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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부모님과의 만남에서 저질렀던..

캐안습이야 |2006.08.02 13:31
조회 73,646 |추천 1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이예요~
뜬금없이 남친이 말하길, "야, 우리 엄마가 너 보고싶다고 하시는데..ㅡㅡ;;;"
아니 이게 왠 날벼락 같은 소리입니까??
제가 워낙 낯도 가리고 그렇게 살가운 성격도 아니어서
그런 자리는 부담스러워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피하고 싶었거든요ㅠㅠ

정말 살떨리게 긴장되지만 별 수 없지요-
남친 집에 인사 드리러 가기로 했어요..
(걔네 부모님께 "저는 두 분을 뵙고 싶지않습니다"해서 밉보일 필요는 없잖아요 절대ㅠㅠ)

 

인사를 드리러 가자니 이것저것 신경쓸게 한 두가지가 아니더라구요ㅡㅡ;;
선물도 준비를 해야겠고 옷도 좀 여성스럽게 맞추어 입어야하겠고
평소에 따지지도 않던 식사예절 머 이런 거 네이년 지식검색해서 살펴보고..
전에 우리 큰언니가 형부네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갈 때 말하기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의 첫인상과 준비해가는 선물에서의 센스!!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미용실가서 머리도 좀 깔끔하게 정리하고 원피스도 하나 장만하고..손톱정리, 발톱정리, 목욕재계까지 하고~

 

선물을  준비하려니깐 미치고 팔짝뛰겠더라구요-
울 엄마 아빠 선물도 때마다 골치인데..남의 부모님 취향을 제가 어찌 알겠어요ㅠㅠ
그래서 어머니께서 평소에 찻잔 모으시는 걸 좋아하신다고 해서 집에 있는 찻잔세트를 하나 슬쩍했습니다(엄마 미안^^;;)
아버지께서는 분재가 취미시라는데..그 쪽으로는 영 모르고...또 당뇨가 있으시다니 와인이나 그런 것도 준비하기 힘들고-
아무래도 건강에 좋은 뭔가를 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지식검색을 또 했더니
(그래서 이제 당뇨에 관해서는 준박사가 되었다는..쿨럭;;)
원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은 체중관리를 해야되서 영양제나 한약같은 걸 못먹는데요..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는 파마톤이란 영양제를 드시거든요-당뇨이신데..그래서 알아보니 그 약은 체중이 증가하는 증상은 없어서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영양제래요..그래서 아버지 선물은 그걸로 하기로 결정!!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죠-
머리도 롤로 감아주고 안하던 화장도 하고...
그날따라 긴장이 되서 아침을 걸렀는데...그게 문제였던 걸까요??ㅠㅠ


아무튼 23년 제 인생 중에서 최대한으로 꽃단장을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남친 놀라는 모습이 '이야~~'가 아니고 '흠칫!!'이더만요ㅡㅡ;; 꽃이 너무 많았던게야??)
어머니 찻잔셋트(원래는 울엄마꺼..ㅋ)도 챙겼는지 확인하고 아버지 파하톤 영양제도 챙기고
외관상태 말짱한가 재차 확인, 정신상태는 원래가 요 모양이니 패스 ㅡㅡ;;

남친 집 앞에 도착하니 머리가 아득~해져 오더만요;;
아아..자고로 저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과의 관계가 초겨울의 살얼음장과 같았다고나 할까..;;;
잘보여야하는데..
잘보여야하는데..
잘보여야해..
잘보여야지..
잘보일꺼야..
잘보일수있을까??ㅠㅠ

 

부모님과의 첫 만남은 일단 수월했습니다~(한 듯 보였습니다..;;)
평소같지않게 조신조신하게 굴었고
남친 부모님께서는 제가 준비한 선물도 맘에 들어하셨어요 ㅎㅎ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점심식사를 시작했어요~
평소처럼만 먹었으면 됐을텐데 식사예절이니 뭐니 평소에 신경도 않던걸 생각하면서 긴장했던게 잘못이었겠죠??
(하던대로만 하라규-ㅠㅠ)
식사를 마친 후 다과상 앞에 앉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는겁니다..
사실 평소에도 요놈의 예민한 장이 골치였는데 설마 이런 상황에서까지 날 배신할줄이야..ㅠㅠ

 

꾹 참았습니다.
배 안에선 전쟁이 난 것 같은데도 하하-웃으면서 꾹꾹 참았어요ㅠㅠ
삐질삐질 땀이 흐르고 싸악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한계를 느끼면서도
어떻게 처음 온 집에..더군다나 남친 부모님 집에서 그럴 수 있냐며 꾹꾹 참았더랬습니다ㅠ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머릿 속이 하얘지더군요;; 그렇게 잘 웃으셨는데 한순간에 분위기가 싸해질만큼 독했던가요?? 소리가 컸던가요??ㅠㅠ
젠장젠장젠장-다시 생각하니 정말 부끄럽네요ㅠㅠ
마치 탱크가 수박밭을 짓밟고 지나가는 듯한 퍽퍽 퍼퍽 하는 소리 끝에 정적-
그제서야 저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일어섰습니다ㅠㅠ
새빨갛게 홍당무가 되어서요ㅠ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보고서도
너무너무 부끄러워서 못나가겠더라구요..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
게다가 이게 무슨 일??!!!!
물이 안내려갑디다 물이!!
이 집 수압이 왜 이렇게 약합니까!! 내가 볼일을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어케 물이 안내려갑니까ㅠㅠ
바가지에 물 받아서 변기 안에 부어보기도 하고 안달해봤지만ㅠㅠ
지저스!!

 

우리 엄마는 날 왜 이렇게나 예민한 장의 소유자로 낳아서 내가 오늘날 이런 창피를 당하게 하는걸까..하고 불효막심하게도 낳아주신 울 엄마를 잠시 원망했다가
오늘 아침도 적당히 먹고 편안한 맘으로 점심을 먹었으면 좋았을텐데-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도 하고..ㅠㅠ
오지말걸오지말걸 저 자식은 괜히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가지고선 나를 이렇게 만드는거야-하고 남자친구 욕도 하고ㅠㅠ

화장실에 주저앉아 너무 오래 정신이 나가있었는지
남친이 데리러 왔더라구요..
 "**야~괜찮아??"
 '안괜찮다, 이 자식아!!' 으흐흑
이 넘도 적잖이 당황한 듯 보이더군요..
남친이 어머니께 가서 뚫어뻥을 찾아와서
자기가 뚫겠다는 걸 내보내고 제가 뚫었습니다ㅡㅡ;;

 

얼굴 철판깔고 잠깐만 앉아있다가 얼른 나가버리자..하고 각오를 단단히하고 다시 거실로 갔더니
왠걸, 어머니 왈 "자리가 불편했구나?? 원래 어른들 있는 자리가 불편해서 긴장하기 마련인데 신경을 못써줘서 미안하다^^" 라시며
당신은 옛날에 남친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갔을 때 실수로 상을 엎어버렸느니
술 한 잔 받아마시고 취해서 방바닥 청소를 했느니 하시며
옛날에 당신은 더 했노라며 실수담을 줄줄줄 말씀해주시더라구요ㅠㅠ
이런 인정많으신 어머니같으니라구-아들아, 어머니 좀 닮아주지않으련??ㅠㅠ

 

그 날 이후로는 가끔 남친이랑 통화하다가 어머니 바꿔서 인사도 여쭙고 가끔 놀러도 가는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날은 제 인생 최악의 날로 기록되고 있답니다ㅠㅠ

 

 

 

여러부운~~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실수했던 경험담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읽으면서 위로 받고 싶어요ㅠㅠ

 

  정말 웃긴 내 남동생과 엄마, 행복합니다

추천수1
반대수0
베플님...|2006.08.03 08:57
최고의 센스...네이년...지식검색 대박 ㅋㅋㅋㅋㅋㅋㅋ
베플아하하하|2006.08.03 11:28
글쓴님 예민한 장 만큼이나.. 그집 변기도 예민했나보네...ㅋㅋ 낯선 건더기를 내려보내지 않는 예민함...ㅋㅋㅋ
베플난남자|2006.08.03 10:49
여친 부모님과의 첫 대면에..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갈려는데 여친부모님 제가 조금은 맘에 드셨는지;; 자꾸 집에 들려 차라도 마시고 가라고 하시는 통에.. 저 그날 쩍팔리지만 키높이 구두 신구 갔었거든요;; 제가 키가 172...의 단신이라 좀 키큰 여친170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여친 집안이 워낙에 장신들이라 기죽기 싫어서 키높이구두를 장만해서 신고 갔었는데;; 자꾸 집에 들렸다가라고..하는거 자꾸 빼는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할수 없이 갔는데... 자꾸 키높이구두가 신경쓰여 여친한테 몰래불러서 말했죠 나 키높이구두니까 나 들어가면 잽싸게 신발장에 넣어두라고.. 근데 왠걸;; 이 왠수같은 여친.. 신발벗고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우와~ 이게 키높이구나 이런거 처음본다고 신기하다고 지언니 불러 구경하라고 하더이다;; 한순간 제 신발주위로 온가족이 모여;; 구경하는 꼴이 ㅠㅠ 뒤에서 혼자 민망함에 좌절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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