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속 비밀 코드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역시 대한민국이 몇 개의 금메달을 따 몇 위에 오르느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인의 관점으론 이번 올림픽이 사고 없이 잘 끝날 수 있는지가 더 걱정이다. 며칠 전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일어난 테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각 종목 경기 장면들이 TV 화면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유심히 살펴볼 게 있다. 선수들이 보내는 특이한 시그널이다.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유럽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왼쪽 손바닥에 오른손을 세워 받치는 'T'자를 만들지도 모른다.
농구의 작전 타임 요청 시그널과 같은 이 'T'자는 티베트를 상징한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미국의 흑인 육상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높이 치켜든 것과 비슷한 방식의 항의 시위다. 런던에 기반을 둔 티베트 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용감한 선수들의 동참을 기다린다"며 인터넷 사이트(www.tfortibet.org )까지 만들었다.
수단 다르푸르의 인종 학살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묻는 서방 단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은밀한 항의'를 한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수단을 상징하는 녹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리나 손목 밴드를 착용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선수들이 땀을 닦을 때 자연스럽게 전 세계 팬들이 수단을 생각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한 유럽의 인권단체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오렌지를 벗기는 행동을 권유하기도 한다. '오렌지 색(Color Orange)'이라는 덴마크의 인권운동단체는 "중국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단순히 오렌지를 까는 행동이라도 많은 메시지를 담은 성명이 될 수도 있다"며 "오렌지 색 옷을 입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서방 세계가 거론하는 중국의 인권 문제 중 북한 탈북자 문제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미국에 기반을 둔 북한자유연대(North Korea Freedom Coalition)란 단체는 지난 달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중국 내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내용의 글귀가 새겨진 손목 밴드를 착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단체는 약 30만명의 북한인이 중국으로 탈출했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며 일부는 처형을 당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보호를 촉구하는 것이다.
올림픽을 총괄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의 정치 활동을 엄금한다. 히틀러의 정권 홍보 수단이었던 36년 베를린 올림픽, 테러단체 '검은 9월단'이 올림픽을 피로 물들인 72년 뮌헨 대회, 그리고 불참사태가 이어진 80년 모스크바 대회와 84년 LA 대회를 겪은 IOC로선 당연한 방침이다.
또 한국이 개최한 88년 서울 올림픽은 미국과 소련이 이념을 뛰어넘어 8년 만에 스포츠로 화합한 대회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놓고 우리 국민들은 올림픽의 탈 정치화에 무작정 박수를 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특히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는 수많은 북한 동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고석태 스포츠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