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정말 많았다면 정부에서 언어 교육의 특징들을 이렇게 전 국민 앞에서 연구하는 것도 굳이 나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지금 여유란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무역에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이 달려 있는, 즉 대외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특히 세계적 증권 시장의 폭락으로 국내 증시도 힘없이 약 20% 무너진 상황에서 분명히 정부에서 비상이 걸려야 하는데, 이 "실용주의적 정부"는 전혀 그러한 모습을 안보입니다. 계속 줄어들긴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한국 수출의 약 14% 사주고 상당 부분의 은행간 차관, 기업차관 등을 빌려주고 있는 "주요 교역 파트너"인데 지금 미국 경제는 사실상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파국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많은 관측가들의 지적입니다. 주택 대출 시장의 약 20%가 "거품"인 서프라임이라면 과연 금융 시장, 나아가서 실물 경제가 무풍지대일 것입니까? 지금 2008년의 미국 경제 성장을 보통 1-1,5%로 예상하는데 이는 사실 지나친 장미빛 예상일지도 모르지요. 성장이 거의 멈추고, 담보로 잡힌 잡을 빼앗겨 파산을 맞는 이들의 수가 약 2백만 명에 오르고, 이미 커다란 예산 적자로 부양책도 쓰기 어려운 상황은 2008년의 미국의 현실일 것입니다. 그러면 소매 시장도 꽤나 얼어붙을 듯한데, 한국 수출이 잘 나가기가 어려울 것은 물론, 중국의 수출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을테고, 중국 경제가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또 부메랑으로 중화권 경제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 돌아올 것입니다. 하여간 세계적 위기 상황으로 한국 경제 성장도 기껏해야 3%일 듯할 텐데 수출 위축 등으로 특히 일자리 사정이 나빠져 청년 실업 등의 문제가 더욱더 첨예화될 듯합니다. 그러한 상태에 이르면 책임 있는 "실용적 정부"는 실업 급여 현실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인턴 프로그램 확충, 잉여 인력 해외 취직 알선 프로그램 확충 등에 힘을 쓸 터인데, 지금 인수위가 과연 이 문제를 언급이라도 했나요? 한국호가 바로 엄청난 폭풍을 맞을 것이 볼 보듯 뻔한데, 이 한국호의 선장과 그 측근 간부들이 영어 발음 표기나 논하는 걸 보니 정말 침몰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실용주의자"들에게 표를 던지신 분들은, 이제 머지 않아 그 "실용주의"의 진가를 아시게 될 것입니다...
-박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