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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이상용 |2008.11.18 18:39
조회 105 |추천 0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81118화] 대교협·사립대, 자율만 있고 책임은 없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입시관리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교협은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따라 5월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학입시 관리ㆍ감독 업무를 넘겨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립대들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무기력과 무능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벌써 그 폐단이 2009학년도 대입 전형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립대의 '3불 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흔들기 시도 의혹에 대한 미온적 대처가 그것이다. 대교협이 정한 지침은 2010년까지 이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가 올해 수시 2-2 일반전형 1차에서 외국어고 학생들을 우대해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의혹이 제기되고, 한국외국어대 등이 수시모집 논술 전형에서 수학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 본고사 부활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대교협은 애써 외면해왔다. 

  회원 대학이 지침을 위반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 수험생 및 대학입시 관계자 면담 등 조사를 하는 게 상식적 순서인데도, 대교협은 보름 이상 고려대가 해명서를 보내오기만 기다렸다.

  대교협은 대학입시 관리ㆍ감독을 위해 대학윤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윤리위는 대교협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대학에 대해 사실조사를 벌여 대학의 명예와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될 경우 자격정지 등 징계 조치하고 그 결과를 교과부 장관에 통보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실질적 제재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교협은 그런 윤리위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교협 사무총장은 17일 "내년 2월 말 입학전형이 모두 끝난 뒤 고려대 문제의 윤리위 회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문제 해결보다 회피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교협은 사립대들에 대한 실질적 규제 수단이나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수수방관마저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교협에 넘겨준 대학입시 관리ㆍ감독 권한을 회수할 수도 없다. 결국 사립대들이 자율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대난망으로 보이니 문제가 아닌가.

 

 

[한겨레신문 사설-20081118화] 금강산관광 열돌, 대북정책 전환 계기 돼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오늘로 열 돌이 된다. 1998년 현대 금강호가 처음 출항한 이래 선박·버스·승용차 등으로 190만명 넘게 금강산을 찾았다. 이 사업은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의 디딤돌이 됐고, 99년 1차 연평해전으로 나빠진 분위기에서 다음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도 이 사업으로 다져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말 그대로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평화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이 사업 열 돌을 맞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난 7월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넉 달 이상 중단된 이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기약조차 어렵다. 그간 돌발 사건과 자연재해 등으로 네 차례 중단됐으나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0여 일에 그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기조 대북정책에 있다. 정부가 10·4 및 6·15 선언을 사실상 무시하는 한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사업까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남북관계에서 최대 고비다.

  그런데도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은 그제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정권이 바뀐 뒤 (한-미 사이에) 철저한 공조가 됐다”며 “통미봉남이라는 폐쇄적 생각을 갖고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든 미국과의 협의에 치중하겠다는 뜻이다. 며칠 전 ‘(남북관계에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켜 여기서도 결국 미국에 의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으로써 한-미 관계 역시 나빠진다. 과거 김영삼 정권 때가 바로 그랬다.

  정부 대북정책은 아무 결실 없이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평화·협력 구도가 핵문제 해결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하는데도, 거꾸로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켜 기존 성과까지 대폭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앞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해 핵문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협상을 함께 진행시킨다면 남북관계의 모순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북쪽이 그때 가서 갑자기 남쪽에 굽히고 들어오리라는 가정은 환상이다.

  경협 기업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남쪽의 경제적 손실은 이미 1천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은 한계가 드러난 지 오래다. 한시바삐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게 최선이다. 

 

 

[동아일보 사설-20081118화] 대학 4년 등록금의 두 배를 신입사원 교육에 써서야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실무에 투입할 때까지 소요되는 교육비용이 1인당 6088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 4년 동안 내는 등록금 액수의 두 배에 해당한다. 교육 기간만 평균 19.5개월이라고 한다. 경총이 2005년 실시한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기업의 과도한 신입사원 교육비용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학교육이 기업의 인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인력의 질적 불일치’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학 쪽에서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업 쪽에 넘겨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토익 점수가 높아 뽑았더니 영어회화를 한마디도 못하더라는 푸념이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나온다. 토익 점수를 올리는 공부만 했지, 정작 기업 활동에 필요한 실전 회화공부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업무 서류를 작성할 때 문장력이 떨어져 글쓰기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신입사원도 적지 않다. 대학이 기초교육을 소홀히 한 채 대충 사회로 내보낸 탓이다. 전공 분야에서도 즉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신입사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과 기업의 성격 차를 감안해도 너무 심한 괴리다. 그동안 대학들이 ‘맞춤형 인재’를 키운다고 홍보만 요란했지 성과는 없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런 ‘부실 신입사원’ 양산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대학 경쟁력 최하위권인 한국 대학의 후진적 면모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기업 쪽에서 대학에 강력한 주문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지혜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대학도 윈윈할 수 있다. 정부도 대학을 평가할 때 기업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튼튼한 기초교육과 함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수들부터 자신의 전공 위주로만 가르치는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실무교육을 늘려가야 한다. 취업난 시대, 저(低)출산 시대를 맞아 대학이 실무교육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대학과 졸업생 모두 살아남기 어렵다.

 

 

[조선일보 사설-20081118화] 외국인을 주민으로 보듬는 안산시 '외국인 인권조례'

 

  경기 안산시가 관내에 사는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외국인 인권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외국인이 피부빛이나 인종,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법률 지원 같은 편의를 제공하고, 부당 노동행위와 인권 침해를 하는 외국인 고용기업에는 시가 시정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많은 시·군·구가 외국인 정착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왔으나 외국인 인권을 조례로 보호하겠다는 것은 안산시가 처음이다. 안산시는 합법 체류자뿐 아니라 불법 체류자도 조례 보호대상에 넣겠다고 했다.

  안산시엔 등록 외국인만 58개국 3만5000여명, 불법 체류자까지 합치면 6만~7만명의 외국인이 산다. 반월·시화 산업단지가 인근에 있어 국내 최대 외국인 거주지역이 됐다. 외국인 거리로 유명해진 원곡동은 인구 2만2000여 명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안산시는 그간에도 외국인 체류자에게 무료 진료, 법률상담 같은 지원을 해왔지만 이젠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 권리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 8월 유엔 인권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외국인 차별을 시정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사실상 외국인 차별국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으로 늘어나고 결혼이민자도 급증했지만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들이 아직도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외국인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체임을 비롯한 부당 노동행위를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있고 재해율도 내국인의 5배나 된다. 지난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외국인에겐 왜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해주지 않느냐며 12가지 차별 규제를 없애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제는 외국인을 보호대상으로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주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세계화 시대의 중요한 자산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사는 도시는 여러 나라 전통과 관습이 섞이면서 문화와 생활방식도 다채로워진다. 곳곳에 세계 각국 요리점이 영업하고 때마다 각국 전통 풍습을 구경할 수 있는 도시를 생각해보라. 중앙 정부도 안산시가 외국인 관광객이 꼭 한 번씩 꼭 들러보는 '흥미로운 다(多)인종 다(多)국가 도시'로 클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81118화] 종부세 개편, 여권 엇박자부터 잡아라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일부 위헌’,‘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권이 이미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 개정안 골격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여권 지도부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경감 방안의 경우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양도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기준을 원용해 3년 이상 보유자에게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당초 여권의 방침대로 복잡한 세제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을 감안, 종부세와 재산세를 중장기적으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헌재가 적시한 ‘장기보유’라는 용어에 걸맞게 보유기간 감면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통합하는 문제도 야권의 ‘부자 편들기’ 공세를 의식해 부정적이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안은 백지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세율을 지금보다 3분의1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종부세 부과대상자 사이에서도 법 개정에 따른 혜택 유무와 범위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종부세는 헌재의 결정에 상관없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름하는 이념의 문제로 변질됐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목 아래 이념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세를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면 종부세 납세대상자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뻔히 눈에 보이는 길을 외면하고 아옹다옹하는 여권 지도부가 한심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81118화] 건설사 구조조정 늦출 일 아니다

 

  경영난에 처해 있는 건설사들의 회생을 도울 대주단(채권단) 협약 가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은 당초 17일까지 대주단 협약 가입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건설사들이 눈치보기에 급급하자 일단 마감시간을 두지 않기로 했다. 

  건설사들로서는 대주단 가입이 자칫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혀 아파트 미분양과 자금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대주단 가입 여부는 주채권은행이 승인하고 나머지 은행의 동의를 얻어 처리하게 된다. 따라서 대주단 가입신청이 채권단으로부터 철회될 경우 그 기업은 정말 회생 가능성이 없어지게 된다. 가입시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신청했다가 떨어진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과정을 겪게 되므로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실 건설사들을 마냥 내버려둘 만큼 우리 건설업계의 재무상태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정책을 내놓았으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앞으로도 건설경기가 좋아질 조짐이 별로 없다. 

  자칫 시간을 놓치면 건설사들의 부실이 금융권에 전이돼 동반부실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건설사 구조조정을 하루 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대주단 가입을 꺼리는 기업들은 경영권 제약이나 비자발적인 자산처분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이는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 수요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않고 무작정 확장경영에 나섰다가 잘못되면 정부가 도와주겠지 하는 안이한 경영방식은 청산돼야 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옥석을 가리지 않은 유동성 지원으로 계속 살아남을 경우 당장 경기침체의 폭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경제의 침체기간만 길어지는 부담을 주게 된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건설업의 경우 지원과 퇴출은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 방식 등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물론 은행도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부실처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 무작정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부실기업 정리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대주단 협약이 활성화돼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철호(논설위원)-20081118화] 거품 붕괴,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있다면 일본엔 ‘기타구니 노 하루(北國の春)’가 있다. 센 마사오(千昌夫·61)가 부른 노래다. 그는 가수왕보다 ‘부동산왕’으로 더 유명하다. 1990년 센은 3조원 규모의 빌딩과 호텔을 거느렸다. 그의 운명은 데뷔곡이 히트를 한 66년부터 달라졌다. 인세 4억원으로 센다이 부근의 임야 5만㎡를 매입한 것. 도후쿠 신칸센이 지나면서 땅값은 순식간에 10배나 뛰었다. 그는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쇼핑에 나섰다.

  센은 롤스로이스 리무진만 고집했다. 밤에는 일류 요정에서 재계 거물과 어울렸다. 미국 출신 미모의 탤런트인 존 세퍼드와 이혼하면서 엄청난 위자료를 건넸다. 천(千) 대신 ‘오쿠(億) 마사오’란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면서 사단이 났다. 일 년 뒤인 91년 그는 1조원대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는 요즘 악단 대신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남은 빚을 갚기 위해서다.

  센의 학력은 고교 중퇴가 전부다. 옛 장기신용은행이 뭉텅이 돈을 빌려준 것은 역설적이다. 이 은행은 도쿄대·게이오대·와세다대 출신이 아니면 엄두도 못 냈던 꿈의 직장. 장기 설비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이 은행에는 대기업 오너까지 고개를 숙였다. 은행은 갑의 위치를 즐겼다. 하지만 80년부터 탈이 났다. 수출로 돈이 넉넉해진 기업들이 대출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엘리트 행원들은 앉아서 장사하는 맛을 잊지 못했다. 결국 손쉬운 부동산 대출로 눈길을 돌렸다. 이 은행이 센에게 물린 돈만 3조원.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을 받았지만 파산보호 신청을 비켜가지 못했다.

  요즘 국내 은행단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정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연일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거품 붕괴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93년 일본 경제백서는 이렇게 경고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는 경제의 대원칙이 확인되었다…거품은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판(版) 센과 장기신용은행이 쏟아질지 걱정이다. 지난해 환갑을 맞은 센은 이를 자축하는 ‘간레키 이와이 우타’란 새 노래를 내놓았다. “~오늘만은 축하하고 싶다~”며 반복되는 후렴에는 곡절 많은 인생이 녹아 있다. 오랜만에 TV에 등장한 센의 이마에 주름이 깊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국무장관’ 힐러리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은 권력욕이 강한 인물로 종종 묘사돼 왔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꽤 알려진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힐러리가 남편과 함께 고향 시카고의 마을에 갔다. 둘은 주유소 매점에 들렀다. 그들을 몰라본 점원은 “힐러리와 고교 시절 사귀었다. 결혼도 생각했다”고 허풍을 떨었다. 클린턴은 밖으로 나와 힐러리에게 “당신이 저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지금 주유소 직원 부인이 돼 있었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내가 그와 결혼했다면 지금 미국 대통령은 당신이 아니라 저 사람일 거야”였다.

  아닌 게 아니라 힐러리의 행적엔 권력에 대한 끈질긴 지향성이 엿보인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칼 번스타인은 작년 힐러리를 ‘남편의 부정을 참아내며 권력을 추구한 야심만만한 여성’으로 그린 책을 썼다. 클린턴은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했다. 전력회사 간부와 사랑에 빠져 힐러리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힐러리는 정치적 야망 때문에 이혼을 거부했다고 한다. 클린턴의 집권은 힐러리와의 ‘공동정권’이라 불릴 정도로 힐러리의 공이 컸다. 그러나 클린턴은 백악관에 들어와서도 인턴사원 르윈스키와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힐러리는 2003년 쓴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당시 심경을 “클린턴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외부로 드러난 힐러리의 처신은 놀랄 만큼 절제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찬사도 쏟아졌지만 그의 정치적 야망과 연결짓는 시각도 많았다.

  힐러리는 남편 임기가 끝나기도 전인 2000년 11월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패함으로써 대통령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오바마가 2012년 재선에 도전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69세가 되는 2016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힐러리 자신도 대선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힐러리가 차기 정부의 유력한 국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오바마가 이미 장관직을 제안했다는 보도다. 아직 힐러리 쪽의 반응은 없다고 한다. 궁금한 것은 2가지다. 그가 무한한 ‘권력에의 의지’를 접고 미국 대통령 승계 서열 4위인 국무장관직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하여 미국 대외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것인지. 

 

 

[한국경제신문-취재여록/성선화(사회부기자)-20081118화] 대교협의 직무유기 

 

  '고려대가 수시 2-2 전형에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논란과 관련,17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던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시기를 대입 전형이 모두 마무리되는 내년 2월로 연기했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고려대를 포함해 다른 대학에서 발생하는 모든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 내년 2월 윤리위원회를 개최,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전형이 진행중인데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 대입 전형에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문제가 있다면 즉시 바로 잡아야 하는데 전형이 모두 마무리된 뒤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교협 관계자는 "할말이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교협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학자율화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입시 업무를 넘겨받아 그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일각에서 대교협을 '제2의 교과부'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대학 자율화는 대교협 창립때부터 우리의 이념이었고 그동안 정부에 줄곧 요구해온 사항"이라며 "새 정부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준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해 대단히 획기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교수출신으로 첫 사무총장에 오른 박종렬 사무총장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교협의 입시 기본계획안을 어겨 회원의 명예를 훼손한 대학은 이사회 의결에 따라 제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교협이 그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제때 밝히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학의 입학전형이 모두 끝난 뒤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수험생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 논란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교협은 이제 더이상 대학 총장들의 친목모임이 아니다. 교과부의 입시업무라는 중대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준행정기관이다. 해야 할 일을 외면한다면 모처럼 주어진 대학자율을 스스로 차버리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대교협이 명심했으면 한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박용범(경제부기자)-20081118화] 日재래시장 부활의 교훈  

 

  "그냥 울고 싶은 심정이에요. 새벽 4시에 나와도 하루 2만5000원 벌기 힘들어요." 부평종합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절절한 호소다. 또 다른 상인은 "3시간을 기다려도 손님 한 명 없네요. 재래시장 이러다 다 죽겠네요"라고 울먹였다. 

  지난 13일 실물경기를 점검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 장관 앞에서 상인들은 절박한 현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어떤 상인은 "제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우리 같은 상인들을 도와달라"고 애절하게 말했다. 

  정부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별로 없어 보였다. 그만큼 현장 경기는 더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은 "하루 3만원도 못 번다면 한 달 수입이 60만~70만원일텐데,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은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국민 갈등 해소 차원에서 재래시장 상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찾은 부평 지하상가 경기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상인은 한결같이 주차장, 화장실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 지자체 협의 등이 필요한 사안들이라 정부가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었다. 논의가 진행될수록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카드는 빈약해 보였다. 그만큼 정부에 의존하기 앞서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역발상이 필요한 게 아닐까. 

  재래시장을 연구해온 한 관계자는 "일본 재래시장은 경쟁 대상인 대형마트를 피하기보다 인근 주변으로 옮겨가 차별화된 상품으로 오히려 더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지금과 같은 불경기로 소비자들이 점점 싼 곳을 찾아나설 때 재래시장이 변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네 삶의 일부였던 재래시장이 힘들수록 과감한 변신으로 위기를 타개하길 기대해본다.

[출처]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작성자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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