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3년 반동안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처음 6개월은 대학 예비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주로 어학에만 충실했지만 그러는 동안에서 워낙 놀기 좋아하는 내 몸속에 악동을 풀어놓고는 했다.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나는 가족들과 함께 캠브릿지에 있는 어학원을 다녔는데 그 동안 많은 유럽인들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함께 담배피우고 수업후 맥주한잔에 포켓볼을 치며 놀았다. 담배, 술, 게임은 친구를 만들기에 더 없이 좋은 도구들이었기 때문에 어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핑계삼아 열심히 놀러 다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캠브릿지는 굉장히 작은 시골 동네이다. 말하자면 6개월간 그곳에서 전원생활을 즐겼던 것인데,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큰 규모의 잔디밭이 도시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고 캠강가를 따라 분위기 있는 음식점들과 술집들이 줄지어 있으며 중심가에는 워낙 사람들이 걸어다니기에도 길이 좁아 시간제로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그 중심가에 가면 마켓이 열리는 광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종종 재미있는 아이템들을 발견하곤 했다. 길 한복판에는 잘생기고 예쁜 히피들이 기타를 치거나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며 돈을 받고 있는데 종종 히피가 아닌, 말끔한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섹소폰을 불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보기 드문 장면이기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그 사람은 변호사인데 가끔 그냥 사람들이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게 좋아서 나와서 연주를 한다고 했다. 그저 그게 행복해서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그때가 아마도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가장 큰 불만중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노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들은 언제나 다른 나라들과 우리를 비교하며 경쟁하는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그것도 충분한 노력이 아니라고 거듭 스스로를 다스리고 일에 열중한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영국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열심히 놀러다녔다.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런던생활을 시작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도 스스로 생각하고 놀러다니며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지 않았나 싶다. 열심히 놀고나면 스스로 능률도 오른다고 생각하며 마음껏 즐겼고 또 그 생각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내가 가장 관심깊게 바라보고 공부했던 부분은 Subculture이다.
섭컬쳐라는 말은 우리말로 하위문화라고 하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모습들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 가장 구미가 당기고 이해하기 쉬운 분야는 예술인데, 하위문화를 경험하고 즐긴다면 영국이 왜 문화적으로 선진국이고 아직도 강성한지를 알 수 있다.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에서 영국의 수상으로 나오는 휴 그랜트가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의외의 답변으로 영국민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대사에 그 모든 답이 담겨있다. 내용은 "We may be a small coutry, but we're a great one, too. The coutry of Shakesphire, Churchil, The Beatles, Sean Connery, Harry Potter, David Beckham's right foot blahblah(우리는 어쩌면 작은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위대한 나라이기도 하죠.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네리, 해리포터의 고향이죠..블라블라)." 그렇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의 나라이다. 우리 아버지가 캠브릿지에 있을 때에 받은 감동을 전하자면, 평화롭고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그런 도시에서 위대한 사상가와 철학가가 나왔고, 겨울의 스산한 날씨 속에서 사유하며 여름의 상쾌한 공기속에서 차를 마시는 여유와 함께 위대한 영감이 떠올랐을 거라는 것이다. 물론 꼭 날씨같은 지리학적인 이유들만 가지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 다만 정말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1999)"라는 영화에서 보면 셰익스피어가 자라던 시기의 오페라가 문화라면 그 뒷골목에서 하던 풍자성 코메디는 하위문화였다. 비틀즈는 리버풀에서 결성된 조그마한 밴드였으며 다른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영국 음악계의 큰 하위문화인 긱(Gig)을 하면서 큰 밴드로 자라났다.
내가 주로 놀러 다니던 곳들이 이 Gig인데, 영국에는 아직도 많은 크고 작은 술집에서 자그마한 무대를 설치해 놓고 음악공연을 한다. 그곳에는 외국에서 날아온 꽤나 유명해진 언더그라운드 밴드부터 다양한 학생들의 재치넘치는 새로운 악기들까지 새로운 시도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 학생들과 다양한 뮤지션들이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을 제공해 주는 곳들이 영국의 골목마다 자리한 술집들이니 영국의 음악이 앞설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얼마전 내가 영국에 가기 전부터 즐겨듣던 많은 음악들의 작곡가나 뮤지션들이 영국인인 것을 알게된데에 많은 이유가 필요 하겠는가?
아직도 홍대앞 놀이터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넘쳐나고, 삼청동길의 분위기 좋은 맛집이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이 파다하고, 학생밴드의 공연과 소규모 연극은 보러올 사람이 없어 두려움에 시작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너무 각박해져있다. 사람들이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떳떳히 좋아할 수 있을 때에 우리는 초고속 발전을 한번 더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든 아저씨가 프라모델 조립하는데 하루를 쓰는게 철없어 보이나? 그 사람이 정말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면 정말 멋진 취미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그만두고 음악하겠다며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한다면 그들 머리가 비었다며 비웃고 깎아내리기만 할건가? 그들이 제 2의 비틀즈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벽에 낙서를 하는 사람이 우습고 짜증이 난다면 영국의 뱅시(Banksy)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채치넘치는 풍자를 보아야 할 것이다.
자칫 내 글이 사대적으로 들릴 수 있어서 마무리를 잘 해야겠지만, 사대주의에 빠진 사람이 아닌만큼 알아서 잘 가려내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