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으로 강제투표..대출제한.선거인명부 말소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중앙선관위가 투표율 제고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4.9 총선에서 사상 첫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가운데 세계 각국의 투표율 제고 방안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투표 무관심 현상이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60%대 이상의 꾸준한 투표율이 나오고 있어 별다른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지 않고 있지만, 다른 일부 국가에선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인센티브보다는 페널티를 가해 대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어 한국과는 상반된 해법을 제시했다.
투표를 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느슨한' 방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벌칙을 가하는 사실상의 `강제투표' 형식인 셈.
이들 국가에서는 투표를 하지 않으면 은행 대출을 제한한다든지 심지어 선거인명부에서 말소까지 하는 등 한국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강경책들이 많았다.
7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투표를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가하는 국가는 모두 20여 개로 이 중 벌금형을 부과하는 국가는 15개국 안팎에 달했다.
벨기에는 5∼25유로를, 스위스와 호주도 각 미화 2달러와 20호주달러를 벌금으로 내야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도 벌금 부과 국가다.
벨기에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15년 간 투표를 4번 하지 않은 유권자는 선거인명부에서 말소하고 향후 10년 동안 참정권을 주지 않는다. 공무원이 이 조항에 해당할 경우엔 승진에서 제외한다.
브라질은 투표를 하지 않으면 공직제한은 물론 여권취득을 제한한다. 아르헨티나는 3년간 공직취임 및 고용을 제한하고, 우루과이는 아예 투표권이 상실된다. 베네수엘라는 투표를 안하면 은행대출과 해외여행을 제한한다.
그리스는 1년 이하의 금고에 처함과 동시에 운전면허취득과 비자발급을 제한했지만 최근 폐지됐다.
이런 강제투표제 때문에 싱가포르와 호주는 투표율이 90%를 웃돌고 있고, 터키와 몽골, 페루, 칠레 등의 국가도 80%를 넘는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국가들 중 상당수는 노령이나 병자, 원거리 거주자, 문맹자 등에겐 벌칙을 가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지난 2003년 투표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의무투표제를 도입해 투표 불참시 벌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 논의가 일었지만 여론에 밀려 좌초된 바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하원 총선거에서 투표소 왕복 국영철도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해외근로자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각 국에서 이처럼 투표율 제고를 위해 벌칙을 통한 강제 투표를 시행하고 실제로 `즉효'가 있어 중앙선관위도 오래전부터 페널티 방안을 구상해왔지만 `투표자유권 침해'라는 여론의 냉담한 반응 때문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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