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카모드(www.carmode.com)
photo/ 김판준(http://blog.naver.com/mirshout)
text/곽창재(www.ttrace.co.kr)
‘이거 왜이래!! 나 떠블유 타본 사람이야’
1. S# 필자의 집 거실 (오전 10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와이프는 운동을 가고 난 텅빈집…
여기저기 벗어놓은 아이들의 옷가지와 어제 저녁 꺼내 놀던 장난감과 동화책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거실.
공천이 어쩌구 저쩌구 떠들고 있는 TV를 보는둥 마는둥 코딱지와 핏딱지로 가득차 공기
가 드나들 틈이 없는 콧구멍을 어떻게든 뚤어 볼려고 면봉과 족집게를 들고 비장한 얼굴
을 하고 있는 이 남자… 바로 필자다.
필자 (비장한 얼굴로) 오늘은 꼭 뚤코야 말겠다.
TV 민주당 호남권 공천 여파로…
필자 (온 신경을 콧구멍과 면봉을 들고 있는 손가락에 집중하며) 아~~~
띠리리 릴리리~ 띠리리 릴리리~ 경망스럽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라 그만 면봉으로 콧구멍을 찔러버린 필자.
찔린 콧구멍에서 피가 한줄기 흐른다.
필자 (코맹맹이 소리로) 어버세여.
강과장 안녕하세여. 저 카모드에 강과장입니다.
필자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네. 안녕하세여.
강과장 많이 바쁘시죠? 요즘 어떻게 지내세여.
필자 (콧구멍에 휴지를 말아 넣으며) 네. 지금 코딱지 파느.. 아니, 조금씩 바빠지고 있
긴 합니다.
강과장 혹시 오늘 시간이 어떻세여?
필자 오늘이요? 어떤일로…
강과장 시승차가 있어서여. 체어맨 떠블유거든여.
필자 (지금까지완 전혀 다른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체어맨이요?
시간 없어두 있어여.
강과장 오늘부터 주말지나고 월요일 오전에 반납하면 됩니다.
필자 좋습니다. 나도 타보구 싶었던 찬데..
필자는 시승을 하기로 한 4일전 3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축농증과 빠이빠이했다.
어릴때부터 축농증이 약간 있어 왔지만 그동안 사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던차에 아는 후배가 국립의료원에 있다고 해서 겸사겸사 찾아갔다가 얼떨결에 수술 스케쥴을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수술하고 아직 콧구멍에 코딱지도 다 떨어지지 않았는데, 시승 시케쥴이 잡히고 만 것이다. (모냥 빠지게…)
사실 다른차 시승의뢰가 왔다면 사정이 이래저래해서 다음으로 미룹시다 했을텐데, 차가 차이니 만큼 절대 다음으로 미룰 수가 없었다.
체어맨 W가 보통 차냔 말이다.
콧등에 뚜껑은 쓰고 있지, 얼굴은 겨우 붓기만 빠진 상태지, 눈밑에 멍자국과 다크서클은 무릅까지 내려와 있지, 모자는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했으니 시승차를 받으러 간 것이 아니고 거의 훔치런 간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런 해괴한 몰골을 본 카모드의 강과장은 절대로 편의점이나 은행엔 가지 말란다. ㅡ.ㅡ;
축농증 수술을 했다고 하니까 강과장과 같이 있던 포토그래퍼는 일찍이 학교다닐 때 수술을 했더라면 공부를 더 잘 했을 거라고 하면서 웃는데, 그렇담 내가 공부를 못했단 말인가?
(이런 젠장. 어떻게 알았지? 요즘 잡지사에서는 사람 뒷조사까지 하면서 시승차를 주나부네.. 쩝)
시승차를 타고 시내를 주행하니 주변 상황은 더 가관이다.
항상 그렇듯 시승차는 아직 길에서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 시선을 받게 되는데, 체어맨 W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에쿠스, 구형 체어맨을 타는 사람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는데, 창문을 열고 목을 빼고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랑 눈이 딱 마주치면 얼른 시선을 피한다.
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차 도둑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시승차에 썬팅을 할 수도 없고…)
이번 체어맨 W 시승은 시승을 한 건지 영업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 시승처럼 많은 사람을 태우면서 동시에 시승을 한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체어맨 W 시승한다고 하니까 타보구 싶다고 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2. S# 모회사 지하 주차장 (오후 8시)
페인트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새 건물
짧은치마를 입은 아가씨와 같이 가기에는 부담스럽게 반짝거리는 주차장 바닥.
강부장 (감탄을 연발하며) 와 차 죽인다.
김국장 (앞뒤 좌우를 둘러보며) 차 진짜 크다.
홍팀장 (부러움과 함께 약간은 기분나쁜 얼굴로) 차 죽이네. 근데 자리두 많은데 왜 하
필 내차 옆에 세웠어여?
필자 (미소를 띠며) 죄송합니다. 홍팀장님 찬줄 몰랐어여.
강부장은 독일의 B카를, 김국장은 일본은 H카를 타는데, 홍팀장은 대한민국 D사의 B카를 탄다.
본인은 올드카 매니아라고 우기지만 아무도 인정은 하지 않는다.
올드카와 덩차(?)는 전혀 다르다고 하면서…
3. S#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후 자유로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강부장.
뒷좌석에 앉아 안마를 받으며, 조수석은 비서가 타는 자리라며 흐뭇해하는 김국장.
뒷좌석용 모니터와 다이얼을 만지며 연실 감탄을 연발하는 홍팀장.
김국장 에쿠스 인제 다 죽었네..
필자 그렇지 않아두 여기까지 오는데 에쿠스 타는 사람들은 다 쳐다 보더라구여..
홍팀장 이게 몇CC에여?
필자 5000CC 8기통입니다. 벤츠 S500엔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여.
홍팀장 이거 딱 우리 사장님 차네..
강부장 100키론데 알피엠이 천오백이야. 연비두 나쁘지 않겠는데?
김국장 이런 차 타는 사람이 연비 걱정하게 생겼어여?
(하며 뒷좌석용 햇빛가리개를 올린다) 이것두 자동이야…
나중에 알았지만 결국 그 회사 사장님 차를 체어맨 W로 계약을 했단다.
그렇게 티격태격 4명이 시작한 시승이 자유로를 달려 통일동산까지 이어졌다.
퇴근시간이 막 지나고 있는 자유로는 시승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역시 배기량이 깡X라고, 5000CC의 배기량의 진가는 유감이 없었다.
우리나라 차로 계기판 바늘이 200을 지나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물론 엔진,미션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든..
7단 변속기는 알피엠 바늘을 쳐다보고 있기 전에는 전혀 지금 몇단인지 알 수 없고, 100키로와 150키로 사이에서는 옆좌석과 뒷좌석의 세사람이 연발하는 감탄사 이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60키로가 넘기 시작하니까 약간의 풍절음과 타이어 마찰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오디오를 켜는 순간 어디론가 꼬리를 감추고 만다.
더욱이 스피커를 17개나 거느리고 있는 `하만카돈`의 오디오는 그냥 오디오라고 부르면 하만카돈이 삐질 것 같다. 거기에 40기가 하드디스크가 내장되어 있으니…
앞,뒤 2개의 8인치 모니터와 어우러지면 카시어터라고 불러야 삐진 하만카돈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4. S# 반짝거리는 지하주차장(오후 11시)
차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세사람과 세사람을 보면서 마치 내차라도 되는양 으슥해
하는 필자
강부장 쌍용이 사고를 쳤구나.
홍팀장 사장님 차 당장 바꾸시라고 해야겠는걸
김국장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 이 정도는 타 줘야 돼.
강부장 아까 네비게이션에서 말하는 아가씨는 호텔에 있는 아가씬가봐.
필자 (웃으며) …....
홍팀장 (자기의 올드카를 돌아보며) 몸 버렸다. 나 저거 타고 집에 어떻게 가지?
필자 이 차는 주차를 하면 차 높이가 자동으로 낮아져여. 가장 품위있는 자세를 잡는
답니다.
홍팀장 (괜히 신경질 내며) 지가 폼까지 잡아여? 그런얘기 그만해여..
김국장 (약올리는 말투로) 올드카라며? 인생 뭐 있어. 어차피 할부 인생. 그냥 확 질러…
홍팀장 (맥빠진 얼굴로) 결혼하고 나니까 인생 머 있더라구여..
필자 인생 뭐 있죠. 와이프도 있고, 아이들도 있고…
세사람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쓰는 업무용 자동차로 같이 지방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 차의 네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여자의 목소리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절대적으로 방지한다.
조금이라도 그 여자의 지시를 어겼다가는 핏대를 세우며 절규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운전자로 하여금 전원을 뽑아버리게 만든다.
거기에 비하면 17개의 스피커를 빌려 이야기 하는 체어맨 W의 네비게이션은 천상의 목소리인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시승을 마친 우리 네사람은 앞으로 ‘이거 왜이래!! 난 떠블유 타본 사람이야’라고 하기로 했다.
이번 시승은 참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시승 세쨋날 사진촬영을 위해 모터스포츠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포토그래퍼와 함께 촬영에 나섰다.
체어맨 W의 성격상 외곽보다는 도심에서 촬영하기로 하고, 삼성동 무역센터 주변 테헤란로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그리고 한강다리 위에서 어렵게 촬영을 했다.
똑같은 다리를 서너번씩 왕복해서 건너고, 차가 없을때는 길 한복판에 서 있기도 하면서…
너무나 심혈을 기울려서인지 모르겠지만 몇일 후 포토그래퍼한테 연락이 왔다.
시승차 한번 더 갖고 올 수 없냐고..
이유인즉슨, 촬영하고 집에가서 보니까 CF카드가 없더란다. 아무리 찾아도 없더란 거다.
일요일 하루를 꼬박 시내에서 이리저리 씨름하며 찍은 사진의 메모리를 잃어버렸으니 참나..
포토그래퍼는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지만 어쩌겠는가. (아까워라. 좋은 그림 참 많았는데… 쩝)
둘쨋날 모터스포츠 전문지 편집장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서킷을 몇바퀴 돌아봤다.
시프트 업다운이나, 가감속감, 코너링과 브레이킹을 테스트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왕년에 자동차 전문지 기자출신이어서 그런지 역시 체어맨 W의 평가가 남달랐다.
어차피 서킷용 차는 아니니까 서킷 주행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편집장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자는데 이의가 없었다.
이번 시승에는 자동차에 미친듯이 관심 많은 예비 고객 3명과, 우리 회사 직원 2명, 모터스포츠 전문 포토그래퍼 2명, 모터스포츠 전문지 편집장, 나까지 포함해서 총 9명이 시승에 참여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차도 피할 수 없는 시승코스가 남아있다.
바로 필자의 와이프와 아이들이다.
시승을 마치고 난 필자의 와이프 왈 ‘운전이라고 그냥 핸들만 잡고 있으면 되네.’
맞다. 체어맨 W는 운전자가 할게 없다.
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정속주행은 물론 차간거리도 자동 조절되지, 라디오, 전화등 각종 미디어를 음성명령으로 조절하지, 키는 주머니에 갖고 있기만 하면 되고, 트립 컴퓨터는 말 그대로 컴퓨터 수준이고, 주변에 뭐가 되었든 다가오기만 하면 경보로 알려주고, 운전자가 할 일이 없다.
그러니 운전자는 스피티어링 휠만 잡고 있으면 되는데, 그렇다 보니까 코딱지를 파는 일 이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필자의 와이프는 잠깐의 시승으로 그 모든걸 알아낸 것이다. (역시 와이프도 한 시승한다.)
우리집 꼬맹이는 시트가 바닐라 아이스크림색이 아니라 맘에 안 든단다. ^^;
쌍용자동차에 제안 한가지.
파낸 코딱지를 처리할 손가락 세척기가 있으면 좋겠다.
손가락을 딱 넣으면 석션기능과 함께 물이 분사되서 손가락을 씻어주고 바람이 나와서 말려주는 그런 기능 말이다 (일명 손가락 비데.^^;)
샤넬이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고 한다.
‘럭셔리는 빈곤의 반대말이 아니라 천박함의 반대말이라고’’
단지 싸네 비싸네의 차이가 아닌 품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체어맨은 가격보다는 가치를 이야기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고 품격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체어맨 W는 샤넬이 이야기한 진정한 럭셔리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얼마전 히트를 쳤던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의 명대사가 유행한적이 있다.
‘이거 왜이래!! 나 이대나온 여자야.’
필자는 지금부터 ‘나 떠블유 타본 사람이야’라고 이야기 할 거다.
‘나 더블유 타는 사람이야’라고 할 때까지는…
추신
재미있는 상상 한가지
체어맨 W는 주로 자가운전보다는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운전기사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할까?
만약에 사용한다면 뒷좌석의 VIP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가운전용 옵션과 기사운전용 옵션이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