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거민참사, 순직한 경찰빈소의 모습은?
지난 21일 오전 3시 50분경, 송파동에 소재한 국립경찰병원 장례식장 출입구 마당에는 용산철거민참사 진압작전 중 순직한 故김남훈 경사의 연결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당을 지나 장례식장 지하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유가족과 동료 경찰관들이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조문 행렬은 대부분 동료 경찰관들이었다. 가끔씩 고위 경찰간부들이 나타나면 부하 경찰들은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동료 경찰관 및 재경회, 관변단체 등에서 보낸 각종 화환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사이로 방송기자 및 신문기자들도 많이 보였다. 한 방송국 기자가 故 김경사의 동료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동료 김씨는 “우리의 업무는 항상 힘들고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고인은 평소 모범적이고 적극적으로 솔선수범했다. 가까웠던 동료가 안타까운 일을 당해 마음으로 가슴 아프다.”고 했다.
나는 인터뷰를 지켜보던 중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언론은 경찰의 무리한 강경진압으로 5명의 시민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고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료 김씨는 경찰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경찰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순국한 고 김경사와 부상자 그리고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갖다 주었다.
자판기 앞에서 몇몇 경찰들에게 나의 행동은 의외로 보였는지, 한 특공경찰은 “왜, 저에게 커피를......”라고 말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한국 사람들의 인심이 다 그렇지요.”라고 말하면서 그에게 커피를 마시도록 권했지만, 속으로 ‘국민들은 모든 경찰 여러분들을 질타하고 미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다만, 안전대책도 없이 여러분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린 경찰 수뇌부에 대해 서운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장례식장 밖에서는 내가 나눠준 한 잔의 커피를 3명의 경찰들이 나눠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왔다. 경찰조직의 특성상 상관에 대한 불만이나, 현재 언론이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을 질타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그들은 말실수를 걱정하여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묻어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나의 친척들 중에 현직, 전직 경찰관들도 있고, 얼마 전 종형제인 동생은 의경으로 상부의 명령을 받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서 시위를 막기도 했던 모양이다. 얼마 전 의왕시 이모는 현실은 아니었지만 꿈속에서 의경으로 간 아들이 죽었다는 전화 통보를 받고, 새벽에 놀라서 깨어나 통곡하며 울었다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이런 참담한 상황을 맞이하고 보니, 더욱 놀라웠다.
지난 12월 31일 나는 종각에 촛불집회에 참석했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당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물리적 충돌하는 모습도 목격했었다. 시위 현장에서 사소한 감정충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민도 경찰도 평화로운 집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힘없는 서민과 힘없는 경찰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항상 나는 시민도 그렇고 경찰도 모두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따지고 보면 시위대나 경찰이나 서로가 얽힌 친척이고 이웃이다. 이 기회에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이 정치가 아닌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바란다. 추운 거리에 서민들과 경찰들이 무리한 충돌이 없도록 국민의 뜻을 헤아려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용산철거민 참사로 희생된 시민과 경찰 모두의 명복을 빌면서 글을 마감하겠습니다.