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 대한 강조는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은 물론 대부분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항이다. 최근 딜로이트컨설팅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 85% 이상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그러나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경영자원이 바로 ‘인적 자본(HR·Human Resource)’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사람’을 잘 관리하는 기업 즉, HR 수준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기업가치가 높을까?
단기적으로 HR와 사업성과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3~5년 정도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명확히 ‘예’라고 말할 수 있다. 휴먼리소스매니지먼트의 조사에 의하면 HR 수준이 높은 상위 25% 기업은 하위 25% 기업보다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는 2.6배, 직원 1인당 생산성은 1.3배 그리고 매출액은 4.3배나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 짐 콜린스는 지난 15년간 시장의 3배 이상 수익을 창출한 위대한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경영진의 리더십, 인재 우선 사상, 변치 않는 신념, 현실 직시 및 수용, 규율 문화 그리고 기술을 통한 변화 가속화 역량이라고 제시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HR가 사업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우수한 기업들의 제도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면 비슷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까.
인사관리 잘한 기업 매출액도 높다
대부분 국내 기업이 경험적으로 느끼겠지만, 선진 우수사례를 도입한다고 해서 가치창출로 연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유는 단순 명확하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 활동하는 프로 선수들의 스윙 폼이 모두 다르듯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짐퓨릭은 골프 스윙에서 금기시하는 ‘8자 스윙 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급 선수다. 김미현은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언샷보다 정확한 우드샷을 잘 구사해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경쟁한다.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신의 몸인 ‘기업 가치체계’와의 적합성(Fitness)을 확보할 수 있는 스윙 폼 즉, 인재가치 창출 체계를 활용해야 궁극적인 기업가치 창출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조직 내 사람과 관련한 이슈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조직 단계로 보면 크게 주주, 경영진 중간관리자, 직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으로는 채용, 이동, 평가, 보상, 복리후생, 경력개발, 직급, 승진, 교육훈련 등으로 구분한다. 이 외에 리더십, 직원역량, 조직구조, 문화,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역사 등 수많은 변수들이 조직 내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변수들은 개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선후 관계를 형성하며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단적인 예가 국내외의 수많은 기업이 GE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지만 GE처럼 된 회사는 거의 없다. 이는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서다. 훌륭한 CEO였지만 형식을 중요시하고 임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됐던 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는 창조성을 장려하고 임직원 간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HP 문화와의 충돌로 인한 직원의 반감,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퇴출됐다. 이는 CEO의 리더십과 조직의 문화 간 부조화로 인한 것이다.
회사 가치체계와 궁합이 맞는 HR를 운용해야 경쟁우위 원천으로서의 인재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처음 만드는 데 투입되는 노력 이상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정성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인재가치 창출 시스템에 대한 고민보다는 평가, 보상 등 인사 기능적 측면이나 인건비 절감 등 운용의 효율성 제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또 자기에게 적합한 가치창출 시스템의 창출보다는 선진 기업들의 우수사례에 대한 연구와 모방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귀사는 타사를 모방하고 있는가. 아니면 독창적인 인재가치 DNA를 보유하고 있는가.
◆ 현장사례
J&J, 75년 이어온 신조 임직원 묶어

우리의 신조는 J&J의 기업가치체계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말해주고 또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가이드하는 신념이다. 전 직원이 공동의 가치체계를 갖게 하는 인재가치 창출 기반이기도 하다.
J&J 창업자인 로버트 우드 존슨은 J&J를 가족 중심 사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들어 마케팅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3년 한 페이지로 된 우리의 신조를 성문화했다. 바로 고객에 대한 책임, 직원에 대한 책임, 세계 공동체에 대한 책임, 주주에 대한 책임 등 4가지의 책임이다.
1980년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은 기업가치 실천의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82년, 누군가가 타이레놀 캡슐에 청산가리를 투입해 시카고 지역에서 7명의 사망자를 냈다. J&J는 사건이 시카고 지역에서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전 미국 시장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했고, 전 국민에게 위험을 알렸으며, 이런 일을 하는 데 모두 1억달러의 비용과 2500명의 인력을 동원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지는 이 사건을 통해 “J&J는 비용이 들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반드시 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 당시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렀지만 고객에 대한 책임의식을 행동으로 보여 줌에 따라 회사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 이는 비용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값진 것으로 빠른 시일 안에 주주에 대한 책임의식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J&J의 ‘우리의 신조’는 벽에 걸린 책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지침서가 돼 매년 전 세계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우리의 신조 조사(Credo Survey)를 실시한다. 윤리적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 직원을 존중하는지 우리의 신조인 4가지 책임의식을 실행하는지, 직원들이 평가하는 리더십은 어떠한지, 보상과 인정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커뮤니케이션은 잘되고 있는지 등 21개 영역에서 약 80여개의 질문으로 조사내용이 짜였다.
도이체방크는 글로벌 금융사로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인적자원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금융산업 내 경쟁우위 원천으로 인재가치 관리체계를 도입한 사례다. 이 은행은 98년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거듭난다. 90년대까지는 독일 내 직원이 80%를 차지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 직원의 50%가 해외에서 근무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문화적 통합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이체방크는 자신들의 5가지 핵심가치가 버려지지 않고 전 세계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몰입도 지수를 개발해 매년 실시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그룹 내 12개 회사에 속한 구성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분석해 각 그룹사 CEO가 경영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 CJ는 문화지표 조사, SKT는 인재가치 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기업가치 창출의 원인 변수로서 인재가치를 파악해 관리하고 있다. 이제 여러분의 인재가치 방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 김병전 파트너는
인사컨설팅 분야에서 오래 몸담았다. 앤더슨과 머서를 거쳤고 2006년 딜로이트컨설팅에 합류해 기업의 인사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을 한다. 중앙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병전 딜로이트컨설팅 휴먼캐피털그룹 파트너]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62호(08.07.0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