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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의 범죄현장에서 할 말을 잃다.

유인숙 |2008.01.01 16:23
조회 2,363 |추천 61


살다가 이런일도 다 있군요.

 

어린 피의자들 앞에서 피해자 입장으로 있어여 한다는

 

게참으로 씁쓸하고 우울합니다..

 

사는곳은 서울이고 원주에 아파트를 한채 분양받았습

 

니다.

 

결혼한지 7년만에 첫 집이였죠.

 

잔금을 다 치룬 상태에서 입주청소까지 마치고 가끔

 

강원도에 내려갈때 보일러 점검과 하자보수 상태를

 

위해 몇번 들렸더랬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주집에 갔던게 지난 11월 20일경

 

새집은 보일러를 쎄게 틀고 환기한번 시켜주어야 한다

 

길래 일부러 시간내어 내려갔다가 막상 보일러를

 

틀고 보니 마루바닥이 들고 일어나길래 하자보수를

 

의뢰하고 서울로 온것이 마지막이였습니다.

 

보름쯤 뒤 들뜬 마루 보수가 마무리 되었다고 전화가

 

왔고 새해 1월쯤 다시한번 가 볼 요량이였죠.

 

그런데..지난 29일 원주아파트 관리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번 내려오셔야 할것 같다며..

 

좀 심각한 목소리에 부랴부랴 그 먼곳 까지 단숨에

 

갔습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도착하자 관리소장께서

 

엘리베이터cc티비 녹화장면을 보여주십니다~

 

29일밤 10시쯤 1층에서 꽤 여러명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11층에 섭니다.

 

11층 현관문이 열리고 다시 서너명의 아이들이 또

 

타고는 저희집층인 15층에서 내립니다.

 

 

모두 열한명..

 

저희집이 제일 꼭대기 층이거든요.

 

그러고는 새벽 3시가 조금 너머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를 타고 내려오는게 보입니다.

 

올라갈때는 손에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올라가

 

더니 나올땐 빈손이더라구요.

 

cc티비 녹화분을 보고 바로 저희집으로 관리소장님과

 

경찰분을 대동해서 올라갔습니다.

 

현관문은 이미 망가져 있더라구요.

 

집안은...정말..살다가 그런 아수라장은 처음

 

보았습니다.

 

술병은 성한게 한개도 없이 몽땅 깨져서 바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부엌 싱크대엔 무슨 뜨거운걸 올려 놓았는지 녹아서

 

우그러져있고~

 

안방을 보고는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불을 폈는지 장판이 다 까맣게 탔더라구요.

 

불이 안 난게 천만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지며 몰딩 성한곳 없이 담뱃불로 지져서

 

얼굴덜룩하고 붙박이장롱에 서랍은 다 꺼내져서

 

날카로운 무언가로 찍어놓았고..

 

문짝은 덜렁덜렁 떨어지고..

 

작은방엔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모를 이불과 베개

 

그리고 콘톰이 뒹굴뒹굴..

 

 

그곳에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망년회를 즐긴모양이

 

더라구요.

 

한숨과 웃음이 번갈아 나왔습니다..

 

할말을 잃었다는 상황이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바로 11층에 경찰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벨을 누르니 여학생이 자다가 일어나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오더군요.

 

아까 cc티비에서 보았던 그 여학생입니다..

 

중3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경찰이 이것저것 물어보니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딱 잡아뗍니다.

 

그러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한명의 전화번와 이름,

 

학교를 대줍니다..

 

남편이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경찰분 하시는 말씀이

 

아직 미성년자고 영장이없는 상태에서는 이정도만

 

하면 된다시며..증거가 확실하니 잡히는건 시간문제라

 

고 하시더라구요.

 

지구대에서 맡았건 사건은 강력계로 넘어가고 지문을

 

따러 오시고..

 

저희는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 나왔습니다.

 

오래된 빈집에서 이런건 보았지만 새 아파트는

 

당신들도처음 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이들 처벌을 원하냐고 물어보시길래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집만 생각하면 미치게 화나지만 그 순간 왜 그 아이들

 

의 부모가 떠오르는지..

 

이건 무슨 주책맞은 오지랖이랍니까?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이제 겨우 열세네살

 

아이들이 저지른 사악한 일들을 생각하니

 

답답하고 우울했습니다.

 

잘 몰랐었는데~

 

그게 참 큰 죄더라구요..

 

조용히 들어가서 잠만 잔것도 중죄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가택침입에 불을 지르고 기물파손 까지..

 

생각만 해도 몸 서리가 쳐졌습니다.

 

저희는 이제 거기서 못삽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그 먼곳까지 가서 살려고

 

맘 먹었을때는 나름 계획과 각오가

 

있었는데..다 깨져 버렸어요.

 

너무 무서워서 살 수 가 없을것 같아요.

 

열한명의 아이들이 다 잡히면 경찰서에서 저희를

 

부르겠죠.

 

그 어린 아이들 앞에서 피의자 입장으로 서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요즘은 그 생각만 하면 잠도 안 옵니다..

추천수61
반대수0
베플이근형|2008.01.02 17:15
은아야! 너 중딩이지? 분위기좀 파악해라. 작성자가 길에서 담배피고 침좀뱉고 다리떠는 중딩을 나무란게 아니다..가택침입에 방화 기물파손한어린놈무시끼들을 콩밥먹일지 봐줄지 고민하는거다..네 생각도 방학중이냐???
베플채정민|2008.01.01 17:17
저라면 처벌 받게 하겠습니다. 솔직히 만일 제가 피의자라면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하겠지만요. '한 번의 기회'는 지금 그 아이들에게 줘 봐야 별로 감동 받지도 못하고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을 거란 각오 같은 것도 생기게 하지 못할 겁니다. 아마... 잘 생각하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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