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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Wild. [인투 더 와일드.]

손민홍 |2007.12.11 13:50
조회 119 |추천 0
.Into the Wild.  


 

Into the Wild. 2007 - Sean Penn.

Regent on Worcester.

 

얼마 전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20살에 불과한 청각장애 여인이 성폭행 당한 후 잔인하게 살해된 뒤 2주가 다 되어서야 시내 중심에서 북쪽에 위치한 어느 숲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Emma Agnew'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크라이스트처치내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주위에서 마음씨 좋기로 소문난 인물이었기에 사건의 충격은 더욱 컸다.

크라이스트처치 미디어는 그녀가 실종된 후부터 연일 이 사건을

중요기사로 보도해왔고 대대적인 수색작전 끝에

마침내 시신이 발견된 날,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비롯 이 곳 시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2주 동안 신문을 들춰가며 관심있게 지켜본 난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나는 내 자신이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에 치여 죽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만년필이 머리에 꽂혀 피를 뿜으며 죽어가진 않을거라는 생각을 해왔다.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다가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근거없는 개인적 추측으로 짧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추측에는 나쁜짓을 하지 않으면 벌 받지

않을거라는 인과응보의 정신이 강하게 뒷받침되어 있었다.

근데 뭔가...
저렇게 착하게 살던 여인도, 더구나 들을수 없는 장애를 안고도

그렇게 밝게 살아왔다는 용기있는 여인도 이토록 처참하게

죽어갔는데, 나는 뭘 했다고 웃으면서 죽을거라는

생각을 해왔을까?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이 난 'Into the Wild'를

보고 난 후의 내 머리속에는 평온한 기온이 감돌았다.

영화를 보며 울진 않았다. 솔직히 조금 울고 싶었지만,

울음이 목 까지 차올랐지만 옆에 딱 붙어 영화를 보던 한 젊은

여자가 훌쩍거리는 순간 그만 울먹거리던 내 눈에 눈물이 쏘옥

들어가버렸다. 대신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조금은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영화가 끝이 난 그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마음에 담아 둔 가슴벅찬 여운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동안 지직거리는 소리로 내 짜증을 돋우던

이어폰이 맑은 소리로 나를 놀래키며,

마침 영화를 보던 날 새로 다운 받은 'Timbaland' 의 'Apologize'의 멜로디가 영화의 마지막과 절묘하게 들어맞는 우연을 시작으로

10대들의 전유물인 금요일밤 시내 중심가는 이상하게도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내 평온함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는 막차와 음악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도구들에 둘러싸여 왠지 모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와

다른 두 사람이 전부였다. 신호 한번 걸리지 않던 버스는 소리없이 정류장에 도착했고 내리는 순간 올라타는 한 할아버지는 영화 속 '알렉스'를 보내며 눈물을 흘리던 할아버지와 닮은 듯 보였다.

물론 아니었을거다. 집으로 가는 도로길을 걷던 내 옆으로는

영화 속에서 낡은 냄새를 풍기던 구형차들이 조금은 껄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정확히 2대 였다. 오후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씨가 영화를 보는 동안 맑게 갰는지 새까만 하늘로 뒤덮여

있었고, 이제 안경이 없으면 잘 안보이는 지경에 까지 이른 내 눈에 작은 별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Magic bus'를 돌아보던 '알렉스'처럼, 다시는 보게 되지 못할 사람을 등지고 가야하는 '알렉스'처럼,

다시는 보기 힘들 것 같아 넋 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늘 12시까지 TV를 보다 잠자리에 드는 Flat mate들이 어제는 다들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집 앞에서 한동안 서성거리다 조용히

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내 방이 마치 'Magic bus'인 마냥 옷을

입은 채 그냥 잤다. 영화가 내 머리속을 뒤집어 버린 것 처럼 나

역시 내 일상을 아주 조금 뒤집어봤다. 순간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이 부질없고 사소하게 느껴진 탓인지 멍하게 있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내가 나에게 던지는 전례없는 난이도의 질문이기에 답을 찾기는

커녕 허무하게 웃었고, 내가 지금 배낭을 메고 당장 산으로 바다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내가 곧 뛰어들어야 할 이 세계는 진짜

야생의 그것만큼 'Wild'하다는 말은 할 수 있다는

자체적이고 근시안적인 결론을 맺었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Into the Wild'는 그렇게 나와 소통했다.

 

'디카프리오'의 이미지를 많이 닮아있는 '에밀 허쉬'가 가져온

퍼포먼스는 올 해 최고 중 하나였고, 그 외 낯선 캐릭터들이 영화에 담아낸 신선함은 기존의 배우들이 던져준 색다른 이미지와

잘 융합되어 영화 자체를 신선하고 독특하게 빚어냈다.

실화와 실존인물이 선사하는 이 '진짜 이야기'는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주는 감동들로 가득하다. 그와 소통한 수 많은 인물들이 살아온 인생,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알렉스'의 매력적인 여정과 길지않은 인생을 조각하고 살찌웠다. 나는 그의 마지막 숨소리와 사진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숀 펜'의 연출은 무뚝뚝하고 거칠었지만 그의 'WILD'는 평온하고 섬세한 손길 가득한 이야기였으며 한편의 그림이요

'Alexander Supertramp'의 인생이었다.

나는 영화로 가장한 한 인생을 만났다.

'Jon Krakauer'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Into the Wild'는

'Christopher McCandless'의 인생 중 짧지만 그의 전부였던

2년 여간의 여정을 영화화했고, 영화로 만들수 있게 되기까지는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Into the Wild'는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I NOW WALK INTO THE WILD...  

 

bbangzzib Juin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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