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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힘, 패션의 파워

김연진 |2008.04.14 19:05
조회 313 |추천 0
여자의 힘, 패션의 파워
 

 


‘여자의 아름다움은 권력이다. 그리고 패션은 그 권력을 상승시키는 절대적인 무기다.’ 이 말이 너무 지나친 비약처럼 느껴지는가?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다면, 스타일리쉬한 패션이 없었다면 재클리 케네디가 지금까지도 여성들의 패션에 영감을 미치고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헐리우드 스타만큼의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당신의 이성은 ‘아름다움이란 피부 한 껍질일 뿐’이라고 울부짖겠지만 당신의 감성은 아름다움을 흠모하고 동경하기 마련이다. 설령 그 대상이 ‘적국의 여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실제로 최근 영국을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 샤르코지의 부인, 칼라 부르니에 대한 영국인들과 매체의 광적인 반응을 보면 아름다움, 특히 그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패션이 사람에 대한 평가를 극과 극으로 구분시키는 무서운 장치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칼라 부르니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


이탈리아 출신의 패션모델이자, 샹송 가수인 칼라 부르니가 영국 땅을 밟자마자 언론은 그녀에게 재클린 케네디와 그레이스 켈리, 심지어 다이애나 전 황태자의 이미지를 투영시키는 호들갑을 떨었다. 세상의 여성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름다움과 스타일 감각, 그리고 권력을 가졌던 세 여성의 이름이 칼라 부르니와 나란히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제껏 그녀를 천박한 바람둥이로 몰아댔던 영국 언론이 그녀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온 영국 언론은 칼라 부르니와 샤르코지의 열애설이 나오자마자 믹재거, 애릭클랩튼, 도날드트럼프, 빈센트페레즈 등 그녀와 사귀었던 남성 목록을 줄줄이 읊어대며 방종하고 끼 많은 여자, 심지어 ‘돈과 명예에 굶주린’ 유부남 킬러로까지 그녀를 묘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 방문 내내 우아하고 절제된 크리스챤디올 룩을 선보인 칼라 부르니의 모습에 영국 언론은 삽시간에 무릎을 꿇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한 그녀와 비교해 너무나 부족한 자신들의 황태자비 까밀라의 촌스러운 패션 감각을 비꼬는 기사를 싣게 돼 버린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칼라부르니의 품격있는 영부인 룩을 만들어낸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영국 출신의 존갈리아노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자존심을 챙기는 모습이었지만, 칼라 부르니의 스타일 파워 앞에 영국 언론이 무릎을 꿇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약하자면 국제적 바람둥이로 치부되었던 여자가 품격있는 디올 꾸튀르 의상을 통해 단숨에 ‘영부인의 지위에 걸 맞는 여성으로 인정받게 된 것으로, 그야말로 패션 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챤 디올의 힘


그렇다면 칼라 부르니의 이미지를 단숨에 끌어올린 ‘영부인 룩’은 어떤 것이었을까? 간단히 표현하자면 ‘심플하지만 세련되고 쉬크하면서도 클래식한’ 프렌치 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디자이너 존갈리아노가 이렇게 점잖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레이와 블루를 기조로 한 그녀의 옷차림은 품격있고 세련되면서도 ‘노숙하지 않은’ 스쿨걸과 영부인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뒤섞은 스타일로 정리된다. 윈저궁을 방문했을 때는 허리에 가느다란 리본 장식이 달린 챠코일 그레이 수트를 입고 등장, 트렌디하면서도 클래식한 프렌치 스타일을 선보였고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는 몸에 피트되는 심플한 그레이 드레스 와 네이비 컬러 코트 앙상블로 스쿨걸 룩 감성을, 또 연회에 참석할 때는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실크 쉬폰 슬리브가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블루 가운을 선택해 단조로운 블랙보다 세련되고 쉬크한 멋을 살렸다. 특히 사랑스러운 피터팬 카라가 달린 그레이 코트와 50년대 풍 액세서리, 플랫수트로 마감한 옷차림은 클래식한 프렌치 쉬크가 어떤 모습인지를 제대로 드러났다는 평이다.


이처럼 모델 출신인 만큼 화려한 옷차림을 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블루와 그레이 같은 톤 다운된 컬러를 기조로 심플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세련됐지만 지나치지 않은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이 영국을 열광시킨 ‘영부인’ 칼라 부르니의 스타일 비법인 셈이다. 또 독일 출신의 칼라거펠트가 지휘하는 샤넬(chanel) 보다는 존갈리아노라는 ‘영국적 배경’을 가진 프랑스 라벨 ‘크리스챤 디올’을 선택함으로써 영국인들의 친근감을 자아낸 것도 자신을 조롱했던 영국 매체를 자기편으로 만든 칼라 브루니의  힘이었다.


영리한 칼라 부르니


여기서 우리는 매우 영리한 칼라 브루니의 또 다른 패션감각을 엿볼 수 있다.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 그녀는 화이트셔츠와 진, 심플한 블랙재킷, 보헤미안풍 튜닉과 드레스, 플랫 슈즈를 즐겼지만 영부인으로 공식석상에 서게 되자 품격 있고 과하지 않은 세련된 패션으로 ‘목적에 맞는 패션’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또한  샤르코지 대통령이 패션 화보에서 뽑아낸 듯 트렌디하고 때론 과감하게 튀는 스타일을 즐기는 것과 달리 심플하고 절제된 품격있는 스타일을 선택, 오히려 자신의 스타일을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은 모델 생활을 통해 터득한 ‘패션의 파워’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시의적절한 그녀의 패션 감각은 샤르코지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 샤르코지가 대통령 취임식에 프랑스 패션 라벨이 아닌 이탈리아 라벨 ‘프라다’를 입고 등장,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었던 것과 대비되면서 칼라부르니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던 프랑스인들에게도 호의적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또한 그녀는 영국 방문기간 동안 165cm의 단신인 샤르코지를 배려한 듯 플랫슈즈를 신고 그의 뒤에서 떨어져 걸음으로써 겉으로는 샤르코지 대통령 뒤에 ‘숨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카메라가 자신을 단독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영악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 결과 샤르코지 대통령이 당황할 정도로 영국 언론의 주인공은 칼라 부르니와 그녀의 패션 감각이었고 한동안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에 지배되었던(!) 패션계에서는 언론의 호들갑에 동요하지 않고 우아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칼라 브루니의 모습 속에서 패션과 언론을 능숙하게 다뤘던 젊은 재클린 케네디의 이미지를 찾게 되었다. 


칼라 부르니의 ‘영부인’ 변신이 영화처럼 성공을 거두면서 그녀는 데이빗베컴, 레니크레비츠와 함께 배니티페어(Vanity Fair)가 선정하는 베스트 드레스로 꼽힌 샤르코지에와 함께  20세기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그러했듯 21세기 패셔너블한 커플로서 패션계에 자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의 정치적 파워


사실 샤르코지 대통령과 패션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당초 예상을 깨고 프랑스 대선에서 우승한 그의 원동력은 작은 키에도 멋지게 수트를 소화하며 세련된 면모를 보였던 그의 패션 감각이라는 점은 그 자신도 부인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왠지 답답해 보이는 전형적인 정치가적 수트를 즐기는 다른 정치가들과 달리 샤르코지는 날렵하고 세련된 CEO 스타일 같은 스타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데 이어 대통령 취임식 때는 프라다 수트를 입고 등장했고, 굽이 높은 구두에 슬림한 디올옴므 수트를 즐길 정도로 패셔너블한 면모를 선보였다. 이처럼 감각적이면서도 도전적인 패션스타일을 갖춘 그가 패션모델 출신의 칼라 부르니를 만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 셈이다. 


실제로 패셔너블한 수트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듯 우아하고 절제된 칼라 부르니의 ‘영부인’ 스타일은 정치가로서 그의 활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이번 영국 방문에서 보듯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그 자신의 도전적이고 감각적인 패션스타일과 언론을 끌어들이는 시의적절한 패션 감각을 갖춘 칼라 부르니가 샤르코지의 정치인생에 얼마나 더 날개를 달아줄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처]패션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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