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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근 담

서준호 |2008.03.10 16:51
조회 71 |추천 1
 

세상을 뒤덮을 공이라도 자랑할 긍(矜)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죄악이라도 뉘우칠 회(悔)자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

   세상의 정은 바뀌기 쉽고, 세상길은 험하고 가파르다. 그러므로 험난한 곳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평탄한 곳이라도 1/3은 사양하는 공덕을 가져야 한다.

   소인을 대하는데 있어서는 엄하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 군자를 대하는데 있어서는 공경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의 있게 대하는 것이 어렵다.  

   마귀를 항복시키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을 항복시켜야 한다. 마음이 항복하면 모든 마귀가 물러날 것이다. 횡포를 제압하려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객기를 제압해야 한다. 객기가 평정되면 외부의 횡포가 침범하지 않을 것이다.

   제자을 가르치는 것은 안방에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를 사귀어 노는 것을 조심하도록 해야 한다. 한 번 나쁜 사람과 가까이 지내게 되면 이것은 깨끗한 밭 가운데 나쁜 씨앗 하나를 뿌리는 것과 같아서 평생 동안 좋은 곡식을 심기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고 성현을 보지 못하면 붓과 종이의 종이 되는 것이며,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을 갖춘 도적이 되는 것이며, 학문을 하면서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입으로 하는 참선일 뿐이며, 사업을 하면서 덕을 심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눈앞에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일 뿐이다.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지만 서투르거나 경솔해서는 안 된다. 마음씀은 촘촘하여 빈틈이 없어야 하지만 소심하거나 좀스러워서는 안 된다. 취미는 맑고 깨끗해야 하지만 치우치거나 메말라서는 안 된다. 지조를 지키는 것은 엄격하고 명확해야 하지만 너무 격렬해서는 안 된다.

   타인이 속이는 것을 알았어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며, 타인의 업신여김을 받아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으면, 이 가운데 무궁한 의미가 있으며, 또한 무궁한 쓸모가 있는 것이다.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남에게 해를 입지 않으려는 마음은 필요하다.” 이것은 생각이 소홀한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차라리 남에게 속임을 당할지언정 남이 속일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지 말라.” 이것은 살핌이 지나쳐 손상이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두 가지를 함께 지니고 있어야 생각이 면밀하고 밝으며 덕이 원만하고 두터워질 것이다.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는 변덕은 부귀한 사람이 변천한 사람보다 심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은 외부사람보다 친족끼리가 더 심하다. 그러므로 냉철한 마음으로 대하고, 평온한 기운으로 제어하지 않으면, 날마다 번뇌에 가로막힌 가운데 앉아 있게 될 것이다.

   공적과 과실의 평가는 조금이라도 흐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은혜와 원수는 지나치게 명백히 하지 말라.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두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작위는 너무 성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성하면 위태롭다. 잘하는 일은 힘을 다 쏟아 하지 않아야 한다. 힘을 다 쏟으면 쇠한다. 행실을 지나치게 고상하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고상하면 비방이 일고 상처가 돌아온다.

   간사한 자들을 제거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막으려면 물러날 길을 터놓아야 한다. 만일 그들에게 아무것도 용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쥐구멍을 막는 것처럼 일체의 물러날 길을 막아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모든 소중한 물건을 물어뜯어 못쓰게 만들 것이다.

   마땅히 다른 사람과 허물을 함께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과 공을 함께 해서는 안 된다. 공을 함께 하면 서로 꺼리게 된다. 근심과 어려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안락함을 함께 할 수는 없다. 안락함을 함께 하면 결국 원수가 된다.

   덕은 도량에 따라 움직이고, 도량은 식견으로 인해 커진다. 그러므로 덕을 두텁게 하려면 도량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도량을 넓히려고 하면 식견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은혜를 베푸는 것은 엷게 시작해서 짙어져야 한다. 짙은 것에서 시작해서 엷어진다면 사람들은 그 은혜를 잊게 된다. 위엄은 엄하게 시작해서 너그러워져야 한다. 너그럽게 시작해서 엄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가혹하다고 원망하게 된다.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고요함을 유지하면서도 슬기로움으로 비추어 보아야 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달아나 흩어지기 쉬우므로 슬기로운 가운데 고요함을 유지해야 한다.

   속이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성심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난폭하고 사나운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기운으로 그를 감싸주고, 사악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명분과 의리, 기개와 절조로 그를 격려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천하에 나의 도야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공직을 함에 있어서 새겨두어야 할 두 가지는 “공평하고 명확하게 되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것이며, 가사를 함에 있어서 새겨 두어야 할 두 가지는 “너그러우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검소하면 쓰는 것이 넉넉하다”는 것이다.

   소인과 원수가 되지 않도록 하라. 소인은 소인대로 상대가 있는 것이다. 군자를 향하여 아첨하지 말라. 군자는 원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욕심을 따르는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이치를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어렵다. 사물의 장애는 제거할 수 있지만, 의리으 장애는 제거하기 어렵다.

   이익을 쫓는 사람은 도의의 밖으로 빠져나오므로, 그 해로움이 나타나지만 심각하지 않다. 명예를 쫓는 사람은 도의의 가운데로 파고 들어가므로, 그 해로움이 나타나지 않지만 심각하다.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일으킨 사람은 대체로 허심탄회하고 원만한 선비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기호를 놓친 사람은 반드시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다.

   이름을 자랑하는 것이 이름을 감추는 것만 못하고, 일에 능숙한 것이 일을 줄여 한가한 것만 못하다.

   짙은 것에서 생기는 맛은 오래 가지 않으며 담백한 가운데의 취미만이 참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봄날은 기상이 화려하여 사람의 심신을 한껏 늘어지게 한다. 가을날은 구름은 희고 바람은 맑고 난초와 계수나무는 향기롭고 물과 하늘이 같은 색이며 하늘과 땅이 달빛으로 차 있어 사람의 정신과 뼛속을 모두 맑게 해준다.

   부자가 가난하지만 걱정 없는 사람만 못하고 귀한 것이 천하지만 항상 편안한 것만 못하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가운데 있더라도 냉정한 눈으로 본다면 허다한 괴로운 생각을 없앨 수 있고, 몰락하여 어려운 형편에 있더라도 뜨거운 마음이 있다면 허다한 참 취미를 얻을 수 있다.

   물욕의 굴레에 매이면 우리 삶이 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의 진리에서 노닐다보면 우리 삶이 즐거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슬픔을 알면 속세의 욕심을 깰 수 있으며, 그 즐거움을 알면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이르게 될 것이다.

   인품은 하늘의 별과 땅의 연못처럼 차이가 나지만 명예를 좋아하는 것이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지위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지만 애타게 생각하는 것이 애타게 소리 지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오직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고 다가올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현재의 인연에 따라 일을 처리해 나가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무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술 가운데서 도를 얻고, 꽃 속에서 신선을 만나는 것은 운치 있는 일이지만 이 또한 속세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만남에 있어서 기약하지 않는 것을 참되고 솔직하게 여기고, 손님은 맞이하고 배웅하지 않는 것을 편안히 여기는 것이 좋다.

   행복을 바라면서도 그것이 화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삶을 욕심내면서도 그것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탁월한 식견이다.

   밭과 들의 노인들은 닭고기와 막걸리 이야기를 하면 흔연히 기뻐하지만, 고급 요리를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또한 솜 두루마기나 베 잠방이 이야기를  하면 즐거워하지만, 고관대작의 의복을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이들은 천성이 완전하므로 바라는 것도 담백하다. 이것이 인생의 첫 번째 경지인 것이다.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넓게 하고, 흐르는 물을 대하는 것은 사람의 뜻을 원대하게 한다. 비나 눈이 올 때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맑게 하고, 언덕에 올라 휘파람을 부는 것은 사람의 흥을 높여 준다.

   자식이 태어날 때에는 어머니으 생명이 위태롭고, 돈이 쌓이면 도둑이 엿보게 된다. 그러니 근심이 되지 않는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가난하면 아껴 쓰게 되고, 병이 나면 몸을 돌보게 된다. 그러니 기쁨이 되지 않는 근심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역경과 순경을 하나로 보고 기쁨과 슬픔을 모두 잊는다.

   세상은 티끌이 아니요 고통도 아니지만 사람들 스스로 그 마음으로 티끌로 또 고통으로 만드는 것이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약간 취할 정도로 마셔야 그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는 것이다. 만약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거나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어느새 악의 경계에 서게 된다. 가득 차서 넘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일이 생기면 한 가지 해로움도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하는 항상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복이 된다.

   석가모니가 말하는 ‘인연을 따르는 것’과 유교에서 말하는 ‘자기 본분을 지켜 행하는 것’은 인생의 바다를 건너는 부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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