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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한 번에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민정 |2008.01.30 01:41
조회 317 |추천 2


2008년 1월 26일 (토) 18:36 조선일보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이인식의 '멋진 과학']

안경.시계.신발 등에 작은 컴퓨터 장착 ... 인체 네트워크 연구중

 

사람의 피부를 마치 전선처럼 사용하여 서로 악수만 해도

개인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1995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의 닐 거센펠드 교수는

'생각하는 사물'(Things That Think)이라는

연구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물건에 다는 태그(꼬리표)처럼 작은 컴퓨터를 개발하여

안경, 손목시계, 신발 등 필수품에 장착하는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컴퓨터 태그가 내장된 물건은 지능을 갖게 된다.

사람이 착용한 물건에 부착된 컴퓨터 태그끼리는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람의 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안이 강구되었다.

이른 바 인체 네트워크(HAN.Human Area Network)의 전원은

신발 뒤축에 넣는 발전기로 해결하거나

사람이 걸을 때 몸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거센펠드는 인체 네트워크가 실현되면 사람들이 피부 접촉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한 번의 악수로 경력, 전화번호, 취미 등에 관한 정보를

즉시 주고받게 되는 세상을 꿈꾼 셈이다.

거센펠드의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유수 기업들은 인체 네트워크 개발에 도전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2004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몸에 부착한 다수의 센서를

인체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이 기술로 가령 귀고리 안에 넣어 둔 혈압 측정 장치를

휴대용 컴퓨터와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은 제품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대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사람의 피부 위로 약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가락을 움직이거나 땀을 한 방울 흘릴 경우에도

인체 네트워크가 교란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기술진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마쓰시타 전기는 세계 최초로

'인체 통신'(human body communication)이라고 명명된 기술을

실용화 했다고 발표했다.

손목에 부착하는 성냥갑 크기의 장치로서

착용자가 다른 통신기기에 손을 대면

초당 3700 비트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마쓰시타는 첫 번째로 활용될 분야는

수퍼마켓의 바코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 장치는 착용한 종업원이 상품에 손만 대면

금액이 금방 계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체를 통신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따른 안전상 문제로

제품 판매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전신전화(NTT)는

세계 인체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2005년 2월 '래드택턴'(RedTacton)이라는 장치를 선보였다.

장치의 이름 속에 몇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정보 교환이 접촉(touch)에 의해 시작되어

다양한 작용(action)을 일으킨다는 뜻에서 택턴이라고 명명했으며,

정보 교환이 체온처럼 따뜻함을 지니길 바라는 뜻에서

붉은 색(red)을 덧붙였다.

레드택턴은 한 마디로 손, 발, 얼굴 등 인체의 모든 피부를

정보 전송 통로로 사용하는 인체 네트워크 기술이다.

 

2007년 영국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 11월 17일자에 따르면

레드택턴 카드의 크기가

휴대전화에 끼워 넣을 정도로 소형화 되었다.

레드택턴 카드가 삽입된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들끼리 악수를 하면

피부를 통해 각종 정보를

초당 10메가비트의 속도로 교환할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레드택턴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문고리를 만지면 신원을 확인하여 출입을 허용하고,

컴퓨터에 특정인이 손을 대야만 사용 가능하게 하고,

노인이 잘못된 약을 집으면 약병에서 경고음이 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악덕 기업주가

종업원의 의자에 레드택턴 센서를 몰래 부착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을는지.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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