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와인을 압시다 / 와인라벨읽기

강부권 |2008.07.11 14:41
조회 89 |추천 4


가장 굵은 글자는 양조장 이름…등급 하나 올리는데 100년도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태어난 연도며 아기의 이름, 고향 등을 기입한 이 신고서는 세계 어느 곳을 가나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와인 병 위에 붙어있는 라벨이 바로 출생 신고서 같은 역할을 한다. 단지 사람이 아니라 와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용어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라벨에서 가장 굵은 글자로 쓰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 태어난 집이다. 보통 양조장 이름이 붙게 된다. 다음으로 들어가는 것은 연도 표기. 와인이 태어난 해를 의미하는데 이는 포도가 수확된 연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샴페인 같은 경우는 연도가 표기 된 것(그 해의 포도로만 만든 것)과 연도가 없는 것(여러 연도를 섞어 만듬)이 있다.

이 외에 보통은 양조장 이름 밑에 작은 글씨로 원산지 통제(統制) 명칭(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보통은 첫 글자들을 모아A.O.C라고 함)이 붙게 된다. 이것을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오리진’에 해당하는 것이 포도가 재배되는 지역이다. 가령 서울에 여러 구가 있는데 포도재배 주소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일 경우 서울에 속해 있지만 압구정동에서만 재배된 포도만을 사용했다면 오리진 자리에 압구정동을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압구정동을 포함한 강남구의 여러 동에서 재배된 포도를 섞어 양조했다면 강남구 지역 와인으로 들어간다. 서울로 표기하는 경우는 서울의 어느 구에서든지 재배한 포도를 사용할 때 가능하다. 이렇게 작은 지역에서 섞이지 않고 그 토양만의 성질을 갖고 태어난 와인들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 반면 독특한 그들만의 성질을 잘 보여준다.

이같이 철저한 원산지 통제로 인해서 프랑스 와인이 지금의 명성을 이루는 발판을 구축했다. 상표만 보고도 와인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굳은 믿음을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준 것이다. 프랑스 전역의 포도밭에는 그 땅의 명칭이 이미 정해져 있고 등급이 매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등급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1~2년의 와인 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 년 이상의 꾸준한 품질 향상이 있어야 한다. 좋은 예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이 1855년 등급을 갖게 되었고 모두 61개 양조 성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분류되었다.

● 누가 병에 담았는가도 표시

그 중 2등급 와인 대열에 있던 무통 로쉴드만이 1973년 1등급으로 격상되었다. 실로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사건은 프랑스 내에서뿐 아니라 와인에 관심 있는 모든 나라에서 뉴스가 되었고 지금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일화가 되었다. 한편에서는 정치적 로비의 결과라고 하지만 1등급으로 오르기 위한 로쉴드 가문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나 전으로 1855년 이루어졌던 와인 등급 분류는 한번도 변화된 적이 없다. 그만큼 까다롭다는 것이다. 포도농장 주인들은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지만 와인을 마시는 우리들에게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와인 라벨에 표기해야 하는 또 다른 것들은 알코올 농도와 용량이다. 용량은 대부분 일정하지만(750㎖ 또는 325㎖) 알코올 농도는 지역과 양조장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부가 정해준 범위 속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누가 병에 와인을 담았는가를 표시하는 일이다. 보통은 양조장에서 병입하지만 거대한 양조 회사가 와인을 지역별로 사들여 회사가 병입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때 와인의 가격은 대량 생산으로 인해 내려갈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와인의 라벨에는 이처럼 많은 정보들이 들어 있다. 오늘 저녁이라도 와인을 한잔 할 기회가 있어 유심히 라벨을 관찰해 보면 와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기억해 두었던 라벨의 성(城)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잠시 동안 이 모든 복잡한 것으로부터 분리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본다면, 등에는 작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와인 병을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자신이 마셨던 와인성의 포도밭을 산책한다면 구름에 달 가듯 와인과 더불어 잔잔하면서도 한적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추천수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