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CJ그룹 직원, 회장돈 안 갚은 조폭 살인청부 ‘의문 투성이’

이강율 |2008.09.24 22:00
조회 306 |추천 0
[한겨레] 재벌 회장의 개인돈을 관리하던 그룹 간부가 사채업 등에 투자했다 거액을 떼일 처지에 놓이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채무자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조직폭력배 정아무개(37)씨 등 5명을 살인미수 및 납치·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 돈을 주고 살해를 청부한 혐의(살인교사 등)로 씨제이그룹 전 재무팀 팀장 이아무개(40)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왜 조폭에 돈 맡겼나?

■ 투자 경위 

이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회장의 개인돈 180억여원을 '대전 사거리파' 출신 조직폭력배 박아무개(38)씨한테 투자했다가 이 가운데 80억원을 되돌려 받지 못하자,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조직폭력배 정아무개(37)씨 등에게 돈을 주고 박씨를 살해해 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안아무개(41)씨를 통해 거액의 기업자금을 관리하던 이씨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해, '재개발·사채업·사설경마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를 받아 이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벌 회장의 개인돈을 조직폭력배의 '꾐'에 빠져 사채업 등 비정상적인 투자로 불리려 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또 이런 비정상적인 거액의 투자를 팀장급 간부가 단독으로 결정했고, 이를 그룹 쪽에서 오랜 기간 방치했다는 점도 의아스런 대목이다.

이에 대해 씨제이그룹 관계자는 "이씨가 개인적으로 몰래 돈을 굴려 그 수익을 챙기려 한 것 같다"며 "그런데 손실액이 워낙 커지니까 (살인청부라는) 비이성적 방법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장님 돈은 '관리'를 하지 '굴리지'는 않는다"며 "이씨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이씨는 2002년 그룹 재무팀에 입사했으며 경찰 수사 이후 사표를 냈다.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씨의 영장을 기각했으며,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살해교사자가 피해자?

■ "살인청부 폭로" 돈 뜯어

이씨는 '살인청부'를 하면서 착수금조로 조직폭력배 정씨 등한테 모두 3억3천만원을 건넸다. 이에 따라 정씨 등은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이른바 '오토바이 퍽치기'를 위장해 박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지난해 7월에는 박씨를 납치해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 감금했으나 살해하지는 않았다.

그 뒤 이들은 '살인청부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오히려 이씨를 협박해 8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청부살해 '표적'이 된 박씨도 같은 방법으로 이씨한테서 도피자금 등의 명목으로 모두 4억2천만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시도가 미수에 그친 뒤 조직폭력배 정씨 등이 거꾸로 이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 등을 제시하며 이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며 "박씨는 자신을 살해하려 한 조폭들을 설득해 '이씨를 협박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공모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가 '입막음'용으로 이들한테 건넨 돈의 출처는 이씨가 관리해 온 회장 개인자금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200억은 회장 개인돈?

■ 자금 출처와 성격

경찰은 이씨가 관리해 온 '회장 개인돈'이 최소한 2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씨제이 쪽은 "회장이 선대로부터 개인적으로 상속받은 차명주식으로, 회삿돈이나 비자금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씨제이 쪽은 그룹이 관리해 온 회장 개인돈 총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손이다. 회장의 개인돈을 그룹 재무팀 직원이 관리해 온 것에 대해서는 "회장이 대주주이고 유상증자 등 자금거래가 있을 때 공시를 해야 할 경우가 있어 통상 재무팀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문제의 자금이 차명계좌 등으로 관리돼 온 점을 중시해, 씨제이 쪽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자금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돈이 회사의 비자금이라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으나 자금의 성격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씨제이 쪽은 차명계좌로 회장 개인돈을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난 지난 8월 뒤늦게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할 세무소에 자진신고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