된다. 리얼 모피로 치장한 패션의 경쟁자들에게 트집 잡히기 싫다면 컬러 모피들을 입은 채 거울을 보며 내 머리 색과 피부톤을 먼저 고려해볼 것. 조언 하나만 더. 모피를 입은 유한마담처럼 보이는 게 죽기보다 싫다면, 이번 달 표지는 물론 패션 화보 ‘Brights! Camera! Action!’을 통해 컬러 학습을 마친 뒤 ‘Sexy Beasts’의 캡션도 줄 쳐 가면서 볼 것. 톱 모델 사샤와 캐롤라인이 컬러 모피에 멋진 벨트로 허리를 조여보라고 권하고 있으니까.
90년대에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벌거벗겠다며 크리스티, 타이라, 나오미, 마커스 등은 알리샤처럼 PeTA를 통해 나체 시위했다. 하지만 모피 앞에서 나오미는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또 사진가 데이비드 베일리는 캣워크의 모델이 한 손으론 모피 코트를 흔들며 다른 한 손으론 관중을 향해 피를 뿌리는 모습을 담은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디자이너들은 바로 그 피의 색깔로 모피를 물들이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에 슈퍼 모델들과 멋쟁이들은 모피 앞에서 이렇게 소리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컬러 모피를 입지 않느니 차라리 벌거벗겠다!”v
- 에디터 / 신광호
- 포토 / JAMES COCHRANE, BAE JUNG HEE
-출처 / www.vog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