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 사연 없이 사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얼마 전,
우리매장에 새로운 오후 알바로
'증순' 이라는 녀석이 들어왔다.
작은 키에 주체 할 수 없이 긴 머리.
안경 낀 모습에 성시경스러운 느끼함이 살짝 더해지며,
어찌보면 일본 AV를 탐닉하는 오타쿠 같은 분위기도 풍겨지며...
( 역시, 변태는 변태를 알아보는 법 ! )
그에겐 미안하지만, 일단 비호감이었다.
2#
사연 事緣
[명사] 일의 앞뒤 사정과 까닭.
3#
일단, 내가 형이니 말을 트고,
이 녀석은 어떤 녀석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일 저런 일 가르쳐 주기도 해야하고,
얼마가 되었든,
앞으로 많은 일을 함께 해야하기에-
하루종일 그 녀석의 일과를 내가 follow 해주게 되었다.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바로, 마술.
카드 마술을 아주 잘한다.
요즘은 빌리아드 볼 마술을 연습 중이란다.
쉬는 시간이나 짬나는 시간엔
그의 마술쑈에 심취한 직원들의 환호가 절로 나온다.
덕분에
요즘 우리 매장 직원들에게 카드 마술 열풍이 불었다.
4#
그의 출근은 언제나 오후 4시인데,
늘 3시경에 출근을 한다.
그냥, 그가 부지런해서 겠거니 했었는데.
하루는 그냥, 출근을 왜이리 일찍 하는지 넌지시 물었다.
자기가 아끼고 좋아하는 동생이,
암 같은 걸로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여명이 얼마 안남았고,
그냥, 그래서 그 동생 병문안을 매일 가는데,
늘 그렇게 일찍 잠이 들거나 아파해서,
뭐, 그냥 할 일도 없고
그냥 일찍 온단다.
아.. 그는 정말 리얼변태가 아니라,
그저,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의 그 동생이
그의 그녀라는걸 알기전에는.
5#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오빠 동생 사이였단다.
똑 뿌러지고, 자기 주장 강하며 당당함이 뿜어져 나오는
매력있는 B형 여자란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마음을 확 빼앗기고,
그렇게 고백을 했었지만,
그렇게 똑 뿌러지던 그녀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렇게 흐지부지..
그저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게 되었단다.
6#
그녀가 마술을 좋아하는냐고 묻자
그는 그렇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빌리아드 볼 마술을 좋아한다고 말을 잇다가
굵게 맺히다 가늘게 흐르는 눈물이 떨어졌다.
7#
사랑을 위하여 마술을 하는 사람.
그래도,
이렇게 가슴아프게 슬픈 사연은, 싫다.
그와 그녀가
그의 마술처럼 행복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