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밤 미끄러지는 꿈 속으로 다가간 나는
아연실색한 바나나를 보고야 말았다.
세상사의 풍파 속에 내던져진 바나나.
이리 차이고 저리 차였어. 버려진 신발짝보다 못한...
그 신발에 밟혔어.
아스러진 바나나는 비명 한마디 못 지르고 울고 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홍콩할매보다 싫은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몽고반점같은 지워질리 없는 상처투성이가 싫다고 했어.
쉽게 질려버리는 바나나따위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리라구 했어.
파멸의 콜렉션이라도 되는 양
바나나따윈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려.
그.리.고
외치도록 해. 바나나따윈 꺼져버려라구.
꿈 속에서조차 부조리한 바나나의 외형.
노란 것이 길쭉한 매끈한 곡선미까지...
너를 먹고 있으면 왠지 내가 지구탈출을 해야 할 것 같아.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똥치기소녀처럼 우울한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세 번만에 벗겨지는 바나나가 싫다고 했어.
쉽게 쉽게 허용하는 너 따위는 개똥같은 세상에 던져버리라구 했어.
- 바나나를 극히 싫어하는 한 남자의 독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