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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생긴 여자

김성민 |2008.10.27 21:01
조회 80 |추천 0



예뻐지기로 작정 했어요.

괘씸한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로 다시 태어나기로 했습니다.

언제는 통통하고 털털하고 사치스럽지 않은 내가 좋다더니,

글쎄,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유행으로 장식한

마네킹 같은 여자랑 마주앉아 밥을 먹고 있더라구요.

그것도 비싼 고기 집에서요.


미주..라는 친구가 결혼할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준다고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을 몇 명 불렀어요.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하길래,

우리 형편으론 꿈도 못 꾸는 유명한 한우 고기집엘 갔죠.

근데 거기에서 그 사람을 봤어요.

처음엔 잘 못 본 줄 알았어요.

평소에 잘 입지도 않는 청바지에

멋스러운 니트를 입고 있더라구요.

거기에 머리에 왁스까지 바르고..

원래 끈적이는 거 싫다고..

머리에 그런 제품 절대 안 바르거든요.


그래도 믿었어요.

그냥 일 때문에 아는 여자랑 밥 한 끼 먹는 거라고..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습니다.

다 익은 고기를 그녀의 앞 접시에 올려주는 것도 모자라서,

쌈까지 맛있게 싸서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보곤.. 알았죠..

아, 요즘 자주 생긴 야근도..피곤했던 주말도..

다 저 마네킹 같은 여자 때문이었구나..

그래서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하려다가..

그냥 2층으로 올라갔어요.

바보처럼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녀 앞에 서면 왠지 내 자신이 더 초라해 질 것 같았어요.

44사이즈인 그녀 앞에 77사이즈로 나서서

내 남자친구니까 앞으론 만나지 마라..뭐 이런 말을 하는 거..

다른 남자들이 보면 우스울 것 같았거든요.


그 날 이후..저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냥 헤어지고, 나 좋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까도 생각했고..

근데 그러기엔 내가 그 사람을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다이어트도 하고, 피부 마사지도 받고, 네일 아트도 받고...

그사람이 다시 날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요..

그래서 지금은 네일 아트를 받으러 가는 길이고,

어제는 피부 관리실도 끊었어요.

크진 않은데..새로 생겨서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더라구요.

입구에 놓여있는 커다란 안개꽃 화병도 맘에 들구요.

참, 그 날 일은 그 사람한테 말 안했어요.

앞으로도 영영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이 내 남편이 되고..우리가 함께 늙어가도..

나만의 비밀로 간직할 거예요.



『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때론 혼자만의 비밀도 필요한 거라고,

    모든 걸 얘기한다고 사랑이

    더 단단해지는 건 아니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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