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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Of Love, #1

김동선 |2008.07.10 13:52
조회 62 |추천 2

'하늘색' 이란 것 말고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안될만큼

날씨가 화창한 이런 날이면

어떤 법칙이 있는 것 처럼 니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하게,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곤 했던 그 따뜻한 웃음도 함께 말이야.

 

넌 아직도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 같았어. 오늘 처럼 흰 뭉게구름과, 맑은 하늘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날씨 하나에 하루 종일 행복에 젖었고,

마침 지나가는 바람 한 점에 발걸음을 멈춘 채

눈을 지그시 감았었지.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아이들은 말이야, 절대 계산하지 않아.

사탕을 주면 미소짓고, 화를 내면 울상을 지을 뿐.

 

너도 그랬던거 아니?

 

추운 겨울날 입술이 매마른걸 보고 건낸 작은 립밤 하나에

넌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감동했었고,

내가 조금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 너도 금새 시무룩해졌어.

 

 

그런 너와 사랑하면서

아니, 분명히 고백하자면 그런 너의 사랑을 받으면서

난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

너에게 주는 마음의 수위를 조절하고

절대 어느 선 이상 너에게 넘어가거나 기울지 않았지.

어린 시절 짝궁과 내 책상 사이에 그려져있던 분명한 선처럼

니 앞에도 그런 선을 그려놨던 것 같아

 

친구들의 어줍잖은 조언에, 여우가 되라는 세상의 조언에

귀기울였어.  부끄럽게도 나, 그러면서 내 손에 쥐어진

'주도권' 이라는 그 웃긴 전리품 하나에 흡족해 했었다.

 

 

그 우월감과 주도권이라는게 얼마나 미미한 것이었는지,

니가 없는 지금에서야 깨달아

 

진심이 담긴 부드러운 눈으로 날 보며

예쁘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없음을,

내 하루 일정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아빠같은 사람이 이제 내옆에 없음을,

비 오는 어느 날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앞에

우산을 들고 나타나 줄 그런 사람이 이젠 없음을,

목이 건조해 매일 기침을 달고사는 날 위해

매일 아침 강의실에 물 두병을 사들고 나타나는 사람이 없음을,

이제야 알아.

 

TV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할일 없이 돌려봐도,

너 처럼 날 웃게 해주는 사람은 이제 없잖아.

라디오에선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와도,

너 처럼 내 눈을 보며 불러주는 사람은 이제 없잖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너의 그 무게와 진심이

너무도 컸음을, 이미 사랑이 지나간 이 자리에서야 알아

 

하지만,

이제 니가 없다는게 너무나도 분명하다

니가 종종 거북스러워했던, 구름이 없는 또렷한 하늘처럼

분명하고 선명하다.

 

니 위에서 니 맘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니가 위에서 날 안아주고 있었더라

모든걸 알면서도, 외로워 하면서도,

그 모든걸 그 특유의 따뜻한 웃음으로 가리고말이야.

 

지금도 분명 어디선가 구름이 어우러진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짓고 있을 너. 동화같은, 영화같은 인생을 믿어보며

살아가고 있을 너.

니 말처럼 인생이 영화같을 수 있다면,

그래서 말도 안되게 니가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면,

그 땐 내가 너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말하고 싶어.

 

너의 스무살이 나로 물들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내 스무살이 너로 물든 것 같아 너무 고맙다고 말이야.

 

Colors Of Love #1

2008. 07. 10

Music by. Steve Barakatt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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