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으로 가는 여자
전화가 오지 않는 하루가 또 지나고 다시 아침입니다.
전화만 오지 않았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은 폭풍우 속의 바다입니다.
기다리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게
이렇듯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두 달 전쯤, 한 남자를 소개받아 만났습니다.
두 번재 만나 헤어질때,남자가 말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하겠습니다."
유독 '제가'라는 말에 힘주어 말하던 남자.
친구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유난히'제가'라는 말을 강조하던 남자의 음성때문에 속을 끓입니다.
'연락하기 전에는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
남자에 대한 좋은 느낌을 너무 감추었던 건 아닐까?
마음을 드러내는 데 인색한 내 성품이 야속합니다.
'아니야,차 한잔 마실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쁠 수도 있어.
갑자기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서 연락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아니면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려 전화번호를 모를수도 있어.'
혼자 소설을 써 봅니다.
'내가 걸어볼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립니다.
'제가 전화를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내 쪽에서 먼저 연락을 헸으련만.
남자는 왜 자기가 전화하겠다는 말을 한 것인지.......
누군가 나서서 '그건 이래서야!'라고 정답을 이야기해주면 좋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자꾸 나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내가 싫은가? 마음에 들지 않나?'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주말을 보내고 나니 그 여자 생각이 납니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텐데..........마음이 무겁습니다.
첫 인상이 참 좋았던 여자.그다음 주말에 한번 더,
그 다음 주말에 한 번 더 만났을때도
첫 인상의 느낌은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바로 이 여자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조금만 어리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트나 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갓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가볍게 데이트나 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망설이는 중입니다.
평일에는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한 주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에는 푹 쉬었습니다.
그러나 주말에 데이트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마음이었습니다.
푹 쉬면서 그 여자에 대한 감정을 정리해보려는 의도.
공백의 시간 동안 마음이 여자에게 달려가면
진지하게 만나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말이 다 지나도록 마음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 여자에게서 호감의 눈빛을 보았던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 여자에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염려가 됩니다.
'이대로 연락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을 알아차릴까?'
그래준다면 좋겠지만 예의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대로 한 주만 더 지내볼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말을 꺼내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내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마음에 천 근 무게의 추 하나가 달립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의 고리를 푸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똑같은 생각만 되풀이합니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면?그냥 이대로 있게 된다면?'
오즈 야스지로가 말했습니다.
남녀 관계에서 단둘이
저녁식사를 세 번씩이나 갖고도
아무 일 없을 때는 단념하는 것이 좋다.
by 왼쪽으로 가는여자,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