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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횟집

김선미 |2008.08.21 07:07
조회 49 |추천 0

 


 

 

 

 

 

후기 _

아픔을 기억하는 이

 

 

내 손은 지금 멀쩡하다.

아무 것도 남아 있질 않다.

피를 흘린 기억이 언제였던가

아무래도 떠오르질 않는다.

 

내 손톱 끝 어느 모세혈관이 찢어지고,

갈라지면서 흘러나오던 서캐 같은 말들....

나는 그것들을 내 손으로 잡아죽이지 못했다.

어느 골을 마구 돌아다니며

가려움증을 일으킬지 알 수가 없다.

아픔을 기억하는 이만이 나의 가려움증에

면역을 갖게 될 것이다.

서류를 묶어놓은 스테플러침에 찔려

사흘밤낮을 피 흘리리라.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면

우유대금을 받으러온 청년에게

거스름돈을 챙겨주다 천 원 짜리 신권에

새끼손가락을 베이리라.

그때 문득

어릴적 앓던 홍역을 다시 앓게 된다면

온전히 앓아 버리자.

아스피린 한 알도 먹지 말고

꼬박 앓아 버리자. 앓고 난 후 당신은

당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무엇이

부서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허브화분, 애써 모아놓은

수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 전 바꾼 새 차 일수도

어렵게 얻은 새 집 일수도 있다.

그것을 내어주고 당신이 앓은 병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뿐이다.

손톱 밑에 잔뜩 끼인 하얀 부스럼.

오래 전 당신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각질 덩어리만 있을 뿐이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증거이다.

당신이 살아있음에 대한

아무도 증명하지 못하는 당신만의 아픔.

그리고 나서 찢겨나간 몇 점의 묵은 세포 따윈

잊어버려야 한다. 깔끔히.

 

아픔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 혹은 당신.

우리 중 어느 누구는

항상 그것을 잊고 지낸다.

통감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삶은

각성의 연속이다.

헤어나오지 못하는 각성의 바다.

아무 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면 쓸수록 더욱

헤어나올수 없는 진창으로 도망치는 것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음을

소용없는 짓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아픈 영혼들.

그런 무수히 아픈 영혼들을

누군가는 달래 주어야 한다.

살아있으면서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끊임없이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 아픔을 기억하는 이만이

진정한 삶을 살 자격을 갖는다.

'진정' 은 멀지 않지만 쉽지도 않다.

같이 아파하는 것.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면서

아픔은 치유된다.

까닭 없는 고통은 없으므로.

 

내 손은 지금 멀쩡하지 않다.

온통 피투성이.

살아있는 세포들은 아주 오랜 옛날,

서랍에 찧인 그때부터

조금전 차 끓이던 물에 데인 그때까지

모든 것을 기억한다.

그 작은 아픔들은 내가 나태해 지거나

조금이라도 나를 팽개쳐버리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해 주었다.

무엇 때문에 아픈 것인가?

왜 나는 상처 없는 고통에 이렇게 시달리는가?

그것은 숙명적인 것이었다.

아무도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만약에 그것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더 멀리 달아나, 혼자 더 많이

아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찾아 오는 집 잃은 고양이들.

휴식을 잃은 영혼의 지친 모습 때문에

아팠다.

하지만 실은 그들을 위해 먹다 남을 생선뼈를

쓰레기 봉투 옆에 놓아두는 일이 더

아픈 일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까지 오는 밤이면,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그들의 젖은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 젖은 울음이 잠자리까지 흠뻑

적셔놓는 밤이 이틀 넘어 계속된다.

이제 시궁쥐들마저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된다.

그들의 아픔은 도미노처럼

나에게 온다.

 

 

부디 더 많이 아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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