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읽는 세상]돈만 아는 청소년 만든 어른들 <경향>
입력: 2008년 04월 23일 17:33:59
얼마 전 일본 청소년연구소가 2007년 10월부터 한 달 동안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고교생 각 10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해 발표한 ‘고교생 소비의식 실태’의 통계치를 보고 깊은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의 고교생이 미국, 일본, 중국의 고교생보다 부자를 훨씬 존경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금전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부자가 존경받는다고 생각하는 비율,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 그리고 결혼상대로 부자가 좋다고 대답한 비율이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설문에서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 조사 결과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조사에 나타난 통계치가 청소년의 가치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현재 한국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어른들의 세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통계치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이 나라 청소년에게 어른들이 끼친 악영향의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보다 물질에 목숨 걸고 살아가는 어른들 세계에서 청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명품과 명문과 명성의 노예가 되어 오직 돈 하나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물들어버린다.
모든 문제는 청소년의 정신적 가치로 귀결된다. 하지만 오늘날 청소년에게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는 어른은 드물다. 돈이 삶의 질을 결정하고, 물질이 정신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통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지금처럼 돈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한 배금만능의 늪지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돈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소통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걸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반드시 일깨워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몇 백만 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의 이상은 좁쌀만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땅이 한 평도 없지만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삼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는가.
청소년이 돈을 밝힌다는 건 그들이 꿈을 상실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꿈을 상실했다는 건 우리 사회가 꿈을 파종하기 어려운 토양을 그들에게 제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입시지옥에 갇혀 교양을 살찌울 만한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하고, 책을 읽어도 공부를 하라며 그것을 뺏아 던지는 답답한 어른들의 숲에 에워싸여 있다. 오직 돈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인간 세계, 오직 먹이만을 찾아 눈을 번들거리는 짐승의 세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본능을 넘어 다양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청소년, 이제 그들의 그릇된 가치관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로 되돌려졌다. 어찌할 것인가.
〈 박상우l소설가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4231733595&code=9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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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나타난 청소년은 10대만 가르킨다면 현실과 맞지 않겠습니다. 한때 청소년이었던 20대 또는 그 이상의 기성세대에게서도 자주 보이는 모습입니다. 얼마 전 한일 양국의 결혼 정보 업체에서 본 자료를 보자면 한국 남녀의 의식 구조가 일본 남녀의 의식 구조에 비해 상당히 재산과 외모에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그림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묘하게 공존하는 현실을 본다면 너무 냉소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