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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전편) 우리가 보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 (3)

Flying cat |2006.08.13 23:24
조회 225 |추천 0

 

# 3. 장생과의 만남

 

 

 

 

어린 마음이 이리도 무거운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생전 아비라 한번 불러 보지도 못할..

아비란 자는 문간에 못 박힌듯 서 있는 길이를

홀로 둔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간다.

한참을 망설이다. 대감마님 재촉에 조심조심

한발을 내딛는 길. 

대감을 뒤따라 들어선 집안은 집 안에 집이 또 있는 듯

수 많은 방이 끝이 없는 듯 보였다.

 

"여봐라... 내.. 지방에 있는 벗에게 갔다가..

 소일거리 시킬 똘똘한.. 아이하날 .. 데려왔다..

 씻기고.. 묵을 곳을 정해주거라.. "

 

기대도 안 했지만.. 정녕 못 믿을 것이

 사내라 했던가..

 생살 찢어내듯 어미와 떼어내 데려온

지 자식을 어찌 노비로 둔 다 이말인가?

어미곁에서 근근히 살아왔으나,

 어미의 품에서

사랑받으며 곱게 커 온 어린 녀석이

애비란 자의 집에 끌려와.. 노비라는 족쇄를 차고

평생을 살게 되었으니...

이 일을 알게 되면.. 그 어미 매향의 가슴이

얼마나 찟어질꼬..  

어미와 떨어져.. 온통.. 두려움 투성이인.. 어린 길인..

잔뜩 움츠러진.. 작은 어깨를 파르르 떨며..

 생전 처음 보는.. 큰 집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질듯..

작은 숨을 토해내며 서있다..

     모든게 낯설고, 두렵기만 하니..

            누구라도 이곳에서 날 좀 데려가 주오..

      울어버리고 싶은걸 억지로 억지로 참고 서 있는데..


   "제가 데려가 잘래요.. 예? 그리해도 되죠?

 내 동생 삼을 라요.."


그냥 보기에도.. 녀석.. 길이보다.. 서너살  밖엔

 더 먹어 보이질 않는데..

말 폼새며... 단단한.. 체구가.. 여느. 어린 아이 답지 않게

 믿음직스러운 데가 있다..

처음 보는 녀석에게 대뜸 형이 되어주겠다며 다가온

그 녀석.. 길이의 평생의 벗이 되어 줄 장생이다


"이야.. 너.. 참.. 곱게 생겼다. 이름이 뭐니?

 난.. 장생이다!

 내가 이제부터. 니 형님이다..

 내 곁에 꼬~옥.. 붙어있 음.. 어떤 종놈의 자식도

 너한테 함부로 매질하지 못 할테니 걱정말아!

 이 집에선 아이들 중 내가 젤 힘이 쌔다구!

 형이랑 같이 가자.. "

 

어린 녀석이.. 존심은 있어서..

 살갑게 구는.. 장생 녀석을.. 한참을 경계하듯 쏘아보며

 미동도 않고 서있는 디 ..

그런 길이의 시선에 괜히 무안해졌던지.. 

씨익 웃고선.. 무슨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슴 팍에 꼬옥 안고 서 있는 길이의 보따리를 

냅따 빼앗아 들며.. 길이 손을 잡는다. 

 


“허헛..그 자식.. 생긴 건 곱디 고운게 승깔있네..”

 

 " 놔~요.. 이거.

   저도 혼자 들고 갈 수 있어요."

 

야무지게 그런 장생을 쏘아보며 앞서 걸어가는

공길이. 녀석.. 어린 마음에도 

누구에게든 쉬이 보이긴 싫었던 모양이다. 

뒷 머릴 한번 쓰윽 긁적이며..

얼른 공길이 앞으로 뛰어가

 제 방으로 들어간 장생이

이불이며 옷가지며 이것저것 형답게 챙겨주는 녀석.

줄 곧.. 냉랭한.. 공길이 녀석을

오히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연신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 장생일 보면서

어느 새 난생 처음으로 너무 큰 상처를 입어 

굳게 닫혀 버렸던 어린 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운명이란 게 있다면.. 이 두 녀석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런지..

 생전 처음 보는 둘 사이가..

 세월의 흐름 만큼의 믿음과 우정과 벗 이상의 사랑의 감정으로

싹트게 되었으니..

태어나 유일한 벗이였던 어미의 곁을 떠나와

온몸으로

외로움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던 공길에게

세상을 떠날 때 까지 함께 할 영원한 벗이 생기게 된것이다.



이렇게.. 녀석들은.. 둘의 인생이 아닌..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길에겐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선 것 투성이였는데..

제 몸보다 큰 물동이라도 올려 질라치면

어느 새 달려와 제 어꺠로 받아 짊어지는 장생이 덕에

 그 고단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니..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제가 받을 사랑을 타고 난 것일까..

기방에서 익힌.. 언문이며.,. 노래며.. 그림이며...

 지 어미에게 익혀둔.. 재주가..

왠만한.. 양반 댁.. 애기씨 못지 않았으니..

길이가.. 자라 날 수록..

몸에 배어있는.. 그 ..뭐라 말할 수 없는.. 다소곳함과..

그 아이만의 아름다움은.. 감춰 지기는 커녕

  날이 갈 수록 그 향기를 더 해갔는데..


녀석이.. 분명.. 사내 아이임에도.. 함께.. 살던.. 노비들은..

녀석을.. 마치.. 계집아이 대하듯... 하게 되었는 데 ..

무슨일 이든.. 조용조용... 눈에 띄지 않게.. 묵묵히 해 내면서도..

야무진 손끝으로.. 척척 해내어

 여종들에겐.. 사고나 치는 철부지 다른 여자 아이들보다

 훨씬 믿음가고 귀여운 아이였으며,

 또래 아이들은 말썽이나 부리고 다녀 되려 성가시기만 한데

녀석은 제 힘이 안돼서 못하는 일이라도

꽤 부리지 않고 형들에게 물어가며 하나라도

배우려 하고, 조용조용 곁에서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곤

사내들도 모두 제 동생 마냥 예뻐했더랬다.

 

  길 잃은 짐승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지 먹을 몫을 떼어놨다 던져 주고 오던

 정 많고, 다정한 아이..

 누가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늙은 할미든..억센 사내들이든..

집안의 일꾼들은 모두들.. 고운 얼굴마냥 예쁜 짓만

하는 공길이를 지 피붙이 마냥

살갑게 대했는데..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일곱살 어린 나이에 이끌려온 대감 댁 생활도

이젠 익숙해 져가고.. 밤이면 홀로 남아 있을

어미 생각에 눈물 마를 날이 없던 길이도

이젠.. 차츰.. 그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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