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이 그 사람 결혼식이 있는 날인 걸 한 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 바보 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그렇게 나는 소리 없이 움직이면서
그 사람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화장은 자꾸만 늦어집니다.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나면 눈물이 흐르고
닦고 또 바르면 나면 흐르고...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또 눈물이 흘렀습니다.
검은 눈물이 흘렀습니다.
입술을 깨물고 다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을 하면서 바보 같은 나
그 사람이 화장하지 않은 내 모습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화장하지 말고 갈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화장을 합니다.
화장이 끝났습니다.
머리도 다 말렸습니다.
이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바보 같은 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작년 여름에 그 사람이 사주었던
까만 투피스가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가을인데
정말 바보 같은 나
자꾸만 그 옷이 입고 싶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다른 옷을 입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그 사람이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예식장 앞에서 바보 같은 나 한참을 서성입니다.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 떠밀려 식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그 사람이 입구에 서서
손님들한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한 모습으로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 수가 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도 저 바보 같은 사람 웃습니다.
더 바보 같은 나, 같이 웃음 주고받고
식장으로 들어가 앉아서 결혼식이 시작하길 기다립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의 수다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예식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씩씩하게 걸어가서 하얀 단상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서 있네요.
갑자기 신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참 이쁩니다.
어쩜 저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바보 같은 나 다른 사람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 속으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저 사람은 매운 거 못 먹어요.
저 사람은 술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거 싫어해요.
저 사람은 우울할 때 오버해서 애교떨면 금방 풀려요.
그래도 우울할 땐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걸 좋아해요."
바보 같은 텔레파시를 보내며 박수를 칩니다.
그녀가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갑니다.
그 사람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네요.
그 사람의 부모님 그녀가 이쁜지
자꾸만 그녀를 쳐다보며 웃습니다.
나한텐 한 번도 웃어준 적 없는 분들이라
웃을 줄 모르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참 잘 웃는 분들이네요.
주례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났나 봅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돌아섭니다.
바보 같은 나,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봅니다.
저 사람 울고 있네요.
옆에 그녀는 너무 이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도망가서 우리끼리 살ㅈ고 나에게 애원할 때도
울지 않던 사람인데...
내가 아파서 입원했을 때도 웃으면서
얼른 낫자고 하던 사람인데...
그저께 밤만 해도 나에게 찾아와서
씩씩하게 잘 지내라고 웃으면서 작별인사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저 사람이 왜 바보처럼 저러는 건지 너무 화가 납니다.
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바보 같은 나,
바보처럼 우는 그 사람을 두고 예식장을 나와버립니다.
하나님은 바보입니다.
바보는 바보랑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나님은 저만 바보인 줄 아셨나 봅니다.
알고 보면 저 사람도 나처럼 엄청난 바본데.
하나님은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
...........
[epilogue]
정말 드라마속에나 나올 수 있는 장면.
이 글을 읽으며 너무 많은 감정이 한번에 겹쳤어요.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을 호소하긴 정말 좋은 글이지만, 현실은.
그 사람 옆에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음을
보기 힘들어서는 두 번째 문제.
청첩장을 받은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에요.
그와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
20년동안의 나를 버리고,
그저 그에게 맞는 내가 되기 위해
준비해 온 5년.
결과는요..
3년 째 되는 봄에,
그는 결혼을 했지요.
학벌 좋고, 집안 좋은 그 여자와.
전 그랬어요.
청첩장을 받은 이후로, 매일 친구는 절 위로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와중에 항상 생각했어요.
꼭 그 결혼식에 갈꺼라고.
근데 가지 못했어요.
아마 제가 팅팅 부은 눈으로 일어났을 즈음에
그들은 신혼카를 타고,
여행을 가는 중이었겠죠.
난 아직 말도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