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놈-Oriented Society에 격분하며]
난 어릴적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게 꿈이기도 했고 이것저것 다양한 문화의 인간들과 접하는 기회를 좋아한다. 재밌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기 싫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다. 더더욱 외국에서 일하기 싶기도 하다. 이러나 저러나 한국을 떠나기도 떠나지 않기도 싫은 정말 애매한 마음씀씀이다. 그냥 까서 말하면 이 나라의 애정어린 양놈 집착증에 신물이 넘어오려고 그런다.
갑자기 왜 그럴까? '어륀지'를 맛나게 까 잡수시는 정신줄 뽑은 인수위원장과 얼마 전 캠프데이비드에서 해맑고 비굴한 표정으로 부시의 골프카를 손수 몰던 병싄같은 대통령 때문에? 그래, 사실 그게 컸다. 인터넷 뉴스에서 우연히 본 졷나 한심한 일국의 수장을 담은 그 사진을 보고 모든 게 올라온다. 물론 그 쥐ㅁㅁ 하나가 잘못 했다는 게 아니다. '강요된' 해방의 울먹한 순간 이후 60년간의, 이건 뭐 대놓고 오욕도 굴욕도 그렇다고 영광도 축복도 아닌 느낌의, 군화를 닦는 슈우샤인 보이와 『쑈리 킴』의 양공주와 하우스 보이ㅡ그렇게 왠지 '내것이지만 내것이 아닌 역사. 그것들을 끌어모아 모아 한곳에 몰아넣고 박경리의 '토지'가 25년만에 탈고되듯 무거운 그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다. 나에게 있어 그 쥐ㅁㅁ의 사진이 한 짓은 이것 뿐이다. 소고기 이야기는 제쳐두자.
대학에 들어와서 배우고 느낀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양놈흉내내기 지친다." 더 격하게 말해보자.
양놈 똥꼬 핥기 지친다. 이 나라는 무슨 양놈인게 벼슬인가? 꼭 양놈이 아니더라도 영어만 느끼하게 잘 하면서 양놈 흉내만 곧 잘 내도 '다른 인간' 대우는 해주는 느낌이다. 아니, 제쳐두고, 왜 한국 학교에 와서 한국 학생과 한국 교수가 만나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나만 빼고 다 이해한다고?
천만에! 영어강의를 듣고 있는 나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짓을 하다가 극동의 이 작은 나라까지 굴러들어와 수업을 듣는지 그 출신도 불분명한ㅡ하지만 '서양인'이란 벼슬을 가진ㅡ외국학생 몇명, 그리고 생김새, 말할 때의 손짓 하나하나 부터가 왠지 어려서부터 LA 아리랑좀 찍고 온 듯하게 생긴 재미교포 느낌의 동포 몇명. 이게 우리 Class를 이끌어 가는 전부다. 그 나머지, 그저 질문 들어오면 최대한 무난하고 짧게 대답하거나 'pass'를 외치기 바쁜 아주 평범한 우리 토박이들은 묻어가기 바쁘다.
슬픈 현실이지만 더 슬프게도 수강편람에는 필요 이상으로 영어강의가 꽉꽉 들어 차 있구료!! 연대에 외국학생이 많긴 하지만 무슨 영어강의가 없어서 수강신청을 못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오?
Demand보다 Capacity가 높은 우리 수강편람은 영어로 'Globaliaztion'이라고 중얼대는 것 같소이다.
Global? 죽일놈의 글로벌 하니까 또 홧병 째진다. 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단어 대신 양놈라이제이션이란 말을 쓴다. 또한 의견을 덧붙이자면 공산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너무 심한' 승리(이건 다음에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에 버금가는 비극으로 나는 젠장맞을 '세계화'를 꼽는다.
이 나라의 '글로벌라이제이션'에는 이제 구역질이 난다. 학교서는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꼭 양놈을 같이 끼워 찍어서 글로벌 표방하기를 아주 대놓고 바라고 있고, 다른 순수 동아리는 죄다 죽어나가고 있는데 교환학생 교류동아리인 MENTORS나 IYC는 매 기 '리쿠르팅'이 취업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너무 잘 되서 난리가 아니다. (IYC는 옛날부터 있었고 침체되었었지만 약간 활동방향을 바꾸어서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동아리 인기 가지고 찌질대냐고? 내가 가장 속이 상한 건 연세대학교 Globallounge의 '양놈 워너비' 운영방침이다. 글라에는 안타깝게도 외국인보다 한국인들이 많다. 그리고 글라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후배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열명 중 아홉은 '거기 영어 못하면 쫓아낸다면서요' 라고 한다.(실제로 이런 rule이 명문화 되어있긴 하다.) 그럼 뭐지? 글로벌 라운지라고 해서 외국학생들이 벅적대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영어가 부족한 한국 학생들이 올리도 없고, 영어를 잘 한다고 해서 같은 한국사람끼리 영어로 대화하러 갈리는 더더욱 없고... 결국 무리한 '글로벌 표방'의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그럼 운영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 글라측에서는 그닥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개편 이후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다는 느낌이다.
YG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몇번의 XX-day를 기억하는가? French day다 뭐다 해서 소믈리에도 부르고아주 대단했다. 근데 참 재미있던게, 평소에는 안 보이는 외국학생들이 그 날 만큼은 많이 왔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충격적인 사실은, 글로벌라운지 측에서 외국학생들에게 단체 메일을 보내서 그날 하는 행사에 오기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권유가 아니라, 수업이 겹치는 경우에는 결석계를 발부해 주겠다고 했단다... 난 그냥 이걸 듣고 좀 부끄러웠다. 막말로 까 놓고 말해 우리가 좀 처음듣는 나라에 유학을 갔는데, 행사 하니까 좀 참석해 달라, 결석계도 써주겠다, 이러면 기분이 어떨까? 그 나라를, 그 나라 학생을 어떻게 볼까? 물론 외국인 오면 분위기도 살고 그럴듯하게 정말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은 들지만, 그렇게 기형적인 '보여주기 식'의 일을 했어야 했을까? (난 갈 곳이 없어 주중의 오랜 시간을 글라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글라에 나타났다가 며칠 안되어 사라진 많은 외국학생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 눈을 돌려도 다르지 않다. 당장 나한테 가입초대가 들어온 싸이클럽만 봐도 화딱지가 나는데, 자랑스럽게 써놓은 그 클럽의 주 활동은 주한'미국인'을 모아 사교파티를 여는 거다.
허허 뭐 어떠냐고? 근데 재미있는게 그냥 '미국인' 만나는 파티인데 우리나라 사람은 Entrance fee를 내시란다. 그러니까 입장료. 이런 미친? 양놈은 만나면 닳나? 왜 양놈 보는데 돈을 받는거야? 더 충격적인 곳이 신촌에 또 있다. 신촌 로터리쪽에 있는 카페/클럽 같은데(외국인친구의 친구한테 들었다.) 외국인한테는 맥주, 소시지나 감자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한단다. Wow CooL! 그리고 우리 동포들한테는 돈을 받는단다ㅠㅠㅋㅋㅋ 그렇게 동포들한테는 입장료 쳐받고 들어오게 하고 그렇게 해서 영어 잘 배워가라고? 뭐 물론 배우기야 하겠지만 어째 그렇게 영어를 배우고 나면 쓰면서 별로 기쁘지 않을 느낌이다. 물론 그냥 들으면 경제논리에 비추어 맞는 말이지만, 몇번 곱씹어 보면 무진장 슬퍼지는 이야기들이다. 이 쯤 되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서 한 마디 툭 튀어나올 거다.
"쌍, 우리나라 사람으로 태어난게 죄구나."라고. Oh~ 한국욕이라니 천박하군?
"What a piece of shit! It's a guilty being Korean by birth!!" was I cool? 나 멋져?
솔직히 대학에 들어와서 2년동안 굴러다니면서 내가 얻은 컴플렉스가 있는데 하나는 바로 Asian으로 태어났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Japanese가 아닌 Asian으로 태어났다는 거다.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소리 같아서 민감하게 들릴텐데, 이 글의 맥락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미국인을 대하는 태도, 중국인을 대하는 태도,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와 그 나라의 경제력을 잠깐 기억해 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공감이 좀 갈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내가 비판한 양놈-oriented society는 인종과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가 잘 살고 못 살고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일본애들 진짜 영어 못한다며 '마끄도나르도' 거리며 놀리고 난 후 한 발짝 물러서서 어떻게 그들이 뻔뻔하게 영어를 안배우고 뻗대고 있을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약간은 우울해진다.
그리고 국사를 배운 기억을 떠올려본다.
고려시대 원 간섭기, 원나라 말을 잘하면 출세하던 때 눈에 불을 켜고 외국어 공부를 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리고 눈을 뜨면 영어를 배우려고 혈안이 되어 조기유학을 시키고 혀를 자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보인다. 이건 꽤나 슬프다. 슬프지만 지금은 좀 참자. 참고 조금만 더 열심히 살자.갑자기 양놈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서럽고 한이 된다면 쓰노다 후사코의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를 읽어보자. 조국이 버렸지만 민족을 살린 위인 우장춘 박사의 이야기다.
지금은 열받지만 난 또 영어로 포럼 지원서 쓰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