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조선 2004-03-31 17:13] “미래 유망직종 노려보세요” 권유
“비행기 조종을 배워보세요.” 지난 3월 13일과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유학박람회장엔 이색 학교를 소개하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에서 날아온 재미동포 사업가 윤영교(미국명 존 윤ㆍ54)씨다. 비행 관련 사업을 하는 KSA(KSAviation/www.ksaviation.com)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윤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민간 비행학교 시에라 아카데미(Sierra Academy)를 최근 인수한 뒤 신규 사업 추진과 학생 모집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과거 우리가 어렸을 때 지금처럼 모두가 자가용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습니까? 한국은 아직 자가용 비행기 시대의 준비과정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각종 항공관련 규제가 풀려 한국의 하늘이 열리면 자가용 비행기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대한항공 조종사 위탁교육학교
한국에도 앞으로 자가용 비행기 시대가 열린다는 꿈 같은 그의 생각에 동의해야 할까. 하지만 지난 수십년 간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행기 조종을 배우는 목적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양합니다. 한국학생들은 항공사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분도 많지만, 취미로 배우는 분도 많습니다. 항공 분야 공무원이 되기 위해, 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항공대학의 조종교수가 될 목적으로 배우는 분도 있습니다.”
그는 “비행을 취미로 배우다가 직업조종사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취미가 직업 같고 직업이 취미 같은, 비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교과과정은 크게 자가용 면허과정, 계기 면허과정, 사업용조종사 면허과정 등 3가지로 구별된다. 자가용 면허과정은 경비행기 조종 과정이며, 계기 면허과정은 관제탑과 교신하며 지시대로 계기를 움직이는 훈련을 받는 과정. 자가용 비행기를 보다 완벽하게 조종하기 위해선 취득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사업용조종사 면허과정은 앞의 두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을 통과하면 일반항공사의 부기장으로 취직할 수 있다고 윤 회장은 말했다.
교육기간은 어느 정도 걸릴까. “한국의 항공사 입사를 목표로 할 경우, 조종사 교육기준으로 평균 10개월이 소요됩니다. 250비행시간에 85시간 이론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을 이수하면 자가용 면장, 계기비행 면장, 사업용조종사 면장까지 취득하게 됩니다. 자가용비행기는 3개월 과정인 자가용면허와 계기비행면허 등 6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시에라 아카데미는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비행학교이기 때문에 이곳의 과정을 거치면 비행업계에선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이다. “시에라 아카데미는 미국 내 3000여개 비행학교 중 명문에 속합니다. 39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세계 65개 항공사에 5만여명의 조종사를 배출한 명문학교입니다. 대한항공도 지난 12년 간 조종사들을 위탁교육시켰으며 현직 조종사 800여명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학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오클랜드 국제공항 안에 있는 오클랜드 캠퍼스와 인근의 스톡턴 캠퍼스로 나뉜다. 오클랜드 캠퍼스에선 3개 활주로를 훈련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수진은 세계 여러 항공사의 조종사들을 교육시켜온 교관들입니다. 현재 50여명의 베테랑 교관들이 50여대의 비행기를 이용해 교육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수업료, 한국 학생 15% 할인
사실 시에라 아카데미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이다. 최수종, 채시라, 김혜수가 열연한 인기 TV 드라마 ‘파일럿’에서 조종사 교육을 받는 장소였으며, 한국인 최초의 민간항공 여성조종사인 신수진씨가 졸업한 곳이라고 한다
교육비용은 자가용 면장과 계기비행 면장 과정이 각각 1만달러(약 1150만원)이며, 두 과정을 함께 하면 1만6000달러(약 1840만원)이다. 3과정을 모두 이수하려면 5만2480달러(약 6000만원)가 든다. 윤 회장은 “한국 학생들에겐 미국 학생들보다 15% 특별 할인된 가격인 4만4760달러(약 5100여만원)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여기엔 ELS 영어교육비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 이후 항공 수요가 줄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국내외 항공사 취업전망은 어떨까. “사실 테러 이후 최근까지 세계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들도 경영 규모를 줄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간 전세계 항공시장은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 “KSA가 한국에서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부정기 노선 항공사를 설립하게 되면, 시에라 아카데미를 졸업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취업 문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9ㆍ11 테러 이후 외국인들의 미국 비자 받기가 무척 까다로워졌는데 비자 문제는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중동에서 오는 학생이 아니면 전혀 문제가 없으며, 한국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제한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부친도 유명한 비행사
비행학교 인수는 최근 일이지만 사실 윤 회장은 항공업과 깊은 인연이 있다. 부친(윤근섭)이 유명한 비행사였다. 한국공군 창설멤버였던 부친은 전투기 조종사로 6ㆍ25 때 임진강 다리를 폭파시킨 무훈을 세웠고, 공군에서 후배들 양성에 힘썼다고 한다. 전역 후엔 대한항공에서 일본 나리타 지점장으로 은퇴했다. 회사명 ‘KSA’의 KS는 Korean Standard라는 뜻도 되지만 실제로는 부친의 이름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간 윤 회장은 학교 졸업 후 항공과 관련 없는 사업을 벌였으나 결국 ‘피’를 속이지 못하고 항공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셈이다.
부인, 1남1녀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윤씨는 현재 고교 2년생인 아들에게 비행조종을 가르치고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도 더욱 발전해 모두들 자가용 비행기를 모는 세상이 올 것을 기대해 봅니다.”
이거산 주간조선 차장대우(bigm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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