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은 개인적 판단이지 국가가 판단할 일 아니다 [13]
vasumitra친한 친구한테 "캐새퀴"라는 욕을 들어도 그걸 모욕으로 여기지 않지만 길가다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캐새퀴"라고 욕하면 모욕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가 이것을 알아서 판단하고 수사하겠다는 것이 소위 최진실 법입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이런 걸 악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미니홈피에다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을 경우,
"이 씩색꺄~ 너, 어제 집에 오랬더니 왜 안왔어? 씩새꺄 요즘 졸라 튕기던데 몸 조심해라" - 친구 길동이 -
욕을 들은 친구가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더구나 촛불혐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수사대상 0순위가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이런 수사내용을 젖선일보가 보도할 경우 "평소 친구에게 욕설폭탄" "자살에 이를 심한 모욕감 느꼈을 듯..."이란 섹시한 제목을 갖다 부치면 졸지에 천하의 몹쓸놈으로 전락해 인생 막장되는 건 시간문제겠죠.
이처럼 선의가 왜곡되는 이런 법률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법의 역기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볼까요?
얼마전 학술세미나에서 표절의혹을 제기한 종교 언론사 기사입니다.
표절이라면 얼마나 많은 악플이 달릴지 짐작할 수 있겠죠.
중견학자 남의 글 ‘뭉텅이 도용’
‘간화선 세미나’서 다른 학자가 표절 지적
“학자적 양심 저버린 일” 비난 잇따라
불교학계의 한 중견학자가 학술세미나를 위한 글을 쓰면서 아무런 인용 없이 다른 불교학자의 글을 뭉텅이로 도용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가 9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제7차 조계종 간화선 세미나에서 논평을 맡았던 A교수의 글 상당 부분이 표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학술세미나에 참여한 또 다른 논평자인 정연수(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씨에 의해 드러났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A교수가 김영욱 선생의 논리를 전적으로 동의해서 이번 논평문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며 우회적이지만 논문표절을 매섭게 지적했다. 이에 사회자가 “표절이라는 말인가?”라며 A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에 그는 “인정한다.”고 짧게 답변했다.
많은 악플이 달리자 해당 학자가 실명으로 댓글에 사과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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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XX [ 2008/09/29 09:14 ]
당사자입니다. 금토일 참배하고, 월요일 아침 기사를 읽었습니다. 반성합니다. 참회합니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댓글을 보고 간과했던 저의 과실을 더욱 실감했습니다. 실수가 아니겠지요. 오하려 저의 본래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불교(학)계의 공식적, 비공식적인 소임을 모두 놓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불교(학)계의 모든 공식적,비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라신다면 모습을 감추겠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부처님께 참회하고, 보은할 방법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어떻게 보면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쉽게 생각하고 쉽게 적는 것이 타성화 될 무렵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근본적으로 불교학자로서의 자신을 성찰하고, 나아가 보다 자신을 엄격하게 다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과글 이후 찬반 양론으로 시비가 계속되자 두번 째 해명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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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XX [ 2008/09/29 13:43 ]
귀의삼보하옵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 무어라 말을 하기가 그렇습니다만은, 저의 표절문제에 대한 많은 건설적이고도 뼈아픈 의견들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반성하겠습니다. 특히 당사자인 김영욱박사와 정연수선생에게도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엎드려 사죄합니다. 저로서는 이번 일에 대해서 더 낮은 모습으로, 더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리고자 합니다. 그것으로 용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부대중 여러분에게 누를 끼친점 참회합니다.
이XX 두손 모음
이 번엔 동정론이 우세하자 세 번 째 해명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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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XX [ 2008/09/30 00:22 ]
귀의삼보하옵고, 저를 두둔하지 말아주십시오. 학자로써 치명적인 과오를 범한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저는 참회하고 있고, 모든 질책은 충분히 받을만 하니까 받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저를 질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중을 달게 받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마십시오. 오직 질책만이 저에게 필요합니다.
이XX 두손 모음
이런 가운데 표절의혹을 제기했던 후배 학자가 나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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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배상 [ 2008/09/30 01:54 ]
본의아니게 여러모로 누를 끼쳐드린 것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 이XX 선생님께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저와 같은 후학들을 위해 질책과 가르침을 끊임없이 베풀어 주시길 염원합니다. 법보신문에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차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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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학계에서 보기드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구하는 모습에서 보는 사람이 머쓱해 질 만큼 감동을 주고 있지만
유감스럽게 이 기사에 욕설과 함께 비판 글을 올린 분들은 모두 경찰의 수사대상입니다.
악성 댓글의 피해자인 표절 교수는 모든 욕설까지 자신을 위한 채찍으로 받아들이지만 수사기관에게는 오직 수사의 대상일 뿐 훈훈한 미담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최진실 법의 실체입니다.
몇 년 전 임신한 여친을 낙태시키고 자살에 이르게 한 사람이 네티즌들의 항의로 직장을 그만두고 자살한 여자의 어머니를 만나 용서까지 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남자가 공중파 방송에 나타나 자신을 악플의 희생자라며 네티즌에게 증오를 드러내며 악담을 퍼붓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자 친구를 자살에 이른 죄는 간데없고 느닷없이 악플의 희생자라며 고개를 쳐들고 떠드는 희안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양심이 필요없는 시대가 당신의 행복을 책임집니다.
나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 악플러 처벌을 소리높여 외치는 시대,
바로 대통령이 원하는 시대입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