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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상미 |2008.09.29 10:37
조회 1,501 |추천 21


이외수 Said…


사랑이 무엇입니까. 누군가 내게 물어도 나는 명료하게 대답해줄 재간이 없다. 사랑은 말이나 글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불립문자不立文字, 아무리 절묘하게 표현을 해도 그것은 사랑의 원본原本이 아니라 사랑의 사본寫本에 불과하다.


사랑은 난해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사랑의 실체를 모를 정도로 난해하다. 아인슈타인이 골백번 다시 태어난다 해도 사랑의 공식과 정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화두를 푸는 열쇠는 사랑 그 자체밖에 없다는 사실을.


사랑은, 찾아올 때는 한여름 심장 속으로 들어와 이글이글 불타는 칸나꽃처럼 그대 영혼을 온통 열병에 시달리게 만들고 떠나갈 때는 한겨울 늑골 속으로 들어와 싸늘하게 흐르는 개울물처럼 그대 영혼을 온통 슬픔으로 흐느끼게 만든다. 사랑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태어나고 사랑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죽어간다. 일찍이 어떤 지성도 어떤 권력도 사랑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불가사의한 사랑이 어떤 사람에게는 몇 번씩이나 찾아오고 때로는 양다리 삼다리까지 걸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자조차 얼씬거리지 않는다. 짐작컨대 하나님은 사랑에 대해서만은 몹시 불공평한 분배 법칙을 만들어놓으셨다.


오늘날 세인은 너무 많은 것을 사랑의 조건으로 생각한다. 인물이 어떠냐, 재산은 많으냐, 부모는 뭘 하시냐, 직업은 괜찮으냐, 연봉은 얼마냐, 성격은 좋으냐. 도대체 이런 것들이 사랑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세인은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의 조건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나 사랑은 정신적인 교류에 의해서 맺어지는 것이지 물질적인 교류에 의해서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철저하게 내면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상대의 외형적 조건에 마음이 끌려서 사랑을 시작했다면 실패는 처음부터 예약된 결과로 보아도 무방하다.


- <날다 타조> 중에서

 

시오노 나나미 Said…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존재는 되고 싶지 않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 쪽에서 보자면 일일이 성가시게 구는 여자도 곤란하지만, 또 전혀 성가시지 않아도 뭔가 모자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있다. 세상 남자들은 어느 정도 ‘성가시게’ 해주기를 원한다. 혹시 그것조차 싫다는 남자라면 남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말하기 싫은 단어를 억지로 말하게 할 정도로 ‘성가시게’ 해보자. 또박또박 “나는 자기를 사랑해”라고 말하도록 시켜보자. 아마도 그는 상당히 부끄러워할 것이고, 또 상당히 망설이며 이 말을 입에 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는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든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든, 이쪽에서는 일단 그 말을 듣게 되면 승리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란 아무리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해도 말로 표현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그 후 감정의 전개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인간이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때와는 달리 일단 말로 하고 나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먼저 귀로 듣게 되고, 그 말은 확실한 형태가 되어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에게 말은 머리를 통과하지 않은 이상 절대로 그의 가슴에 정착되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만큼의 진실이 포함되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입으로 말한 이후에 진실이 포함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심이 아닌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된 후에 그런 말을 해주세요.”


이렇게 똑똑한 척하는 여자는 남자의, 아니 인간의 속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남자는 같은 말을 두 번째 하게 될 때는 처음만큼의 망설임이 이미 없어져 있다. 그리고 세 번, 네 번…. 언젠가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말로 상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먼저 놀라게 된다.
금단의 향수는 금단을 범하지 않고는 향을 맡을 수 없다. 남자들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니라고 되어온 말들을 억지로라도 말하게 시켜보자.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책략을 시도하든 반드시 시험해볼 가치가 있다. 억지로라도 입에 담은 후에 변하는 남자들 모습을 보면 납득이 될 것이다. 첫 허들을 넘으면 그다음 것을 넘기는 훨씬 쉬워지니까.
- <남자들에게> 중에서

 

알랭 드 보통 Said…


문제가 있는 사람(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 질투가 심한 사람, 감수성이 무딘 사람, 다른 성性에 더 관심 있는 사람,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을 사랑할 경우 “그의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가장 흔한 반응이다. 그에게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성격의 중심적인 특질이 아니라 우연히 생긴 일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살에 파고든 발톱처럼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시간이 흐르면 없어질 장애다.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가정하자. 그는 전화에 응답도 없고, 약한 면을 드러내지도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하지도 않는다. 뭐가 문제인가. 이런 면모는 사소한 부분이어서 그의 성격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아니다.


앨리스는 항상 에릭의 성격을 독창적으로, 어쩌면 빗나간 방법으로 읽었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면을 그 남자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빙산에 접근하는 방식 때문에 그녀는 그 남자가 한두 번만 재미있게 굴면, 숨겨진 해학적 기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어버렸다.

그러나 이제 그 남자가 좀 더 자주 재미있는 사람이나,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 과연 진짜 장애물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러한 것들은 에릭의 진정한 본모습이 아니라 앨리스가 자기 입맛에 맞게 지금까지 상상한 모습이라고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이미 인식하고 있는 영상으로 눈을 가리고 힐끗 쳐다볼 뿐이다.


앨리스와 에릭은 어느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은 에릭을 건너다보며 그의 말을 들었다. 그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에릭의 한두 마디에 그녀는 문득 그 남자가 평범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 남자의 태도는 훌륭한 품위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의 대화는 존경하거나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었다. 집주인이 와인을 따르고 에릭이 콩 요리를 떠서 담는 사이, 그녀는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생각했다.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구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과장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유명한 경구의 진부한 메아리였다. - <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연애란 교통사고와 같은 것으로, 평생 사고를 당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인지 불행인지 몇 번이나 당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교통사고와 같은 것으로 빈사의 중태에서부터 그냥 스쳐간 정도로까지 그 대상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대가를 치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 시오노 나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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