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번을 정한듯이 찾아드는 이 쇠잖한 가을 바람이
탁한 마음을 씻기라도 하려는 듯
서린 창가 앞에 와서는 맴을 돌고 있다.
전혀 핏빛 없는 시간을 쪼개고 흔들어서는
채근하는 모냥새가 왼지 싫지만은 않다.
삭풍이라든가...
가지런히 쌓아 논 기억들을 끄집어 내고 있다.
희미한 전등갓 아래로 쏟아지는 그리움이 있다.
울적한 감상은 짙은 향수를 불러 내는가 보다.
사람이 없는 곳.
늪지속의 공허가 세찬 탁류를 일으키는데..
보이는 것은 떨어져 나간 고독 뿐.
생명의 불꽃은 창살 깊은 저 담장 넘어 흔들거리고
가련한 손길, 예서 울음 터트리니...
서투른 언어속에 심한 액취가 서리는가.
기다림인가.
참, 불편한 밤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