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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의 나라, 네덜란드 이야기

송지현 |2008.06.04 04:09
조회 192 |추천 1

네덜란드가 천국인 이유?


그것은 비단 네덜란드가 마약과 섹/스의 나라,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나라, 우리 시각에서 봤을 때 온갖 덜 윤리적인 것들이 합법적인 나라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네덜란드가 정말 훌륭한 나라인 이유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그 어느나라보다도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막장 국가'로 치닫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잘 사는' 나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경상남북도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큰 땅 덩어리에 보잘 것 없는 기후적 조건, 게다가 내륙의 절반 가까이가 해수면보다 낮아 생존을 위해 물과의 치열한 싸움을 견뎌내야만 했던 그곳은, 지정학적으로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열강들의 한가운데 끼어 새우 등 안터질리 만무한 열악한 위치에 자리잡은 그곳은 진정 외유내강의 힘을 가지고 있다. 소리 없이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잘 사는 네덜란드. 이 나라에 대해 알게 된다면 흔히 선진국하면 떠올리는 미국이 절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단 가장 극단적으로 우리나라와의 대조를 보이는 노동시간을 볼까?



그래 보아라. 위는 OECD가입 30개국 중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을 나타낸 그래프다. 당당히 최저시간 노동국가를 차지한 이 사람들 일 더럽게 안한다. 칼퇴근해서 온가족 도란도란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일 뿐 아니라 그 많은 휴가 시간도 칼같이 사수하며 산다. 반대로 대한민국, 뒤에서 두번째인 그리스와도 엄청난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 꼴지를 달린다. 우리나라 사람들 진짜로 일 많이 하는 거, 맞다. 근데 이렇게 누구는 우리보다 1년에 1000시간 가량 일 덜하면서 더 많이 벌어가니 그게 정말 아이러니하고도 부아가 치미는 일이다. 다음을 보자.



이것은 1인당 국민소득을 나타낸 자료다. GDP와 가장 유사한 개념이라 보면 되겠다. 우리보다 훨 적게 일하고 버는 돈은 한참 많다. (참고로 위의 두 자료는 per capita, 즉 인구수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국가나 인구의 규모가 표준화되어있다. 절대량이 아니라 상대값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 가능함.)


 


어? 근데 북유럽형 복지국가들이 죄다 상위권에 있네? 그럼 얘들도 어차피 세금 엄청나게 내고 살겠지!




근데 어쩌지? 그것도 아니다... 세번째 그래프는 국민소득 중 세금의 비율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두번째 그래프와 크게 순위 변동이 없는데, 유독 엄친아 네덜란드만은 30개국 중 다섯번째로 돈 잘 버는 국가이면서 열여덟번째로 세금 많이 내는 나라다. 특히 북유럽형 복지국가 모델을 따른 나라들이 세금 비율 상위권에 랭크된 반면, 이나라는 걔들만큼 돈 벌면서 세금도 별로 안 때린다. 아, 그럼 다같이 잘먹고 잘사는 복지국가형 나라는 아니겠구나. 누군 엄청 잘살고, 누군 엄청 못살고 그러겠지.


 

위의 소득불균형 지표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아뿔싸! 그 예상도 빗나간다. 덴마크, 스웨덴 다음 세번째로 소득분배가 고르게 되어있다. 다같이 잘먹고 잘사는 나라 맞다. (아쉽게도 이 그래프에선 우리나라 자료가 빠졌는데 들어갔더라도 하위권임이 분명함.)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얘들은 OECD 30개국 중 제일 적게 일하면서 돈은 다섯번째로 많이 벌고 세금도 다른 복지국가형 수준, 아니 심지어 평균에도 못미치게 적게 내는데 소득 분배는 세번째로 잘 되어있는 나라다.


 


더 피부에 직접 와닿는 짜증 및 서러움과 부러움, 시기, 질투 등은 뭔 줄 알아?



 


청년층(만 15-24세) 고용 비율이다. 33개국 중 우리나라는 30%를 밑도는 반면, 네덜란드는 청년층 중 일자리 가진 사람이 60%도 넘는다. 첫번째 평균노동시간 그래프와 함께 생각해보면 우리는 직장 구한 사람은 일이 과중돼서 야근이니 과로사니 어쩌니 죽겠다는 소리하고 있고, 직장 없는 사람은 아무리 쑤셔도 못구해서 취업난이니 비관자살이니 어쩌니 죽겠다는 소리하고 있고... (물론 첫번째 노동시간 그래프의 타깃은 만 15세 이상 전연령층이며 이번 그래프와 단순 비교하기엔 왜곡의 여지가 있음.) 얘들 일찍일찍 어른돼서 사회로 나갈 때 우리는 학력지상주의니 뭐니에 빠져 온갖 듣보잡 대학이 출현하고 되도 않는 대졸자 비율이 어마어마한데 그렇게 배워서도 취업 못해 안달이고 유예기간은 늘어가고 서른 다되도록 사회인이 되질 못해 부모한테 의지하고... (내 자신한테도 해당되는 쓴 소리)


 


이러니 한국과 네덜란드, 두 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다음과 같을 수밖에 없다.


 





<잘 안보이니까 설명을>


왼쪽위 : 개인간 신뢰도 / 오른쪽위 : 국회(정부?) 신뢰도


왼아래 : 인플레이션 상승률 / 오른아래 : 평균노동시간


세로축은 모두 삶의 만족도 (세로축 값이 높을 수록 만족도 높음)


점선으로된 대각선이 평균이 되는 값 (대각선에 가까울 수록 대체로 두 변수의 상관 관계가 정상적인 인 것임, 선보다 위에 있으면 X축 변수에 비해 만족도 높음, 선보다 아래에 있으면 변수에 비해 만족도 낮음)


윗쪽 두개 그래프는 가로축 오른편으로 갈수록 신뢰도 높음


아래 두개 그래프는 가로축 왼편으로 갈수록 좋은 것 (인플레이션 낮음 / 노동시간 적음)


동그라미 친 게 대한민국


네모 친 게 네덜란드


 


마지막 네번째 도표에서는 왜 한국이 없냐구?


가로축 최대값이 2200시간이잖아.


최대값을 훌쩍 뛰어넘는 대한민국 연평균 노동시간 때문에 그래프에서 짤린 거지 ㅋㅋㅋ


웃지만 웃지 못할 이야기...


그저 실 없는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


 


김영삼이가 얼마전에 그랬다지?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은 맞아.


단지 누가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누구는 만족스런 삶을 살게 되고 누구는 찌들어 살게 되지.


 


마지막 결정타!


대한민국이 굉장히 자부심 갖는 컴퓨터 보급률.




가정 내 컴퓨터 보급률이라고 해야하나? 접근성? 어쨌든 이건 Households with access to a home computer를 나타낸 도표다. 우리나라 이부분에서 대단한 것 맞지만, 어쨌든 간발의 차로 엄친아에게 또 밀렸다는 것...ㅋ


그래도 걱정말자. 그래프는 못구했는데 표에서 보니까 인터넷 접근성은 대한민국이 압도적 1위였다. 또 온갖 성장률, 즉 통시적 개념으로 봤을 때 같은 기간 내에 성장 또는 발전한 정도를 나타낸 그래프들을 보면 거의 다 대한민국 극강이다. 문제는, 이제 좀 쉬어갈 때도 되지 않았냐는 것임.


 


숨 좀 쉬고 살자 대한민국! 비슷한 악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 숨 쉬고도, 무조건 달리지 않아도 잘 사는 나라가 분명 있다. 바뀌어야 하는데도 바꾸지 않는다면,혹은 바꾸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엄친아의 나라로 떠나는 국민들 원망이라도 말든가. 


 


 


 


 


 






모든 자료의 출처는 OECD Factbook 2008


지구상 그 많은 나라 중에 나름 OECD 중에 껴서 비교라도 당할 수 있는 자부심이라도 갖자, 이게 웬 배부른 자의 볼멘 소리냐, 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이상향으로의 발전과 도약을 멈추려하지 않는 한 그 이상향의 목표에 대한 재고와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네덜란드를 예시로 들어 나불거려본 푸념이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고 직간접적 영향력이 지대하신 미국, 일본 조ㅊ느라 대한민국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명백히 있으니까.


난 좌파라 할 수도 없고 뚜렷히 반미성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머물던 시기에 잘 몰랐던 부분, 우리나라와 가깝지 않아 미디어 커버리지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보수적 경향이었던 시각이 좀 바뀌었다. 단지 평균값, 중앙값을 기준으로 할 때 지금 대한민국이 이미 너무 보수화되어있지는 않은가 싶고, 뭔가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다.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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