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熱火)
권정민
|2008.05.02 23:00
조회 42 |추천 0
네가 있는 곳으로..
내 발목을 움켜쥔 미더운 열기를 힘겹게 뿌리치면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 숨조차도 힘겹게 억눌러오는 이 무거움이라는 것은..
수 십 걸음을 남겨놓고, 기운을 차려보려는 나에게
조금 더 미덥고, 답답한 열기로 내 모든 사방을 포위한다.
단 한 발이라도 더 내딛으려고,
내 몸의 모든 힘을 모아서, 힘겹게 다리 근육을 움직이려하면,
내 허벅지로 무기력의 창을 찔러온다.
눈 앞이 아른아른 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로 간다.
창에 찔린 무수한 상처들로 내 몸은 절망으로,
좌절의 힘으로, 점점 온전한 내 구실을 못하게 만들고 있지만,
수십 걸음을 지척에 두고, 떨어진 너에게 향하는 그 걸음만큼은,
결코 놓치고 싶지않다.
불구덩이에 내 몸을 던져버린 것처럼, 녹아버린 듯 흐느적거리는,
내 사지는 아직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너에게 갈 길은 이제 수 십 걸음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오직 너에게 도착하게 위해,
나는 내 주위를 빈틈없이 감싼 열화의 벽을 파헤치며,
또, 발걸음을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