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나는 아오키에게 화가 나 있었습니다.
때로는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만원 전철 안에서 내가 느낀 것은 분노나 증오라기보다는 오히려 슬픔이나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었습니다.
'정말 이 정도의 일로 인간은 의기양양하게 승리감에 젖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정도의 일로 저 남자는 진심으로 만족하고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한없는 애처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입니다.
저 남자는 진정한 기쁨이나 진정한 자부심 같은 것을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저 소리없는 떨림을 저 남자는 죽을 때까지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어떤 유의 인간에게는 깊이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뭐 나한테 깊이가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깊이란 것의 존재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조차 없습니다.
그들은 아주 공허하고 평탄한 인생을 보냅니다.
아무리 타인의 눈길을 끈다 한들 표면적인 승리를 쟁취한다 한들
실질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침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